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애 운동회 때 ‘아빠 대행’ 좀 해주세요”

김선영 기자 2024. 5. 20.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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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운동회에서 아이들 '아빠 대행' 역할 해본 분들 많습니다. 아빠 계주도 뛰고 자연스럽게 잘할 수 있으니 믿고 맡겨주세요."

최근 한국사회에서 이혼·미혼 출산 등으로 인해 한부모 가정이 늘어나는 가운데, 5월 초등학교 운동회 시즌을 맞아 '아빠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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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부모가정 늘며 ‘가족대행’ 증가
연기 전공자로 시급 6만원대
학기초 면담엔 ‘엄마대행’도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아이들 ‘아빠 대행’ 역할 해본 분들 많습니다. 아빠 계주도 뛰고 자연스럽게 잘할 수 있으니 믿고 맡겨주세요.”

최근 한국사회에서 이혼·미혼 출산 등으로 인해 한부모 가정이 늘어나는 가운데, 5월 초등학교 운동회 시즌을 맞아 ‘아빠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20일 문화일보 취재에 따르면 대행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A 업체 측은 “요즘 아이 운동회에 가서 계주 뛰고 아빠 역할을 해달라는 문의가 늘고 있는데, 서울·수도권 쪽이 구하기 수월하다”며 “(대행 서비스를 하는 이들은) 대부분 연기 전공자로, 평소 회사원으로 일하다가 부업으로 대행 서비스를 하니 안 들킬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대행 전문이라는 B 업체 역시 “초등학생 자녀가 있고 ‘아빠 대행’ 경험 있는 40대 초중반 남성으로 구해주겠다”며 “총비용은 5시간에 30만 원으로 계약금 15만 원을 걸면 ‘아빠 대행’ 후보자 사진을 추려서 보내주겠다”고 했다. 실제, 문화일보가 역할대행 업체 사이트 등을 통해 확인한 ‘아빠 대행’이 가능한 업체는 10여 곳으로, 서비스 가격은 5시간에 30만∼50만 원대였다.

그 외에 최근엔 바쁜 워킹맘을 대신해 3∼5월 등 학기 초반에 몰린 학부모 모임 같은 학교 행사에 참석하는 ‘엄마 대행’ 서비스까지 생겨나고 있다. 가족 대행 전문이라는 C 업체 사이트 이용 후기에는 “맞벌이를 하고 있어 아이 학교 일을 챙기기 힘들어 정기적으로 학교에 오가며 학부모 모임·선생님 면담 등을 챙기는 ‘엄마 대행’ 서비스를 신청했는데, 아이 엄마인 저보다 더 세심하게 잘 챙겨주셔서 만족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런 부모 대행 서비스의 등장은 한국의 가족 형태가 다양화되는 가운데 생겨난 웃지 못할 사회상의 일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성가족부 ‘2021년 한부모 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부모 가구는 전체의 7%를 차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 미혼 부모 수는 2만6021명에 달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다양한 가족이 생겨나는 상황에서 한국 사회의 체면문화·집단문화가 ‘아빠 대행’ 서비스를 통해 왜곡돼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상가족 담론’이 강한 한국 사회의 인식이 투영된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구 교수는 이어 “아빠 대행 서비스를 지나치게 활용하면 초등학생 자녀의 정서에 악영향을 미칠 여지가 있는 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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