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의 날, 만 19세가 되는 아이는 뭘 할 수 있을까?
일생에 단 한 번 맞는 기념일은 흔치 않다. 그중 하나가 성년의 날이다. 우리나라는 매년 5월 셋째 주 월요일을 법정기념일인 성년의 날(올해는 5월 20일)로 지정하고 있다. 만 19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을 맞이한 성인들을 축하하는 날이다.
오래 전, 분명히 나도 그런 날이 있었다. 아쉽게도 당시는 크게 와 닿지 않았다. 세월 참 빠르다. 어느새 큰 아이가 성년이 됐다. 성년의 날은 고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 광종, 세자에게 원복을 입혔다는 데서 유래했다.
성년이 되면 무엇이 달라질까. 사실 크게 체감하기 어려울지 모르겠다. 우린 이미 성년 전 주민등록증을 받기 때문이다(나도 주민등록증 받을 때 좀 더 뭉클했다).
지난해 6월 28일부터 만 나이가 적용됐다. 큰 아이는 2005년 가을에 태어났다. 즉 아직 생일이 안 지나, 만 나이 18세, 연 나이 19세다. 만 나이 계산법은 단순하게 생각하면 쉽다. 만 나이는 오늘 날짜 기준으로 본인 생일이 지났으면 현재 연도에서 태어난 연도를 뺀다. 생일이 지나지 않았다면 거기에 1을 더 빼준다. 아직 생일이 지나지 않은 큰 아이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결론부터 보자. 만 나이 적용을 받지 않는 건, 술과 담배 구매, 병역 의무, 공무원 시험 응시 등이다. 아이는 올 새해 벽두부터 슬그머니 나갔다 활기차게 들어왔다. 편의점에 다녀온 듯 손에는 맥주 같은 주류가 들려있었다(그 와중에 참 야무지게(?) 골고루 골랐다). 술, 담배는 만 나이가 아닌 연 나이 19세에 구매 가능하다. 아이는 금지했던 술 한 모금 맛보는 걸로 19세 문턱을 넘었다.
4월 10일에는 국회의원선거가 있었다. 기표소는 아이에게 비밀의 공간이었나. 생애 첫 투표를 마친 아이는 그간 궁금증이 풀렸다는 듯 말했다. 지금껏 투표 인증샷만 보고 손등에 찍는 도장은 따로 있는 줄 알았단다.
아이가 투표했다는 말에 놀란 건 부모님(할아버지, 할머니)이었다. 벌써 투표할 수 있냐고 재차 묻자 아이는 “생일 지난 2006년생도 투표 하는데요”하고 답했다. 그 목소리에는 뭔가 뿌듯함이 묻어 있었다. 투표는 만 18세 되는 날(생일을 맞는 날)부터 가능하다.
“아이고 투표도 하고 다 컸네. 앞으로 뭐하고 싶어?” 늘 아이 앞날을 고심하는 부모님(할아버지, 할머니)이다. 공무원 7급 응시 연령이 낮아졌다는 소리에 공무원 시험을 봐도 되겠다며 슬쩍 묻는다. 아이는 얼버무린다. 아직은 직업보다는 자유로운(?) 생활을 즐기고 싶은가 보다. 올해부터 지방공무원 7급 이상 응시는 연 나이 18세(2006년 12월 31일생 이전)부터 할 수 있다.
또 얼마 전 문체부에서 처음 실시한 문화예술패스나 병역판정검사는 연 나이 19세인 2005년생들이라면 모두 받게 된다. 운전면허는 만 18세부터 가능하다. 아이도 문화예술패스를 신청해 잘 쓰고 있고 운전면허를 따고 운전대를 잡을 수 있다.
“사실 뭐 다 컸죠. 얘 나이는 부모 동의가 있으면 결혼도 가능하잖아요.”(나)
“결혼? 그렇구나!” 아버지는 결혼 성립이 만 18세면 부모 동의 하에, 만 19세면 당사자끼리 결정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다만 그분들 눈에는 아직 어린 아이와 연관을 짓기 어려운 듯싶다(큰 아이는 현재 관심 없어 보이지만).
5월 1일부터 영화관이나 OTT의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 연령 제한도 바뀌었다. 이전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는 만 18세 미만부터 볼 수 없었지만, 청소년보호법과 일치하도록 법이 개정됐다. 즉, 연 나이 19세부터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를 볼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 민법에서는 만 19세를 성년으로 본다. 얼마 전 아이가 은행에 만기된 적금을 찾으러 갔더니, 그건 생일이 지나야 본인 혼자서 찾을 수 있단다(생일 전에는 부모 모두 와야 가능하단다). 또 공항 출입국심사에서도 아직 생일이 안 지났다며 미성년자로 간주했다.
5월 20일은 성년의 날이다. 내 기억 속엔 지인에게 향수만 받은 생각이 난다(찾아보니 요즘도 성년의 날 선물은 비슷하다). 그렇지만 올 성년의 날 나는 향수를 사진 않았다(선물은 친구에게 받으렴). 성년의 날을 맞은 아이에게 좀 더 큰 의미를 주고 싶다. 뭐냐고? 내 경험에 비춰 바라는 건 하나다. 역할이 커진 만큼 의무도 뒤따른다는 걸 느껴보면 좋겠다. 그런 마음으로 좀 더 넓게 펼쳐질 인생의 문을 활짝 열어보자. 성년이 된 걸 축하한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김윤경 otter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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