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피해자 명예훼손 국민참여재판 공방 "2차 가해" vs "상식적 판단"
정철승 "SNS 글, 변호인으로서 정당 행위…법원 향한 여론 압박 우려"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피해자 신상을 공개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철승 변호사와 검찰이 국민참여재판 진행을 놓고 또다시 법정 공방을 펼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김중남)는 20일 오전 박 전 시장 유족을 대리했던 정 변호사의 성폭력범죄처벌법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피해자의 신원과 사생활 비밀누설)·개인정보보호법 위반·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 혐의 2회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검찰은 "이 사건 형사재판 참여에 관해 법률에서 정한 이유가 있다"면서 국민참여재판 배제 결정을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을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으로 형사고소한 사건"이라며 "범죄 피해자가 법정에 나와서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하면서까지 2차 가해가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을 감내하란 것은 가혹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사건 법률적 판단 필요성이 주요 쟁점"이라며 "직업 법관의 심리를 통해 정확히 판단할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덧붙여 "이 사건 법리에 관해 국민참여재판으로 단시간에 이뤄지면, 증거 기록이 두꺼운 상황에서 배심원이 법정에서 현출된 내용만을 토대로 법리적 문제를 검토하고 평결 내리긴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그뿐만 아니라 정 변호사가 박 전 시장 유족 요청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사건 관련 글을 게재한 행위에 대해 "피고인은 유족 대리인, 변호사 업무 관련 정당 행위를 했다고 하는데 변호사 업무가 SNS에 글을 올리는 건지 되묻고 싶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결국 이 사건 재판이 여론재판으로 쟁점화할 우려가 농후하다"며 "배심원 정치 성향에 따라 유무죄 결론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피해자 측 변호인도 이날 재판에 출석해 국민참여재판 반대 의사를 밝혔다.
피해자 측 변호인은 "피해자가 이 사건 법정에 나와서 말할 수 있는 내용들은 2022년 7월 이후 여러 차례 국가 기관에 진술한 바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피해자의 성희롱·성추행 피해가 인정된다는 결정이 나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법정에 나와서 할 수 있는 진술은 이미 모두 검증된 국가기관 문서에 기재돼 있고 그 문서 통해 판단하는 게 가능하다"며 "지금까지 피해자가 증언한 것 이외에 이 사건 법정에서 이야기될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정 변호사 SNS 게시글 관련해 "유족 요청으로 올린 것인지는 피고인이 증명해야 할 것"이라며 "당시 (인권위 결정이 잘못됐다는 유족의) 행정소송이 제기돼 있었고 유족 억울함을 밝히고 싶었다면 행정소송 절차로 충분히 가능한데, 소송 이외 방법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내용도 피해자 비방 일색에 사실관계 허위가 들어 있어서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이 분명하다"며 "피해자 국민참여재판 출석은 피해자에 대해 돌이킬 수 없는 2차 가해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정 변호사는 검찰과 피해자 측 주장에 반박하며 국민참여재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 변호사는 "당시 국민 분노가 너무 커서 피해자 일방 주장에 대한 팩트체크, 합리적 문제 제기조차도 2차 가해라고 해서 전부 다 비난을 받았다"며 "제가 이 사건 수임했던 2021년 6월만 해도 사회적 분위기는 똑같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당시 피해자는 12개 성범죄 피해를 주장했는데 인권위가 인정한 건 피해자가 매니큐어 칠한 손을 잡은 것과 음란 문자를 보냈다는 것 2가지"라며 "인권위는 형사 책임 여부를 가리는 기관이 아니라서 엉성한 기준으로 발표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엄격한 형사처벌 절차를 통했다면 단 하나도 인정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이런 사실관계가 전혀 보도되지 않았다. 이 사건 수임 변호사로서 일반 국민들에게 객관적으로 확인된 사실을 알리기 위해 SNS를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고소인과 피해자 측 변호인은 SNS에 올린 내용 하나하나를 다 허위 사실이라 해가지고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는데 대부분 고소가 검찰에 의해 무혐의 처분, 이에 대한 항고 기각됐다"며 "최근에 재정신청도 기각됐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런 사실을 보더라도 박 전 시장 유족의 변호인이었던 제가 성범죄 피해자를 비방하기 위해, 2차 가해를 하기 위해 허위 사실을 SNS 통해 유포했다는 피해자 측 주장이 인정될 수 없음이 확인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정 변호사는 "허위 사실 주장 관련해 국민의 일반 상식, 경험칙에 의해 충분히 판단 가능하다고 본다"며 "이 사건 재판부에 대한 사회 여론, 언론 압박이 있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날 양측 의견을 듣고 공준 기일을 종결했다. 국민참여재판 배제 결정이 확정되면 다음 기일 본격 재판이 시작된다. 정 변호사 요청이 받아들여지면 국민참여재판을 위한 준비절차가 진행된다.
younm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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