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프로도 감사했냐"…'하이브-민희진' 싸움에 가수들 '피멍' [연계소문]
연(예)계 소문과 이슈 집중 분석
민희진vs하이브, 법정 다툼에 장외전까지
뉴진스 등 언급하며 감정 싸움 치달아
아티스트 이미지 타격도 불가피
'경영권 찬탈 의혹' 대립 팽팽
"나한테 맞다이로 들어와! 뒤에서 XX 떨지 말고."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모회사 하이브를 향한 거침없는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20일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따르면 민 대표는 전날 오후 "투자자, 거래처를 접대한다고 텐프로에 들락대는 이들도 감사했나"며 하이브에 날을 세웠다.
하이브가 민 대표가 두나무, 네이버 관계자들과 만남을 가진 것에 대해 경영권 탈취가 목적이었다고 지적하자 이에 반박한 것이다. 양측이 양보없는 설전을 펼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아티스트들이 언급되는 등 감정싸움이 격화하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 "민, 뉴진스 멤버들 비하" vs "밀어내기 만연"
하이브 측이 새롭게 공개한 내용은 민 대표가 아티스트 및 구성원들을 향한 비하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는 것. 하이브는 민 대표의 진정성을 의심했다. "겉으로는 누구보다 뉴진스를 위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뉴진스 멤버 본인들마저 온갖 비속어로 비하하며, 그 부모님을 이용해 자신의 잇속을 챙기고자 몰골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면서 "민 대표가 (뉴진스) 엄마와 같은 심정이라고 말하면서도 실상은 측근들에게 '뉴진스 멤버들을 아티스트로 대우하는 게 힘들다', '역겹지만 참고 뒷바라지하는 것이 끔찍하다', '뉴진스 멤버가 아니라 내 덕분에 성공한 것'이라며 뉴진스 멤버들을 무시하고 비하하는 발언을 수시로 쏟아냈다"고 지적했다.
민 대표의 기자회견 이후 '을의 직장인', '여성' 등에 포커싱해 공감 여론이 조성된 것을 의식한 듯한 공격도 이어졌다. 하이브는 민 대표를 향한 해임 사유 중 하나인 '업무 수행에 대한 중대한 결격사유 발생' 사례를 전하며 그가 편향·왜곡된 성 인지 감수성을 지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24년 3월께 성희롱 사건이 발생하자 민 대표가 L 부대표에게 "여직원들에게 강압적 자세를 가질 것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여성 직장인들에 대해 상상을 초월하는 비하 발언을 지속했다면서 "페미XX 죽이고 싶음", "기집애들이랑 일하는 거 나 XX 싫어함. X징징", "회초리 때리고 싶은 애들만 가득" 등을 예로 들었다.
민 대표 측이 새로 제시한 건 '하이브의 음반 밀어내기'였다. '음반 밀어내기'란 발매 일주일간의 판매량, 즉 초동 판매량을 인위적으로 부풀리기 위해 앨범 판매사나 유통사가 물량을 대규모로 구매해주고, 이후 기획사가 팬 사인회 등의 행사로 판매를 지원해주는 행위를 일컫는다. 앨범이 팔리지 않으면 초동 기간이 지난 후 반품해 주는 조건을 달기도 한다.
민 대표 측은 하이브에 보낸 내부고발 이메일에 이러한 내용을 포함했다고 밝혔다. 하이브로부터 뉴진스의 '음반 밀어내기'를 권유받았으나 거절했으며, 하이브 레이블 내 만연한 일로 알고 있는 '음반 밀어내기' 거래를 조사해 엄중히 대처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 밖에도 이미 알려진 아일릿의 뉴진스 베끼기 등에 대해 지적했으나 빌리프랩으로부터 형식적인 답변만을 받았다고 민 대표 측은 주장했다.
아울러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뉴진스 멤버들의 인사를 받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멤버들이 이와 관련해 이야기한 카카오톡 대화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 아티스트 이미지까지 연쇄 타격 '어쩌나'
공방이 가열되며 아티스트들의 이미지 타격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하이브가 공개한 민 대표의 뉴진스 비하 내용은 그 자체로 아티스트 보호 목적이 있는지 의심하게 만든다.
아울러 민 대표의 '음반 밀어내기' 의혹은 'K팝 전체의 문제'로 확장되며 타 레이블 및 타사까지 건드리는 모양새다. 몇 년 새 글로벌 시장에서 최고의 성과를 거두며 K 콘텐츠의 주류로 자리매김한 K팝 산업에 큰 치명타가 될 수 있는 문제다.
이에 하이브는 "하이브 산하 레이블은 음반 밀어내기를 하지 않는다"면서 "민 대표는 세븐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엔하이픈, 르세라핌, 투어스, 아일릿, 아이브, 라이즈 등 사내외를 가리지 않고 여러 아티스트의 앨범 판매량이 발표되고 나면 '밀어내기나 사재기하는 거 아니냐'는 식으로 다른 아티스트들의 음반 판매량에 대한 근거 없는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민 대표에게 되묻고 싶다. 민 대표는 최근 '라이즈도, 투어스도, 아일릿도 전부 뉴진스를 카피하고 있다'는 발언을 서슴없이 해왔다. 정말 어도어는 뉴진스 이후 데뷔한 신인들이 모두 뉴진스의 아류작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뉴진스 멤버 전원과 부모들이 민 대표를 위해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주말에도 양측은 서로를 향한 공세를 이어갔다. 민 대표는 두나무, 네이버 관계자들과의 만남이 투자 목적이 아니었음을 주장하는 입장을 내며 "뉴진스와 저는 가족 같지만 그런 단순 가족 관계와는 또 다른 단단함으로 뭉쳐지게 된 것 같다. 그래서 뉴진스와 저의 관계는 여러분이 어떤 생각을 하시든 그 생각 이상의 관계라고 설명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며 재차 뉴진스와의 관계를 언급했다.
