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보 기억 소환할 뻔 했던 키움, 난세의 영웅 고영우가 선보인 ‘최강야구’

김하진 기자 2024. 5. 20.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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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고영우. 키움 히어로즈 제공



하마터면 오래된 옛 기록이 소환될 뻔 했다.

키움은 지난 1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SSG와의 경기에서 10-3으로 승리했다.

모처럼 고척스카이돔에서 거둔 승리였다. 키움은 지난 4월17일 KT전부터 이어진 홈 13연패 기록의 사슬을 끊어냈다. 1패만 더했으면 KBO리그 역대 홈 경기 최다 연패 기록과 같아지는 상황이었다. 이전 홈 경기 최다연패 기록은 1987년4월23일부터 5월30일까지 청보 핀토스가 기록한 14연패다.

홈구장에서 충분한 예행 연습이 없어서일까. 키움은 올시즌 개막을 앞두고 고척스카이돔에서 단 한 차례만 경기를 치렀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가 고척돔에서 개막전을 치러야했기에 키움은 구장이 재정비되는 동안 원정 경기를 떠돌아야했다. 시범경기 기간 동안 홈구장에서 치른 경기는 LA 다저스전 단 한 경기 뿐이었다. 가뜩이나 선수층이 얕은데다 홈구장에서의 적응기를 거치지 못했기에 우려 속에서 개막을 맞이했다.

걱정대로 키움은 개막 후 4연패에 빠졌다. 첫 홈 경기인 3월29일 LG전에서도 패했다. 그러나 다행히 3월30일 LG전에서 8-3으로 승리하며 시즌 첫 승리를 올리렸다. 키움은 다음날 경기도 승리해 위닝시리즈를 달성했고 상승세를 탔다. 홈 경기의 승리가 반등의 계기가 됐다.

그러나 4월 중순부터 홈구장에서의 부진과 함께 순위도 차츰 떨어졌다. 선수들의 줄부상이 이어지면서 그동안 타격의 힘으로 버텨왔던 키움이 점차 하락세를 탔기 때문이다. 순위는 거의 최하위까지 다가갔다. 연패 타이 기록의 불명예까지 쓰게 된다면 키움의 분위기는 더 떨어질 수도 있었다.

키움 고영우. 키움 히어로즈 제공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난세의 영웅이 등장했다. 내야수 고영우가 맹타를 휘두르며 팀 연패 탈출을 이끈 것이다. 고영우는 19일 고척 SSG전에서 1번 3루수로 선발 출장해 4타수 2안타 1볼넷 2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1-2로 뒤진 5회 1사 1·2루에서 SSG 오원석을 상대로 우전 적시타를 뽑아내 승부를 다시 원점으로 만들었다. 로니 도슨의 우전 안타 때 3루까지 진루한 고영우는 김혜성의 2루 땅볼 때 득점까지 올렸다. 키움은 5회에만 3점을 뽑아내며 달아났다.

6회에는 눈야구도 선보였다. 고영우는 1사 만루에서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내 추가 득점을 올렸다. 키움은 6회에도 3득점을 올리며 승기를 굳혀갔다.

그리고 8회 1사 1루에서 좌전 안타를 쳐 또 출루에 성공한 뒤 도슨의 홈런으로 함께 홈으로 들어왔다.

고영우는 경남고 시절 타격에서는 두각을 드러냈다. 이주형과 같은 경남고 출신으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러나 수비의 약점을 지우지 못했고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해 성균관대로 진학했다. 대학에서는 수비형 선수로 거듭났고 졸업한 후 202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4라운드 39순위로 키움의 지명을 받아 고대하던 프로 입문의 목표를 이뤘다. 프로에 데뷔하기 전에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에도 출연해 얼굴을 알렸다.

홍원기 감독도 고영우가 타격에 재능이 있는 선수란걸 잘 알고 있었다. 홍 감독은 “고영우가 노시환, 한동희 등이 있는 쟁쟁한 경남고에서 이들에 뒤지지 않게 잘 쳤다고 한다. 그만큼 기술이나 실력은 가지고 있는 선수라고 봐야한다”고 했다. 수비도 합격점이다. 홍원기 감독은 “3루나 2루에서는 합격점이었고 유격수도 좌우 폭이 넓은 수비를 하기보다는 안정적으로 수비 한다”라고 평가했다.

키움 고영우. 키움 히어로즈 제공



고영우는 ‘기회의 땅’ 키움에서 점차 자신의 실력을 드러내고 있다. 개막 엔트리에 포함된 6명의 신인 중 한 명이었던 고영우는 4월까지 38타수 12안타 4타점으로 서서히 두각을 드러내다가 5월 들어서는 타격감이 폭발했다. 5월 11경기에서 타율 0.485(33타수 16안타) 6타점을 기록하며 ‘난세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최근 1번 타자로 출장하면서 팀의 톱타자 고민도 지웠다. 또한 올시즌 치열한 신인왕 레이스에도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을 갖췄다.

고영우는 “시즌 초반에는 나쁜 공에 자꾸 손이 나갔던 것 같아서 최근에는 삼진을 당하더라도 나만의 존을 지키려 하고 있다. 들어오는 공을 놓치지 않으려하다보니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오윤 타격 코치님이 항상 자기가 해결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타석에 서라고 하셨다”며 해결사로서의 마음가짐을 전했다.

신인왕에 대해서는 “지금은 매일매일 경기에 집중하려 한다”며 “계속 기록을 쌓아서 팀에 기여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바람을 표했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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