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식대학의 짧지 않았던 침묵, 그 안에 담긴 아쉬움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영양군 비하논란으로 입방아에 올랐던 유튜브 피식대학(이용주, 정재형, 김민수)이 침묵을 깨고 사과했다. 그러나 여론은 여전히 이들에게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빠르고 강하게 불타올랐던 논란을 감안하면 이들의 침묵은 짧지 않았다. 과연 이들의 침묵은 어떤 의미였을까.
시작은 '메이드 인 경상도, 경북 영양편'이 공개된 지난 1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피식대학의 콘텐츠 중 하나인 '메이드 인 경상도'는 부산에서 태어났지만 어릴 적 수도권으로 이사온 이용주, 울산 출신의 김민수, 부모님이 대구 출신인 정재형의 경상도 여러 지역을 방문하는 콘텐츠다. 주우재, 비비, 정용화 등 경상도가 고향인 연예인들이 출연하기도 했다.
대구, 경주, 부산, 포항, 통영, 구미 등 다양한 지역을 방문했던 세 사람은 이용주의 친구의 고향이라는 영양을 방문했다. 내륙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지자체이자 경북에서 오지로 꼽히는 'BYC'(봉화·영양·청송) 중 하나인 영양군은 다른 도시들과는 느낌이 다르고 가진 매력도 다른 도시다. 그러나 피식대학은 이런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무례한 발언을 쏟아냈다. 영양군에 대한 편견을 조장할 수 있는 발언은 물론 상호를 그대로 노출한 가게에 대해서도 좋지 않은 평가를 내렸다.
영상 속 이들이 보여준 모습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비판을 쏟아냈지만, 피식대학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논란이 계속 확산되자 피식대학은 6일 만인 지난 18일 SNS 및 커뮤니티를 통해 장문의 사과물을 게재했다.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는 피식대학의 대처 자체는 깔끔했다. 자신들의 영향력과 역할에 대해 고민해보겠다는 앞으로의 계획도 담겨있었다.
다만, 이러한 입장문을 위해 6일이라는 시간이 필요했을까는 의문이 든다. 당사자에게 사과를 전달하고 자신들을 향한 비판에 대해 고민하기 위함이었다고 해도 말이다. 게다가 이들이 입장을 밝히기 전, 사과를 받지 못했다는 사장님의 인터뷰가 등장하고, 비판하는 댓글을 삭제하거나(본인들은 부정했다), '사용자 숨기기' 기능을 통해 검열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들의 침묵이 그저 순수하게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여기서 오버랩 되는 건 피식대학이 속한 메타코미디 정영준 대표의 철학이다. 지난해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코미디 로얄'에서는 곽범, 이선민, 이재율이 선보인 코미디 무대가 도마에 올랐다. 당시 팀장이었던 정영준 대표는 이들을 두둔하며 "모두를 불편하지 않게 하는 코미디는 없다고 생각한다"는 자신의 철학을 강조했다.
논란이 제기된 이후에도 피식대학은 '피식쇼'의 현우진 편을 그대로 올리고 멤버들의 개인 SNS에 게시글을 업로드하는 등 평소와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누군가는 불편해할 수 있지만 그래도 계속하는 것이 코미디라는 생각이 바탕에 있었다고 본다면 이들이 이렇게 무대응으로 일관한 것이 설명된다. 다만, 언론을 넘어 지자체가 대응을 고민하는 등 '누군가'를 넘어 '모두'가 불편해하는 상황이 되자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피식대학은 '한사랑산악회', '05학번이즈백', '05학번이즈히어', 'B대면데이트', '로니 앤 스티브' 등의 콘텐츠를 끊임없이 선보였다. 잘나가는 콘텐츠를 잘 '우려먹기'만 해도 인기를 유지할 수 있지만, 이들은 꾸준하게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2023년 제59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유튜브 최초로 백상 예능 작품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이뤄낼 수 있었다. 빠른 기간 내 성장했던 피식대학은 높았던 성장세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민심을 잃고 있다.
특히 다양한 부캐를 앞세우거나 게스트를 신선하게 활용했던 기존 콘텐츠와 달리 '메이드 인 경상도'는 피식대학의 '본캐'를 좀 더 조명하는 콘텐츠다. 시청자들이 여전히 차가운 시선을 보내는 이유 중 하나 역시 단순한 콘텐츠가 아닌 피식대학 세 사람 자체에 대한 실망감이 컸기 때문이다. '침묵은 금이다'라는 말도 있지만 이번에는 틀렸다. 짧지 않았던 침묵은 피식대학에게 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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