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유쾌한 클롭, 후임 감독 '노래로 직접' 발표했다 "아르네 슬롯~ 라라라~"... 관중들도 감격 '떼창'
리버풀은 20일 오전 0시(한국시간) 영국 리버풀의 안필드에서 열린 '2023~24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38라운드 최종전에서 울버햄튼을 2-0으로 꺾었다. 이로써 리버풀은 승점 82(24승10무4패) 최종 3위로 시즌을 마쳤다.
이날 클롭 감독은 리버풀에서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지난 1월 클롭 감독과 리버풀과 상호합의 하에 계약 종료를 깜짝 발표한 바 있다. 당시 클롭 감독은 "이제 뭔가 에너지가 부족해진 느낌이다. 이런 얘기를 해야 한다는 것을 오래전부터 느끼고 있었다. 평생 리버풀을 내가 이끌 수 없다"며 "리버풀과 함께한 모든 시간과 추억은 여전히 너무 소중하다"고 사임 이유를 밝힌 바 있다.
경기 후 클롭 감독은 팬들에게 마지막으로 인사하는 자리를 가졌다. 클롭 감독은 리버풀 선수들과 가족들 직원들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이어 마이크를 잡고 "아르네 슬롯, 라라라! 아르네 슬롯, 라라라!"라고 노래를 불렀고 안필드 관중들도 이를 따라 불렀다.
유럽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시오 로마노는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클롭 감독에 의해서 슬롯 감독이 리버풀의 새 감독으로 발표됐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는 거의 10년 동안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정말 미친 일이다. 전 항상 경기장에 있었고 앞으로도 항성 거기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이제 나는 간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난 훌륭한 팀을 봤다. 생각보다 빨리 발전하는 리버풀을 본 것이다. 올 시즌에도 몇 번이나 우리의 중심을 지켜준 젊은 선수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리버풀 감독을 그만두고 첫날 무엇을 할지' 묻자 "계획이 없다. 할 일이 많겠지만 아직 아무것도 정하지 않았다. 아내가 제게 무엇을 할지 알려주고 난 행복하게 따라갈 것이다. 오늘 밤 파티가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다"고 웃었다.
현 소속팀과 계약이 끝나지 않은 감독이 차기 행선지를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슬롯 감독은 "마지막 경기를 준비하는 것을 지금까지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이제 현실이 되고 있다"며 "사람들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오늘 기자회견에 늦은 이유다. 나와 작별을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라며 페예노르트와 결별을 사실화했다.
리버풀은 그동안 사비 알론소(레버쿠젠), 로베르토 데 제르비(브라이튼), 루벤 아모림(스포르팅) 감독 등을 후보에 올렸다. 가장 유력한 후보였던 알론소 감독이 레버쿠젠을 분데스리가 우승으로 이끈 뒤 잔류를 선언하자 리버풀은 슬롯 감독에게 눈길을 돌렸다.
지난달 BBC는 "리버풀이 슬롯 감독을 영입하기 위해 움직였다. 계약 기간이 남아 있어 페예노르트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라고 보도한 바 있다.
슬롯 감독을 데려오려면 위약금 900만 파운드(약 155억원)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슬롯 감독은 "좋은 제안이 들어온 것으로 알고 있다. 페예노르트는 네덜란드에서 가장 높은 감독 이적료를 챙길 수 있을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리버풀을 위약금을 기꺼이 지불할 것으로 전해졌다.
리버풀 선수들도 슬롯 감독 영입에 긍정적인 반응이다. 같은 네덜란드인이자 리버풀 주장 버질 반 다이크는 슬롯 감독에 대해 질문을 받고 "그의 축구 철학, 운영 방식 등은 리버풀과 어울릴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리버풀이 슬롯 감독에게 눈길을 돌린 이유는 클롭 감독과 비슷한 면모를 지녔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 선수들을 발굴해 키우는 '팀 리빌딩' 능력이 뛰어나다. 알크마르와 페예노르트 시절, 열악한 재정에도 신예와 기존 선수들을 활용해 리빌딩에 성공했다.
슬롯 감독의 EPL 진출설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시즌 토트넘은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떠난 직후 슬롯 감독의 영입을 시도한 바 있다. 당시 슬롯 감독은 토트넘과 영입 협상을 벌이며 빅리그로 나아가고픈 속내를 솔직하게 전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 그는 리그 경기 기자회견에서 "모든 감독은 야망이 있다. 내가 2년 전 알크마르에서 페예노르트로 왔을 때도 그랬다. 나의 다음 단계는 네덜란드의 다른 팀으로 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런 경우 감독들은 해외로 향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항상 세계 최고의 리그가 EPL이라고 말해왔다. EPL이 세계에서 가장 큰 무대인 것은 분명하다"고 전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일어서며 슬롯 감독은 "런던에서 보자"고 웃으며 농담해 토트넘행이 거의 임박한 듯 보였다.
하지만 슬롯 감독은 토트넘과 협상 막판 마음을 바꿔 "아직 페예노르트에서 할 일이 끝나지 않았다. 멋진 시즌을 보냈고 더욱 발전하고 싶다. 리그 우승 타이틀을 지켜야 한다"고 잔류를 선언했다.이후 1년 뒤 슬롯 감독은 토트넘이 아닌 리버풀 지휘봉을 잡게 됐다.
박재호 기자 pjhwak@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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