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프로도 감사했냐"…'하이브-민희진' 싸움에 가수들 '피멍' [연계소문]

김수영 2024. 5. 20.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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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의 연계소문]
연(예)계 소문과 이슈 집중 분석
민희진vs하이브, 법정 다툼에 장외전까지
뉴진스 등 언급하며 감정 싸움 치달아
아티스트 이미지 타격도 불가피
'경영권 찬탈 의혹' 대립 팽팽
민희진 어도어 대표, 방시혁 하이브 의장 /사진=연합뉴스


"나한테 맞다이로 들어와! 뒤에서 XX 떨지 말고."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모회사 하이브를 향한 거침없는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20일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따르면 민 대표는 전날 오후 "투자자, 거래처를 접대한다고 텐프로에 들락대는 이들도 감사했나"며 하이브에 날을 세웠다.

하이브가 민 대표가 두나무, 네이버 관계자들과 만남을 가진 것에 대해 경영권 탈취가 목적이었다고 지적하자 이에 반박한 것이다. 양측이 양보없는 설전을 펼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아티스트들이 언급되는 등 감정싸움이 격화하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 "민, 뉴진스 멤버들 비하" vs "밀어내기 만연"

하이브 측이 새롭게 공개한 내용은 민 대표가 아티스트 및 구성원들을 향한 비하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는 것. 하이브는 민 대표의 진정성을 의심했다. "겉으로는 누구보다 뉴진스를 위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뉴진스 멤버 본인들마저 온갖 비속어로 비하하며, 그 부모님을 이용해 자신의 잇속을 챙기고자 몰골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면서 "민 대표가 (뉴진스) 엄마와 같은 심정이라고 말하면서도 실상은 측근들에게 '뉴진스 멤버들을 아티스트로 대우하는 게 힘들다', '역겹지만 참고 뒷바라지하는 것이 끔찍하다', '뉴진스 멤버가 아니라 내 덕분에 성공한 것'이라며 뉴진스 멤버들을 무시하고 비하하는 발언을 수시로 쏟아냈다"고 지적했다.

민 대표의 기자회견 이후 '을의 직장인', '여성' 등에 포커싱해 공감 여론이 조성된 것을 의식한 듯한 공격도 이어졌다. 하이브는 민 대표를 향한 해임 사유 중 하나인 '업무 수행에 대한 중대한 결격사유 발생' 사례를 전하며 그가 편향·왜곡된 성 인지 감수성을 지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24년 3월께 성희롱 사건이 발생하자 민 대표가 L 부대표에게 "여직원들에게 강압적 자세를 가질 것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여성 직장인들에 대해 상상을 초월하는 비하 발언을 지속했다면서 "페미XX 죽이고 싶음", "기집애들이랑 일하는 거 나 XX 싫어함. X징징", "회초리 때리고 싶은 애들만 가득" 등을 예로 들었다.

민 대표 측이 새로 제시한 건 '하이브의 음반 밀어내기'였다. '음반 밀어내기'란 발매 일주일간의 판매량, 즉 초동 판매량을 인위적으로 부풀리기 위해 앨범 판매사나 유통사가 물량을 대규모로 구매해주고, 이후 기획사가 팬 사인회 등의 행사로 판매를 지원해주는 행위를 일컫는다. 앨범이 팔리지 않으면 초동 기간이 지난 후 반품해 주는 조건을 달기도 한다.

민 대표 측은 하이브에 보낸 내부고발 이메일에 이러한 내용을 포함했다고 밝혔다. 하이브로부터 뉴진스의 '음반 밀어내기'를 권유받았으나 거절했으며, 하이브 레이블 내 만연한 일로 알고 있는 '음반 밀어내기' 거래를 조사해 엄중히 대처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 밖에도 이미 알려진 아일릿의 뉴진스 베끼기 등에 대해 지적했으나 빌리프랩으로부터 형식적인 답변만을 받았다고 민 대표 측은 주장했다.

아울러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뉴진스 멤버들의 인사를 받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멤버들이 이와 관련해 이야기한 카카오톡 대화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 아티스트 이미지까지 연쇄 타격 '어쩌나'

그룹 뉴진스 /사진=한경DB


공방이 가열되며 아티스트들의 이미지 타격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하이브가 공개한 민 대표의 뉴진스 비하 내용은 그 자체로 아티스트 보호 목적이 있는지 의심하게 만든다.

아울러 민 대표의 '음반 밀어내기' 의혹은 'K팝 전체의 문제'로 확장되며 타 레이블 및 타사까지 건드리는 모양새다. 몇 년 새 글로벌 시장에서 최고의 성과를 거두며 K 콘텐츠의 주류로 자리매김한 K팝 산업에 큰 치명타가 될 수 있는 문제다.