동시에 "뉴진스를 조금이라도 생각해주시는 분들이시라면 여러분께서 해주실 수 있는 일은, 이런 말 같지도 않은 사안에 최대한 멤버들이 오르내리지 않게 해주시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하이브는 "아티스트가 본 사안에 언급되지 않길 바란다면서 아티스트와 본인의 관계를 부각시키며 직접적으로 끌어들인 행태 또한 매우 부적절하다고 보고 있다"고 지적하며 민 대표를 향해 이제라도 감사에 응하라고 촉구했다.
◆ 사건의 본질, '경영권 찬탈 의혹' 증거는?
하이브 측은 "주주 간 계약은 민 대표가 어도어에 10억 원 이상의 손해를 입히거나 배임·횡령 등의 위법행위를 한 경우 등에 사임을 요구할 수 있다고 돼 있다"며 경영권 탈취를 목적으로 외부 투자 세력을 접촉한 것으로 해임 사유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하이브는 민 대표가 경영권 확보를 위해 두나무, 네이버 측과 접촉한 사실을 새로 공개했다. 민 대표가 경영권 탈취 목적으로 구체적인 계획하에 두나무, 네이버의 의사결정권자를 만나 하이브에 대해 비난을 하며 접근했으나 두 곳 모두 구체적인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차단하고 이러한 사실을 채무자에 전달했다는 주장이었다.
아울러 "민 대표가 투자처를 투자액 기준으로 1~10위 정도로 정리해 보라며 체계적인 우호 세력 관리를 지시했다"고도 했다.
하지만 민 대표 측은 변함없이 '경영권 탈취 의혹'을 부인했다. 민 대표 측은 "어도어 경영진이 하이브로부터의 독립 방안을 모색하고 사모펀드 운영사에게 하이브가 보유한 주식을 매입할 의사가 있는지를 묻고 다닌다니 구체적으로 (실행)한 적이 없다. 상상일 뿐이다. 이러한 상상의 실현 역시 하이브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민 대표는 투자를 타진한 사실이 없고, VC들로부터 뉴진스를 데리고 나오라는 조언을 받은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후 추가로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두나무, 네이버 측과의 만남은 민 대표의 지인 A씨의 초대로 이루어진 저녁 식사 자리로, 민 대표의 의도와 관계없이 자리를 함께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 대표는 "처음에는 누구인지도 몰랐고 본인 소개를 할 때 두나무의 C분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저녁 자리에 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본인도 참석하고 싶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뉴진스에 관심이 많았고 제작자인 제가 궁금하다는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또 "저는 몰랐지만, 참석자들 모두와 친분이 있던 네이버의 B분께도 연락이 되었는지 B분도 오시게 됐다. 그 자리는 당일 참석자들이 모두 증언해줄 수 있을 만큼 투자와는 무관한 사적인 자리로 마무리됐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두나무 같은 곳이 어도어의 주인이 되면 하이브나 어도어나 서로 좋을 수 있겠다는 막연한 대화를 나눴다"며 "하이브 동의 없이는 실현될 수 없다는 것을 저희가 모를 리 없다. 실현 가능성을 떠나, 당시 이 내용을 듣고 잠시나마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 가처분 인용 or 기각…이후 향방은?
이번 가처분은 오는 31일 예정인 어도어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하이브가 민 대표의 해임안에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민 대표 측은 "민 대표 해임은 본인뿐 아니라 뉴진스, 어도어, 하이브에까지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초래할 것이어서 가처분 신청 인용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주주간 계약상 하이브는 민 대표가 5년간 어도어의 대표이사·사내이사 직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어도어 주총에서 보유주식 의결권 행사를 해야 한다고 명확히 규정돼 있다"고도 했다.
하이브 측은 "사건의 본질은 주주권의 핵심인 의결권 행사를 가처분으로 사전 억지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 임무 위배 행위와 위법 행위를 자행한 민 대표가 어도어의 대표이사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로, 가처분 신청은 기각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해임 결의가 통과될 것이 명백한 상황에서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하는 채무자의 의결권 행사를 가로막으려는 이 사건 가처분 신청은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민 대표가 어도어 이사회 3인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80%의 지분을 가진 채무자의 주주권 행사가 가처분으로 봉쇄된다면 아무런 견제 장치가 없어서 부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원이 민 대표의 손을 들어줄 경우 하이브는 당장 민 대표를 해임할 수 없다. 반대로 가처분이 기각되면 하이브는 경영권 다툼에서 승기를 잡게 될 전망이다.
재판부는 양측에 필요한 자료를 24일까지 제출하라고 전하며, 주총이 열리는 31일 전까지 결정을 내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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