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대통령실이 경제안보 통합전략 큰 그림 그려야"
"정치안보적 고려 기업활동에 큰 영향, '선거의 해' 올해 더 뚜렷"
[서울=뉴시스] 변해정 기자 =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20일 "대통령실이 컨트롤타워가 돼 경제안보 통합 전략의 큰 그림을 그려나가는 시스템 정비가 선결 과제"라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외교부 경제안보외교센터와 한국국제정치학회 공동 주최로 열린 '제5차 경제안보 외교포럼'에서 "안보적 시각에서 다뤄야 할 경제 문제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로 촉발된 '라인 사태'를 염두한 발언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가 네이버의 라인야후 지분 매각을 행정지도라는 명목으로 사실상 강제하고 있는 일련의 움직임에 대한 우리 정부의 초동 조치는 매우 아쉽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일 양국 간 외교전으로 비화하기 전까지 외교부는 우리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를 방지하기 위해 일본과 소통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강조했고, 대통령실이 뒤늦게 "반일을 조장하는 정치 프레임이 국익을 훼손하고 우리 기업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정치적 역풍만 야기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정학적·지경학적 리스크 심화 등 경제안보를 둘러싼 도전에 적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난 1월 국가안보실 산하 경제안보·과학기술·사이버 안보를 포함한 신흥 안보 업무를 담당하는 3차장직을 신설한 바 있지만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 셈이다.
문제는 라인야후 사태와 같은 해외투자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 빈번하게 발생할 여지는 커졌다는 점이다.
조 장관은 "경제 따로 안보 따로 작동하기 어렵게 긴밀히 연결돼 있다"면서 "과거와 달리 미국이 경제 분야에서 우리에게 거리낌 없이 안보 청구서를 내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시장경제 논리에 의해 결정되던 과거와 달리 정치안보적 고려가 기업 활동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변수가 됐다"면서 "70여개국에서 선거가 열리는 소위 '슈퍼 선거의 해'인 올해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다만 "새로운 환경이 우리에게 큰 도전을 안겨주지만 한편으로는 기회 요인도 적지 않다"면서 정치권과 민관이 함께 국제적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반도체 산업과 같이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분야에서 혁신 역량을 더욱 강화하고, 취약 분야에서는 기술력을 높이고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해 통합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의 전략적 자율성 제고 효과뿐 아니라 정책 역량과 실천 의지를 분명히 함으로써 외교적 갈등 현안에 대한 협상 레버리지를 강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또 "제도의 투명성과 정책 예측 가능성이 높을수록 신뢰와 설득의 힘이 커진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면서 "경제안보 시대에는 단기적 비용을 얼마나 감내할 수 있느냐가 생존 전략 승패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상윤 한국국제정치학회 학회장은 "최근 경제안보라는 개념이 부상함에 따라 기업들이 사업적 관점만으로는 대외 변수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게 됐다"면서 "경제안보적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와 기업의 바람직한 협력 모델을 구축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포럼에서는 이승주 중앙대 교수가 '경제안보 외교와 기업의 관계', 박승빈 아주대 교수가 '주요국의 경제안보 대응'에 대해 각각 발표하면서 정부가 경제안보 현장의 실질적 행위자인 기업과 쌍방향적 관계로서 협력을 구축해 나가야 함을 강조했다.
뒤이어 윤영관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 주재로 진행된 '지정학적 리스크 관리를 위한 정부와 기업의 협력 방안' 라운드테이블 토론에는 배영자 건국대 교수, 윤강현 법무법인 세종 고문, 윤창렬 LG글로벌전략개발원장, 이성우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통상본부장, 정철 한국경제인협회 한국경제연구원장, 조상현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패널들은 급변하는 대외환경이 우리 민생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위기를 기회로 바꿔가기 위한 효과적인 민관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민관이 경제안보 정보를 적극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교한 정책 결정과 대응이 신속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데 공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jp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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