'히어로' 장기용, 처연할수록 더욱 설레는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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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출신의 장기용이 배우로서 대중 앞에 확실히 존재감을 드러낸 건 2018년 '나의 아저씨'라는 작품을 만났을 때다.
장기용의 얼굴은 처연할수록 매력을 갖고, 그 안에서 피워내는 로맨틱함은 그의 잘생긴 외관을 만나 힘을 갖춘다.
그리고 지금 장기용은 JTBC 주말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극본 주화미, 연출 조현탁)의 복귀주를 만나 이 모든 걸 아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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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한수진(칼럼니스트)
모델 출신의 장기용이 배우로서 대중 앞에 확실히 존재감을 드러낸 건 2018년 '나의 아저씨'라는 작품을 만났을 때다. 그는 극중 무섭다가도 위태로움을 욱여넣은 처연한 얼굴을 하고선, 밉다가도 마음쓰이게 만들었다. 그가 이 작품을 끝내고 같은해 '이리와 안아줘'서 첫 드라마 주연을 맡은 건 우연이 아닐 것이다. 그에게 첫 주연이라는 타이틀을 달아준 배역은 경찰이 된 연쇄살인마의 아들이었다. 설정만 들어도 처연함이 묻어나는 배역이다. 그는 이 작품으로도 대중의 합격점을 받았고, 이후부터 줄곧 주연만 맡았다. 장기용의 얼굴은 처연할수록 매력을 갖고, 그 안에서 피워내는 로맨틱함은 그의 잘생긴 외관을 만나 힘을 갖춘다.
무엇보다 장기용의 진가는 눈빛에서 발휘된다.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듯 텅 비어있기도 하고, 온갖 것들을 채워넣은듯 형형하게 빛나기도 한다. 그가 '나의 아저씨'의 불온했던 이광일에서 온기로 가득한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의 윤재국이 될 수 있던 이유다.
그리고 지금 장기용은 JTBC 주말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극본 주화미, 연출 조현탁)의 복귀주를 만나 이 모든 걸 아우르고 있다. 1, 2회 속 산송장처럼 황폐했던 그의 눈빛은 최신 회차인 6화에 이르러 생기로 가득하다. 변화하는 그의 눈빛을 따라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을 보는 재미도 함께 커진다. 처연한 얼굴로 마음 쓰이게 하더니, 어느 덧 로맨틱한 얼굴로 마음 설레게 한다. 복귀주에게 점점 빠져드는 사기꾼 도다해(천우희)의 마음을 이해할 수밖에 없다.
장기용이 연기하는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의 복귀주는 초능력자다. 행복했던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과거에 머문 그는 무엇과도 닿지 못한다. 신비하지만 무용한 능력이다. 그래서인지 그가 능력을 쓰는 과거는 흑백으로 그려진다. 바꿀 수 없는 멈춰 버린 시간이라는 걸 암시하듯 말이다. 귀주에게 능력이 저주가 된 건 이 때문이다. "가장 큰 행복과 불행이 뒤섞인 이상한 시간"을 맞닥뜨리면서. 딸이 태어난 행복한 날 귀주는 소중한 동료를 잃었다. 귀주는 그 시간으로 돌아가 동료를 구하려고 하지만 아무것도 바꿀 수 없었다. 수차례 목격한 동료의 죽음은 그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이를 지켜보던 아내는 지쳐갔고, 결국 가정은 무너졌다.
아내를 잃고 동료도 구하지 못한 귀주는 슬픔에 갇혀 술만 마신다. 귀주의 곪아가는 상처는 술냄새보다 독한 퀴퀴한 냄새를 풍긴다. 그러다 자신의 흑백 과거에서 유일하게 색을 지닌 여자인 도다해를 만나면서 눈빛에 생명력을 품기 시작한다. 자신이 타임슬립한 과거에서 유일하게 만질 수 있는 존재인 다해에게 처음엔 경계를, 그러다 호기심을, 마침내는 애정을 품는다. 자신의 능력이 유용하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다해를 만나면서부터 귀주의 텅 비었던 눈동자는 빛으로 채워진다.
장기용은 이러한 귀주의 다단한 감정 변화를 눈빛으로 근사하게 형상화한다. 장기용은 판타지 로맨스물인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에서 대사를 최소화하고 눈빛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 그것이 장기용이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으로 초능력자라는 미지의 영역을 소화해내는 똑똑한 방법이다.
사실 장기용은 단조로운 대사 톤으로 엇갈리는 평가를 받았던 배우이기도 했다. 복귀주가 다해에게 마음을 열면서 대사량이 급격하게 늘어났을 때 장기용의 단조로운 톤은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어떤 역할을 맡든 자신의 장점을 활용해 소화하고, 그것을 몰입하면서 볼 수 있도록 이끈 것만으로도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은 장기용에게 군백기를 해소할 신호탄을 잘 쏘아올린 작품이다. 여전히 처연할수록 설레는 얼굴은 장기용만의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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