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복수국적자 국외여행연장, 병역면탈 도구 안 돼"
"국외여행연장, 가족 함께할 기회 제공 취지"
법원이 병역의무자가 미국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가진 부모와의 동거를 이유로 국외여행연장 허가를 신청하는 취지는 병역의무 이행 전 가족의 일원으로 일정기간 함께 생활할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즉 부모와 계속해 함께 살지 않았음에도 단순히 부모가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가졌다는 이유로 병역의무를 미루는 국외여행연장은 병역면탈의 도구가 될 수 있는 만큼 허가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수원지법 행정3부(부장판사)는 복수국적자인 A씨가 경인지방병무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국외여행기간 연장 허가 신청 거부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기각했다고 20일 밝혔다.
A씨는 1995년 대한민국 국적인 부모가 미국에서 출산한 복수국적자로, 2003년 7월께 부모를 따라 귀국했다가 2013년 7월 다시 출국해 줄곧 미국에 머물렀다. 그러다 만 18세가 되는 2013년 1월 병역준비역에 편입됐지만, 병역판정검사를 받지 않았고 2019년 11월 병무청장으로부터 '단기여행'을 사유로 2021년 12월31일까지 3차례 기간을 연장해 국외여행허가를 받았다.
이후 A씨는 2021년 12월10일 미국 영주권자인 어머니와 거주하는 복수국적자라며, 자신이 만37세가 되는 2032년 마지막 날까지 국외여행허가기간을 연장해달라고 신청했다.
그러나 경인지방병무청은 A씨의 어머니가 영주권을 취득한 2019년 2월22일 이후 1년에 통상 6개월 이상을 국내에 머물고 있다며 '계속해 국외에 거주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신청을 거부했다.
이후 A씨는 행정심판을 청구했지만,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이를 기각했고 결국 소송전으로 이어졌다.
재판부는 경인지방병무청의 처분이 재량권을 넘어서거나 행정절차법을 위반하지 않은 정당한 처분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재판부는 "이 제도의 취지는 복수국적자인 병역의무자의 부모가 실질적 삶의 터전을 국외로 이전함에 따라 자녀가 병역의무를 이행하기 전 가족의 일원으로서 일정기간 생활할 수 있는 기회를 줌으로써 헌법상 거주 이전의 자유와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따라서 기준 충족 여부는 신청인이 국외이주의 목적을 가진 부 또는 모와 '같이', '계속해', '실질적으로' 생활근거지를 국외에 두고 있는지에 따라 좌우된다"고 전제했다.
이어 "원고는 2013년 7월 출국했는데, 원고 모친은 출국 이후 이 사건 거부처분이 있을 무렵(2012년 1월1일부터 2021년 12월31일)까지 3천632일 중 3천328일을 우리나라에 머물렀고 원고는 미국에서 따로 생활했다"며 "또한 원고의 모친은 2019년 2월 미국시민권자인 원고의 부모 자격으로 영주권을 취득했고, 미국에서 사업을 영위한다거나 취업을 하는 등 생활근거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가 아니라 영주권 취득 시점을 국외 이주 시점을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병역의무는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어느 정도의 시간적·경제적 손실을 감수하고 이행하는 것으로 매우 중대한 공익"이라며 "국외이주를 이유로 만 37세까지 국외여행기간 연장허가를 받으면 도중에 허가가 취소되지 않는 이상 만 38세가 되면 병역의무가 면제돼 면탈 목적으로 복수국적을 유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혜택만 누리려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에 재판부는 "원고는 사건 거부처분이 취소되지 않으면 어렵게 구한 직장을 그만두고 귀국해야 하는 등 불이익이 매우 크다고 주장하지만, 거부처분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에 비해 더 크다고 보기 어렵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김경희 기자 gaeng2da@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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