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울화통 터져…" 제주 마늘 첫 수매에도 농민들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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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춘, 벌마늘 막 섞여서 들어와신게. 가격 조정 좀 해야 되크라." 20일 서귀포시 대정읍 일과리 대정농협 산지유통센터.
농협에서 자체 예산을 들여 벌마늘 등 2차 생장 피해를 입은 마늘을 사들이고 있지만 농민들은 울상이다.
농협 관계자는 "농가를 위해 자체 예산을 들여 수매하고 있다. 가격이 ㎏당 7600원 이상은 돼야 깐마늘 공장을 운영할 수 있다. 그 이하가 되면 우리가 그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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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춘, 벌마늘 막 섞여서 들어와신게. 가격 조정 좀 해야 되크라."
20일 서귀포시 대정읍 일과리 대정농협 산지유통센터. 강창규 유통센터과장이 포대에 담긴 마늘을 검사대에 풀어놓은 채 품질 검사를 했다. 이날 올해 첫 생산된 마늘 수매가 이뤄졌다.
강 과장은 "정상적인 마늘은 쪽이 하나로만 돼야 하는데, 이추룩(이렇게) 한쪽이 여러 쪽으로 갈라져 이신게. 200원만 조정하게 마씸(조정하자)"이라고 하자, 농민은 한숨을 내쉬었다.
마늘을 가득 실은 차량이 센터 입구에서부터 바깥 100m까지 줄지었다. 땡볕에 검게 그을린 농민들 얼굴에는 저마다 그늘이 가득했다. 이상 기온으로 올해 마늘 작황이 좋지 않아서다.
1만 5천 평 규모의 마늘 밭을 경작하는 오영남(65)씨는 "원래 마늘을 두 차에 실어서 왔는데 올해는 한 차에도 간신히 실었다. 날씨가 안 좋아서 수확량이 크게 줄었다"고 토로했다.
올해는 비도 많이 오고 일조량이 적어서 제주 마늘에 생장 피해가 확산됐다. 마늘 대 입 안쪽에 새 잎이 나는 '벌마늘'과 습기로 인해 뿌리가 썩어 잘 자라지 않는 '무름병'이 발생했다.
실제로 올해 도내 마늘 생산량은 1만6625톤으로 예상된다. 최근 5년간 평균 2만5334톤가량 생산됐는데 31.1% 준 것이다. 벌마늘 등 2차 생장 발생률도 이 중 57.8%로 역대 최대치다.
마늘 농가들의 피해가 이어지자 대정농협에서는 계약 농가를 대상으로 ㎏당 2400원씩 가격을 보전해주고 사들이고 있다. 정부에서 정한 ㎏당 1920원보다 480원씩 더 보전해주고 있다.
품질이 '상'인 경우엔 ㎏당 3800원, '중'인 경우 ㎏당 3100원까지 보전해주고 있다.
농협에서 자체 예산을 들여 벌마늘 등 2차 생장 피해를 입은 마늘을 사들이고 있지만 농민들은 울상이다. 기본적으로 생산량이 줄었을 뿐만 아니라 수매 단가도 만족스럽지 않아서다.
대정읍 하모리에서 6000평 규모로 마늘 농사를 짓는다는 이문수(67)씨는 "수확량이 다른 해보다 40%가량 줄었다. 물량도 안 나오는데 단가도 약하다. 열 받아서 혈압이 오른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농협과 계약을 맺지 않은 농가에서 생산된 마늘이 시장에 풀릴 경우다.
농협에서 사들인 마늘은 정부 방침으로 8월 17일부터 유통이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일반상인이 비계약 농가의 생장 피해 마늘을 사들여 싼 가격에 팔면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서다.
올해 마늘 생산량 1만6625톤 중 50%(7700톤)가량이 농협과의 비계약 농가로 추정된다.
농협 관계자는 "농가를 위해 자체 예산을 들여 수매하고 있다. 가격이 ㎏당 7600원 이상은 돼야 깐마늘 공장을 운영할 수 있다. 그 이하가 되면 우리가 그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고 했다.
"제주도에 비계약 농가를 대상으로도 수매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을 요청했지만 묵묵부답이다. 오늘 내일 중으로 수매가 끝나는데, 제주도가 대체 무얼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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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CBS 고상현 기자 kossang@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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