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빚으로 갚는 구조’…전세사기 1년, 개인회생까지 선택한 피해자들
‘선(先)구제 후(後)회수’ 담긴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통과 원하는 이유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 지난해 3월, 인천 계양구에서 전세사기를 당한 허민우(24) 씨는 지난해 6월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올해 9월 만기인 빌린 전세금 8000만원을 갚기 위해 매달 이자 30만원에 원금을 갚을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허씨는 “전세 피해자로 인정을 받으면 20년 만기로 전세금을 갚을 수 있지만, 빚을 갚기 전에 다른 곳에서 전세금을 빌리거나 주택 구매 자금을 빌릴 수도 없고 전세금을 다 갚아도 내 돈이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개인회생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전국 곳곳에서 전세사기가 발생한지 1년이 훌쩍 넘었지만, 피해자들의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 전세사기 특별법 제정으로 피해자들에게 대환대출을 지원해주는 등 방법을 마련했지만, 피해자들은 ‘빚을 빚으로 갚는 구조’는 다르지 않다며 특별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의 골자는 ‘선(先)구제 후(後)회수’다. 주택보증기금에서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돌려받지 못한 임차보증금을 국가가 먼저 지급한 뒤, 국가가 구상권을 청구해 추후 경·공매와 매각 등의 절차 등을 통해 비용을 회수한다는 내용이다. 피해자들은 현행 특별법은 피해자들이 빚을 떠안게 되는 구조라 개정안 통과를 통해 전세금을 일부라도 돌려받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 1일 목숨을 끊은 대구 전세사기 피해자는 유서에 “빚으로만 살아갈 자신이 없다”고 남기기도 했다. 민우 씨 또한 ‘빚을 내 빚을 갚는 구조’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피해자들은 현행 특별법의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해서라도 개정안 통과가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일례로 경·공매 유예가 있다. 현행 특별법 상에서는 경·공매 유예 기간이 최대 1년이라 그 이상 유예는 판사의 재량에 맡기고 있다. 지난해 5월 경매 유예 신청을 해 1년이 지난 부산 양정구 전세사기 피해자 김모(34) 씨는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해 다른 곳에서 전세금을 빌릴 수도 없는 상황에서 경매가 개시되면 살 곳이 없다”며 “전세사기 피해를 당한 집에서 떠나버리면 피해자 자격이 박탈될 수도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된다”고 했다.
부산 전세사기 피해자 이모씨(48) 또한 올해 말까지 경매 유예를 신청했지만, 그 다음이 막막하다고 한다. 지난해 2월 전세사기로 경찰에 고발장을 접수한 이씨는 올해 말까지 경매 유예 신청을 했다. 이씨는 “매달 빌린 전세금에 대한 이자가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전세사기 피해를 당한 집에서 살 때까지 살아야지 최소한의 금융 비용만 지출할 수 있다”며 “경매가 되더라도 전세금의 3분의 1밖에 못 받고, 최우선 변제금을 받을 수도 없기 때문에 경매를 최대한 유예해 이 집에 사는 것밖에 답이 없다”고 했다.
건물 관리 주체가 없는 것도 문제 중에 하나다. 2022년 전세사기가 터진 인천 미추홀구의 한 주상복합 건물에 살고 있는 강민석 씨는 “건물주와 관리업체가 한 통속인 걸 알아 관리업체를 바꾸고 싶지만 세입자들에게는 바꿀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면서 “관리비를 내지 않으면 단전단수 압박을 하고 실제로 물도 못 쓰게 수도꼭지를 떼 가는 등 횡포를 부리고 있지만 울며 겨자먹기로 내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지난해 12월에는 건물 외벽이 무너지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지만, 관리주체가 없어 보수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개정안에는 전세사기 피해 건물의 관리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에는 지방 자치에서 공공위탁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을 담고 있어 개정안 통과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철빈 전세사기·깡통전세피해자 전국대책위 공동위원장은 “개정안에는 경·공매 유예 기간을 늘려 강제 퇴거를 막아 피해자들의 고통을 줄이고, 피해자들이 개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에서 피해 가구를 매입해 함께 대응해주는 선구제 후회수 방안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의 고통은 누적되고 있는데 이번 회기 이내 통과가 안되면 언제 통과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회기 내 통과를 촉구했다.
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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