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반장' 이제훈 "최불암 선생님 정신까지 닮으려 노력"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최불암 선생님의 젊은 시절을 연기하려니까 덜컥 겁이 나고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막막함이 솔직히 컸어요. 처음에는 '수사반장' 속 선생님의 몸짓과 말투, 목소리까지 따라하려고 생각했죠."
지난 18일 종영한 MBC 드라마 '수사반장 1958'에서 서울 종암경찰서 수사 1반 형사 박영한을 연기한 이제훈은 2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을 만나 배역을 맡았을 때의 부담감을 털어놨다.
그도 그럴 것이 '수사반장 1958'은 최고 시청률 70%의 신드롬을 일으켰던 옛 드라마 '수사반장'의 프리퀄(시간상 앞선 이야기를 다룬 속편)이고, 드라마의 상징과도 같은 박영한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다는 것은 어떤 배우에게도 버거운 일일 수밖에 없었다.
이제훈은 드라마 종영을 기념한 이날 인터뷰에서 "그렇게 최불암 선생님과 똑같이 연기하려고 하면 할수록 표현에만 매몰된다는 기분이 들었고 '내가 헛발질하는 게 아닐까' 하는 고민이 커졌다"며 "그래서 '수사반장'뿐 아니라 다른 작품들과 광고까지 모든 걸 찾아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우려와 달리 이제훈은 범죄자들을 철저하게 응징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범죄자일지라도 안타까운 사정이 있는 이들을 선처해달라고 탄원서를 쓰는 따뜻한 모습의 박영한을 연기해 호평받았다. 또 최불암 특유의 "파하" 하는 소리의 웃음소리를 그대로 재현해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제훈은 "최불암 선생님이 연기하신 작품들에서 수많은 모습을 봤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표현하시는 것을 느꼈다"며 "선생님의 마음이나 정신을 닮아가려고 노력했고, 그렇게 힘을 얻고 용기를 내서 연기할 수 있었다"고 비결을 설명했다.
그렇게 탄생한 '수사반장 1958'은 첫 회부터 10.1%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MBC가 금토드라마를 편성한 이래 가장 높은 첫 회 시청률이었다.
이제훈은 이 같은 기록을 두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특히 이 작품을 기억하는 어르신들이 많았기 때문인 것 같다"며 "매 회가 끝날 때마다 주위 어른들이 '예전에 진짜 저랬다'는 얘길 해주셨는데, 그 시절을 사셨던 분들이 향수에 젖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이야기를 현재와 비교하면서 본다면 중장년층뿐 아니라 남녀노소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작품이었고, 덕분에 많은 관심을 받았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제훈은 드라마 '모범택시' 시리즈에서도 법이 처벌하지 못하는 악인들을 단죄하는 정의로운 택시 기사 김도기 역할을 맡았고, '수사반장 1958'에서도 열혈 형사 박영한을 연기했다.
그는 공통점이 많은 두 인물을 연기한 이유에 대해 "우리 사회가 그렇지 못한 일이 많다 보니 시청자들이 사필귀정과 인과응보가 이뤄지는 드라마를 보면서 대리만족하거나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며 "많은 분이 그런 작품을 좋아하시기 때문에 저 역시 그런 작품에 끌리고 선택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두 인물의 차이에 대해선 "김도기가 어둠의 기사 배트맨이라면 박영한 형사는 슈퍼맨 같은 인물이라고 생각한다"며 "박영한은 '이런 사람이 있다면 세상이 조금 더 깨끗하고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이제훈은 잇달아 정의를 구현하는 인물을 연기하면서 행동거지나 마음가짐에도 더 조심스러워졌다고 털어놨다.
"제가 무단횡단을 하거나 갑자기 가래가 끓어서 침을 뱉는 행동을 하면 '누가 보지 않을까?' 하고 의식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사실 그게 어렵거나 불편한 게 아니라 당연한 일이잖아요? 그런 생각이 들면서 스스로 반성하기도 했죠."
이제훈은 연기 활동에서도, 그 외의 활동에서도 쉼 없이 일하는 사람으로 잘 알려져 있다.
배우로서는 거의 매년 끊임없이 영화 내지 드라마에 출연해왔고, 그가 출연한 영화 '탈주'가 올해 7월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내년까지 촬영 스케줄이 거의 정해져 있다고 한다.
2021년에는 연예기획사 컴퍼니온을 설립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유튜브 채널 '제훈씨네'를 개설해 독립영화를 소개하고 있다.
로맨스 연기에 대한 욕심도 강하게 드러냈다. 그가 출연한 영화 '건축학개론'(2012)은 정통 로맨스물로는 이례적으로 400만 관객을 동원한 바 있다.
"왜 (로맨스 작품 제안을) 안 주시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지금의 제 외모가 영원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하루라도 더 젊을 때 로코(로맨틱 코미디)나 로맨스를 통해서 사랑에 대한 표현을 더 많이 하고 젊은 모습을 남기고 싶어요. 저를 찾아주시면 좋겠고, (제안을) 너무나 기다리고 있습니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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