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루트 노출한 ‘비욘드유토피아’로 재중탈북민 더 위험해져”

김예진 2024. 5. 20.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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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대표는 최근 재중탈북민 동향 관련, “중국을 벗어나려는 탈북민 10명 중 8명이 체포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고 20일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수교 75주년 친선의 해’를 맞은 북·중간 밀착이 강화되면서 양측 정부 간 합의에 따른 체계적 북송이 진행 중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인도적 활동으로서 사명감이 아닌 돈만 보고 일을 맡는 무책임한 탈북민 구출 브로커까지 활개를 치면서 탈북민들이 더 위험해졌다고 한다. 특히 다큐멘터리영화 ‘비욘드 유토피아’에서 중국 내 탈북민 구출 과정을 노출시킨 것도 위험을 가중시켰다고 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 4·26북송을 알렸는데 상세 내용은.

“4월 26일 저녁 중국에서 탈북민 최소 61명이 세개 경로로 북송된 걸로 파악했다. 4월 11∼13일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 이끄는 중국 당·정 대표단이 북·중 ‘친선의 해’ 개막식 참석차 방북한 뒤에 이어진 조직적인 북송 재개다. 중국 대표단이 방북 때 탈북민 송환에 협조하라고 요구했고 북한이 이를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 북한이 아니라 중국이 왜 먼저 요구하나.

“북한 당국은 중국에서 오래 산 주민들이 돌아와 외부 세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다니는 것을 원치 않는다. 북한에서는 이들을 이미 실종, 사망 처리했는데 돌아오면 골치가 아프게 된다. 단지 코로나19 봉쇄때문에 북한이 못받았던 것이 아니다. 북한에 이미 집도 절도 없는 이들이 돌아와 부랑자가 되어 외부세계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안 돌아오는게 좋고, 받으면 정치범수용소에 보내거나 강제노동시설에 가두는 것이다. 강제북송은 중국이 요구해서 이루지는 것이다. 중국은 탈북민을 체포해 수감하며 쓴 비용도 북한에 요구한다. 코로나19 국경봉쇄로 중국 내 수용시설에 누적돼 있는 인원이 수백명이니 비용도 커졌다. 북한이 돈을 못낸다고 하고 안 받았는데 지금은 중국이 돈도 받지 않기로 하고 보낸다. 그래서 중국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한거다.”

북한제대로알기클럽 소속 단체 회원들이 6일 서울 중구 주한중국대사관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중국정부의 탈북난민 강제북송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2024.5.6/뉴스1
- 4·26 북송 이후 탈북 동향은.

“중국을 벗어나려는 재중탈북민들이 탈북 경로로 이동 중에 중국 공안에 체포되고 있는 비율이 약 80%일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다. 지난달 말에는 무책임한 브로커가 베트남에 근접한 곳에서 탈북민 30∼40명을 모아놓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상황에 빠진 것으로 파악했다.”

- 왜 그런일이 발생했나.

“무책임하고 비윤리적인 브로커들이 최근 활개를 치고 있어서다. 안전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수십명을 대놓고 위험하게 옮기다 노출되고 체포되는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일부 선교회가 이런 브로커들을 접촉해 탈북민을 이동시키다가 위험에 빠졌다는 것이다. 이런 브로커들은 탈북민을 옮기다 체포돼 중국 공안 당국에 탈북민을 빼앗겼다는 사실을 의뢰자들에게 알려주지 않기도 한다. 브로커가 자신에게 의뢰한 두 곳 이상 단체나 선교회에 중복으로 돈을 청구해도 의뢰한 측에서는 알기 어렵다. 또 일부 탈출에 성공시킨 탈북민을 여러 곳에 인사를 시키니 구출을 의뢰한 곳들은 각자 자기 기관이 구조한 탈북민이라고 믿게 된다고 한다. 이동 중 탈북민 대부분을 붙잡히게 했다는 잘못은 숨긴 채, 탈출을 성공시킨 소수만 내세우면서 계속 일을 맡고 있다고 한다.”

- 현 상황을 알리는 이유는.

“지난해 8∼10월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전후 대규모 북송이 있은 뒤, 약 6개월간은 국제사회 주목과 비판 때문에 중국이 대규모 및 여러 경로의 동시 북송을 하진 않았다. 중국 공장 소요사건을 제외하고는. 탈북민이나 수감 형기를 마친 북한 주민 수명, 또는 십여명의 소규모로 주로 단둥-신의주를 통해 수시로 북송했기 때문에 잘 포착되지도 않았다. 그러나 4·26 북송은 여러 경로로 동시에 북송이 이뤄졌고 지난 반년간 있던 작은 북송에 비해 규모가 확인될 만큼 큰 규모였다. 즉 북·중 간 합의에 따른 체계적 북송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중요하다. 동남아시아나 몽골로 이동하는 경로들 여러 곳에서 탈북민들이 중국 공안에 체포되고 있다. ‘비욘드 유토피아’가 나온 뒤, 질 나쁜 브로커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기에 북에 두고 온 가족이나 친척을 도우려는 국내 탈북민들과 단체들도 각별히 경계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나온 미국 다큐멘터리 ‘비욘드 유토피아’ 국내 개봉 포스터(위)와 국립통일교육원이 상영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이 담긴 포스터(아래). 지난해 11월 외교부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 지시로 직원들 대상 상영회를 한 뒤, 통일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에서도 상영회가 이어졌으며, 통일부는 국민에 북한 인권 문제를 강조하는 소재로 이 영화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 중국이 탈북 루트를 콕 집어 단속하는 것은 강화된 조치인가.

“과거와 비교할 근거가 없다. 다만 3, 4월에 부쩍 체포, 북송이 강해진 것은 눈에 띈다. ‘비욘드 유토피아’가 중국 땅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영화가 미국 상영투어까지 하자 중국 반응이 더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 체포됐다는 소식을 들어보면 한두명, 두세명 단위가 아니라 8∼10명이 한꺼번에 붙잡히고 있다. 위험하게 그렇게 많은 인원을 모아두었다는 것 자체가 질 나쁜 브로커들이 지금 어떻게 일을 하고 있는지 행태를 보여주는 것이다. 체포되거나 말거나 책임을 지지않고 돈만 보고 이 일을 하는 무책임한 행태고 원래 탈북민 구출 활동을 해오던 사람들이 아닌 것이다. 국내 탈북민이 북에 가족을 두고 있는 경우 마음이 조급하겠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꼭 알려야하는 상황이다. ‘비욘드 유토피아’가 탈북 루트, 탈북 과정을 노출함으로써 흥행을 한건데, 지금 미국에서까지 상영 투어를 하면서 후원금을 쓸어모으고 있다고 한다. 그 후원금은 ‘이 돈으로 몇사람이라도 데려오라’는 것이기 때문에 몇몇이 후원금의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서 무리하게 움직이는 거다. 질나쁜 브로커들에게 접촉해 다수 탈북민들이 붙잡히는 건 상관 없고, 그저 한두명이라도 성공시켜 데려오기만 하면 된다는 요구를 한다는 거다. 2000년대에도 KBS, MBC가 중국에 카메라를 들고 가 탈북 루트를 헤집고 다니면서 더 위험해진 역효과가 났다. 당시 방송국 PD들은 상을 받았지만 탈북민 구출 현장은 쑥대밭이 됐다. 현재 ‘비욘드 유토피아’도 파장과 부작용이 너무 크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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