이에 하이브는 "하이브 산하 레이블은 음반 밀어내기를 하지 않는다"면서 "민 대표는 세븐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엔하이픈, 르세라핌, 투어스, 아일릿, 아이브, 라이즈 등 사내외를 가리지 않고 여러 아티스트의 앨범 판매량이 발표되고 나면 '밀어내기나 사재기하는 거 아니냐'는 식으로 다른 아티스트들의 음반 판매량에 대한 근거 없는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민 대표에게 되묻고 싶다. 민 대표는 최근 '라이즈도, 투어스도, 아일릿도 전부 뉴진스를 카피하고 있다'는 발언을 서슴없이 해왔다. 정말 어도어는 뉴진스 이후 데뷔한 신인들이 모두 뉴진스의 아류작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뉴진스 멤버 전원과 부모들이 민 대표를 위해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주말에도 양측은 서로를 향한 공세를 이어갔다. 민 대표는 두나무, 네이버 관계자들과의 만남이 투자 목적이 아니었음을 주장하는 입장을 내며 "뉴진스와 저는 가족 같지만 그런 단순 가족 관계와는 또 다른 단단함으로 뭉쳐지게 된 것 같다. 그래서 뉴진스와 저의 관계는 여러분이 어떤 생각을 하시든 그 생각 이상의 관계라고 설명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며 재차 뉴진스와의 관계를 언급했다.

동시에 "뉴진스를 조금이라도 생각해주시는 분들이시라면 여러분께서 해주실 수 있는 일은, 이런 말 같지도 않은 사안에 최대한 멤버들이 오르내리지 않게 해주시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하이브는 "아티스트가 본 사안에 언급되지 않길 바란다면서 아티스트와 본인의 관계를 부각시키며 직접적으로 끌어들인 행태 또한 매우 부적절하다고 보고 있다"고 지적하며 민 대표를 향해 이제라도 감사에 응하라고 촉구했다.

 ◆ 사건의 본질, '경영권 찬탈 의혹' 증거는?

하이브 측은 "주주 간 계약은 민 대표가 어도어에 10억 원 이상의 손해를 입히거나 배임·횡령 등의 위법행위를 한 경우 등에 사임을 요구할 수 있다고 돼 있다"며 경영권 탈취를 목적으로 외부 투자 세력을 접촉한 것으로 해임 사유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하이브는 민 대표가 경영권 확보를 위해 두나무, 네이버 측과 접촉한 사실을 새로 공개했다. 민 대표가 경영권 탈취 목적으로 구체적인 계획하에 두나무, 네이버의 의사결정권자를 만나 하이브에 대해 비난을 하며 접근했으나 두 곳 모두 구체적인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차단하고 이러한 사실을 채무자에 전달했다는 주장이었다.

아울러 "민 대표가 투자처를 투자액 기준으로 1~10위 정도로 정리해 보라며 체계적인 우호 세력 관리를 지시했다"고도 했다.

하지만 민 대표 측은 변함없이 '경영권 탈취 의혹'을 부인했다. 민 대표 측은 "어도어 경영진이 하이브로부터의 독립 방안을 모색하고 사모펀드 운영사에게 하이브가 보유한 주식을 매입할 의사가 있는지를 묻고 다닌다니 구체적으로 (실행)한 적이 없다. 상상일 뿐이다. 이러한 상상의 실현 역시 하이브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민 대표는 투자를 타진한 사실이 없고, VC들로부터 뉴진스를 데리고 나오라는 조언을 받은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후 추가로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두나무, 네이버 측과의 만남은 민 대표의 지인 A씨의 초대로 이루어진 저녁 식사 자리로, 민 대표의 의도와 관계없이 자리를 함께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 대표는 "처음에는 누구인지도 몰랐고 본인 소개를 할 때 두나무의 C분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저녁 자리에 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본인도 참석하고 싶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뉴진스에 관심이 많았고 제작자인 제가 궁금하다는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또 "저는 몰랐지만, 참석자들 모두와 친분이 있던 네이버의 B분께도 연락이 되었는지 B분도 오시게 됐다. 그 자리는 당일 참석자들이 모두 증언해줄 수 있을 만큼 투자와는 무관한 사적인 자리로 마무리됐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두나무 같은 곳이 어도어의 주인이 되면 하이브나 어도어나 서로 좋을 수 있겠다는 막연한 대화를 나눴다"며 "하이브 동의 없이는 실현될 수 없다는 것을 저희가 모를 리 없다. 실현 가능성을 떠나, 당시 이 내용을 듣고 잠시나마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 가처분 인용 or 기각…이후 향방은?


이번 가처분은 오는 31일 예정인 어도어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하이브가 민 대표의 해임안에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민 대표 측은 "민 대표 해임은 본인뿐 아니라 뉴진스, 어도어, 하이브에까지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초래할 것이어서 가처분 신청 인용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주주간 계약상 하이브는 민 대표가 5년간 어도어의 대표이사·사내이사 직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어도어 주총에서 보유주식 의결권 행사를 해야 한다고 명확히 규정돼 있다"고도 했다.

하이브 측은 "사건의 본질은 주주권의 핵심인 의결권 행사를 가처분으로 사전 억지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 임무 위배 행위와 위법 행위를 자행한 민 대표가 어도어의 대표이사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로, 가처분 신청은 기각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해임 결의가 통과될 것이 명백한 상황에서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하는 채무자의 의결권 행사를 가로막으려는 이 사건 가처분 신청은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민 대표가 어도어 이사회 3인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80%의 지분을 가진 채무자의 주주권 행사가 가처분으로 봉쇄된다면 아무런 견제 장치가 없어서 부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원이 민 대표의 손을 들어줄 경우 하이브는 당장 민 대표를 해임할 수 없다. 반대로 가처분이 기각되면 하이브는 경영권 다툼에서 승기를 잡게 될 전망이다.

재판부는 양측에 필요한 자료를 24일까지 제출하라고 전하며, 주총이 열리는 31일 전까지 결정을 내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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