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원 대리처방' 연루된 두산 베어스 관계자, 8명 넘어설 수도
두산 출신 은퇴 선수도 대리 처방 시인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윤보람 기자 = '오재원 리스크'가 한국프로야구와 두산 베어스를 위협하고 있다.
졸피뎀 성분의 수면유도제를 대리 처방받아 오재원에게 건넨 두산 구단의 현역 선수·팀 관계자가 '자진 신고'한 8명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두산 베어스 구단에서 자체로 확인해 명단을 통보한 8명과 이외 전·현직 선수 5명 등 13명의 조사를 마무리했다"며 "13명은 대리처방 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1차로 우리가 확인하고 싶었던 13명의 조사를 마쳤기 때문에 이 부분은 결정을 앞두고 있다"며 "혹시라도 더 나오는 게 있는지 들여다볼 생각이다. 구체적인 단서가 있는 건 아니지만, 두산 측에서 확인한 게 8명이고 우리(경찰)가 보기에 8명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 합리적인 의심"이라고 덧붙였다.
2007년부터 2022년까지 두산에서만 뛰고 은퇴한 오재원은 현재 '마약 사범'으로 조사받고 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및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 협박 등), 주민등록법 위반, 특수재물손괴, 필로폰 수수 등 혐의로 기소됐다.
특히 졸피뎀 성분의 수면유도제 2천242정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으며, 대리 처방받은 수면제를 오재원에게 전달한 혐의로 전·현직 프로야구 선수 13명도 조사받았다.
13명 중 8명은 두산 현역 선수다.
이들 8명은 대부분 2군 선수로 오재원의 강압에 못 이겨 수면제를 건넸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경찰은 "위력에 의해 할 수 없이 (대리 처방을) 해줬다면 최종적인 판단에서 참고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미 오재원의 범법 행위로 큰 타격을 입은 두산으로서는 '대리처방에 연루된 선수와 관계자'가 자진 신고한 8명에 그쳐야 그나마 근심을 덜 수 있다.
하지만, "8명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경찰의 판단에 두산 구단은 더 조심스러워졌다.
조사 받은 두산 현역 선수 8명 외 전·현직 5명 중에도 '두산 출신 은퇴 선수'가 있다.
두산 관계자는 "구단 자체 조사를 통해 확인한 '오재원에게 대리 처방을 해준 현역 선수'는 8명"이라고 재차 강조하며 "경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신중하게 말했다.
오재원은 전 소속 구단인 두산에 치명적인 상처를 안겼다.
오재원은 16시즌 동안 두산에서만 1군 1천570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7, 64홈런, 521타점, 678득점, 289도루를 올렸다.
두산이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시즌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고 3번 우승(2015, 2016, 2019년)하는 동안 오재원은 핵심 내야수로 뛰었다.
2015년과 2019년에는 주장 완장을 차고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기록상으로 아주 뛰어난 선수는 아니었지만, 두산 구단은 '원클럽맨' 오재원을 위해 2022년 10월 8일 성대한 은퇴식을 열었다.
현역 시절, 다소 과격한 행동으로 다른 구단 선수와 충돌한 적이 있는 오재원은 은퇴 후에는 더 자주 구설에 올랐다.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코리안 특급(박찬호)을 매우 싫어한다"며 "전 국민이 새벽에 일어나 응원했던 마음을, 그 감사함을 모르는 것 같다. (박찬호가) 해설하면서 바보(로) 만든 선수가 한두 명이 아니다. 그것에 관한 책임은 지지 않았다"고 주장해 논란을 불렀다.
당시 여론은 박찬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특별고문을 옹호했다.
오재원은 TV 해설자로 일할 때는 한 투수가 몸에 맞는 공을 던지자 "대놓고 때린(던진) 것이다. 난 이런 상황을 가장 싫어한다"며 '고의적인 빈볼'이라고 단정해 경기장 안팎에서 비판받기도 했다.
은퇴 뒤 구설에 두산 구단은 '이미 팀을 떠난 은퇴 선수'라고 거리를 둘 수 있었다.
하지만, 오재원이 은퇴하기 전에 후배들을 강요해 대리 처방을 받은 사실이 확인되면서 두산 구단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자진 신고한 현역 선수 8명 외에 두산 현역 선수 또는 관계자가 수면제 대리 처방에 연루된 사실이 밝혀지면 두산은 더 큰 부담을 안게 된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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