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으로 본 유튜버의 실체①] '37만 구독자' 박호두, 범죄 이용한 통장 건넨 시기 수차례 번복

문승용 2024. 5. 2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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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는 37만 유튜브 구독자를 보유하고 아프리카TV BJ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박호두 씨가 모해위증 혐의로 고소된 사건의 전말을 수사기록과 녹취록, 판결문에 적시된 문제점을 5차례에 나눠 보도한다. 사진은 박호두가 '깡패한테 돈 빌리면 생기는 일'이라는 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세상에서 제일 가져다 쓰기 좋은 돈이 깡패들 돈이다. 일단 가져와서 닦아 써야 되거든 뒤지든가 말든가 그런 배짱은 있어야 한다"는 방송 진행 모습./박호두 유튜브 캡처

개인 기호도에 따라 시청할 수 있는 편리성 높은 미디어 산업의 발전은 가히 폭발적이다. 황금알을 낳는 유튜브와 틱톡 등 개인방송의 정보는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시청자를 유혹하고 있다. 구독자가 많을수록 개인방송의 영향력과 파급력이 언론보다 더 크다 할 수 있으나 피해는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 상황이다. <더팩트>는 37만 명의 유튜브 구독자를 보유하고 아프리카TV BJ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박호두(가명, 44) 씨가 모해위증 혐의로 고소된 사건의 전말을 수사기록과 녹취록, 판결문에 적시된 내용을 토대로 3차례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주]

[더팩트 l 광주=문승용 기자] 전남 여수에 거주하는 20대 회사원 K 씨는 지난 2014년 6월 2일 자신의 이메일로 발송된 불법 홈트레이딩시스템(HTS) 프로그램 파일 '에프엑스원'을 내려받고 지정된 금융 계좌로 290여만 원을 입금했지만 운영자가 같은 해 12월 2일 사이트를 폐쇄한 뒤 입금한 돈을 돌려주지 않고 잠적해 피해를 겪었다며 경찰에 고소했다.

이 프로그램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거래소 허가를 받지 않고 국내 선물옵션, 금, 유로, 달러 등의 가상 거래를 중개하거나 추천하는 불법 프로그램이다.

경찰은 에프엑스원 고객센터 연락처에 대한 가입자 정보를 확인하고 박호두(가명·44) 씨를 용의자로 특정했다. 또한 범행에 사용된 금융계좌 예금주 3명과 관련자들에 대한 제적등본을 발급받은 경찰은 한 금융 계좌의 예금주가 박 씨의 외삼촌인 양모 씨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특히 범행 계좌에 인터넷 뱅킹으로 접속한 김모 씨가 2011년 인터넷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fx1004, fx365) 등을 운영한 혐의로 경기경찰청에 검거된 전력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박 씨와 김 씨가 공모해 해당 프로그램을 운영한 것으로 추정하고 2015년 3월 4일 서울 송파구 소재 성동구치소에 구속 수용된 박 씨를 찾아가 피의자 신문조사를 시작했다. 당시 박 씨는 투자비 명목으로 대금을 받아 변제하지 않은 사기 혐의로 기소됐는데 재판에 불출석한 이유로 체포돼 구속된 상태였다.

경찰은 이틀 뒤인 3월 6일 수사 보고에서 "피의자 박 씨는 선배인 A(모해위증 고소인) 씨에게 자신의 명의를 빌려주어 인터넷과 인터넷 전화를 개통해주고 외삼촌 명의(양 씨)의 계좌를 빌려주었다고 진술다"고 밝혔다. 또한 2014년 3월 28일부터 4월 13일까지 박 씨의 외삼촌 계좌에서 피의자 박 씨 계좌로 총 29차례에 걸쳐 1억 6000만 원을 이체받은 사실과 2014년 3월 28일부터 12월 2일까지 피의자 박 씨와 김 씨가 범행에 사용한 3명의 계좌에서 57억 2395만 원을 입금받았다고 보고했다.

경찰은 3월 9일 성동구치소를 재차 방문해 박 씨에게 1억 6000만 원의 현금이 이동한 사실을 물었다. 이에 박 씨는 A 씨에게 외삼촌 명의 은행 계좌를 넘겨준 시기가 2014년 8월 초순이며 주식 관련 카페인 '리스크제로'를 운영하면서 회원 100여 명에게 투자받은 대금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2016년 3월 7일 조사에서 경찰은 "1회 조사에서 외삼촌 명의 계좌를 2014년 3월 A 씨에게 넘겼다고 하고 2회 조사에서는 그해 8월이라고 했는데 어떤 것이 맞냐"고 물었고, 박 씨는 "주식 관련 사이트를 2012년 5월부터 2014년 6월 사이 운영해서 그 이후에 양도했으니 2014년 8월이 맞고 070 전화 2대도 넘겼다"고 진술했다.

피해자 K 씨가 불법 홈트레이딩시스템(HTS) 프로그램 파일 '에프엑스원'을 내려받아 회원가입 후 첫 입금한 시기는 지난 2014년 4월 10일이다. 박 씨의 진술대로 2014년 8월에 A 씨에게 통장과 인터넷 전화 등을 넘겼다면 그 시점까지는 에프엑스원을 운영한 피의자는 박 씨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박 씨는 "2014년 3월경 넘겨주었으나 A 씨에게 건네준 이후에도 (본인이) 계속 사용해 거래 내역이 겹친 것 같다"고 변명했다. 또한 "이 돈은 내가 쓴 내역이 아니며 내 명의의 신한은행 계좌 3개도 A 씨에게 같이 넘긴 것 같다. 2014년 6월경 넘겨준 것이 확실하다" 등으로 여러 차례 진술을 바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박 씨가 실제 운영자'라고 여러 차례 진술한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가상 선물거래를 하도록 한 사실을 자본시장과 금융 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이익금을 반환받을 수 있는 것처럼 믿게 해 2014년 4월 10일부터 2014년 11월 10일까지 6회에 걸쳐 합계 292만 원을 이체받아 편취한 것으로 사기 혐의를 적용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의자로 조사받던 박 씨가 위 프로그램의 운영자로 A 씨를 지목하면서 수사받게 된 사실과 '데이트레이드(에프엑스원과 이름만 다른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사용하던 박 씨의 외삼촌 명의 계좌와 인터넷 전화 등을 A 씨에게 양도해 주었다고 하나 양도한 시기에 대한 진술이 일관되지 않는다"며 "박호두 씨가 에프엑스원의 운영자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바 박 씨의 진술은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결론내렸다.

이어 "그 밖의 증거들만으로는 A 씨가 에프엑스원을 운영했다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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