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구하라, 버닝썬 경찰유착 밝힌 공신…승리·정준영·최종훈 적나라한 민낯 [종합]

전효진 동아닷컴 기자 2024. 5. 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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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
그룹 카라 고(故) 구하라가 버닝썬 사건 관련 경찰과의 유착 관계를 밝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19일 영국 BBC 월드 서비스의 탐사 보도팀 BBC Eye가 공개한 TV다큐멘터리 ‘버닝썬- K팝 스타들의 비밀 대화방을 폭로하다’에선 한국의 박효실, 강경윤 기자가 취재한 K팝 스타들의 끔찍한 성폭력 행각이 그려졌다. 이른바, 빅뱅 출신 승리의 버닝썬 게이트와 정준영 단톡방 사태.

2016년 9월, 박효실 기자는 밴드 드럭 레스토랑 정준영의 여자친구였던 한 여성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취재를 시작했다. 정 씨가 몰래 성관계 장면을 촬영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 여성은 이내 고소를 취하했다. 박 기자에 따르면 이로 인해 대중은 이 여성에 등을 돌렸으며 정준영은 피해자가 되고 언론은 악당이 되었다.

이후 박 기자는 온라인상에서 온갖 악성 댓글에 시달렸으며, 비난하는 이메일도 받았다. 이른 새벽부터 전화도 울리기 시작했다. 박 기자는 “전화를 받지 않으니 외설적인 사진을 담은 메시지가 날아들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박 기자에겐 도망칠 곳이 없었다. 당시 2차례 유산의 아픔을 겪어야만 했던 그녀는 여전히 자녀가 없다. 이렇듯 박 기자가 사건 이후 후유증과 끝없이 이어지는 온라인 테러에 대처하고자 애쓰는 동안 정준영은 유럽 투어에 나서고, 새로운 음원을 발매하는 등 점점 더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사진=‘버닝썬- K팝 스타들의 비밀 대화방을 폭로하다’ 영상 캡처
사진=‘버닝썬- K팝 스타들의 비밀 대화방을 폭로하다’ 영상 캡처
사진=‘버닝썬- K팝 스타들의 비밀 대화방을 폭로하다’ 영상 캡처
그러던 2019년 정준영을 둘러싼 새로운 의혹이 제기됐다. 2016년 당시, 정 씨는 경찰 조사 중 자신의 휴대전화를 사설 포렌식 업체에 맡긴 바 있다. 정준영은 자신의 휴대전화 포렌식 복사본이 있다는 걸 몰랐고 3년이 지난 어느 날, 해당 휴대전화에 접근할 수 있던 익명의 제보자가 그 속에 담긴 데이터를 유출하기로 마음먹었다. 이 제보는 SBS 연예부 기자인 강경윤 기자에게 전달되었다. 강 기자는 박효실 기자가 시작한 일의 끝을 보게 될 참이었다.
이 휴대전화 데이터엔 정 씨가 2015~2016년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 메시지가 들어 있었다. 정 씨가 다른 남성 K팝 스타들과 주고받은 충격적인 성적인 영상 및 의식이 없는 여성들을 촬영한 사진. 이 단체 대화방 멤버 중엔 밴드 FT 아일랜드 최종훈이 있었다. 한 메시지에는 정준영, 최종훈 등이 함께 의식을 잃은 여성을 집단 강간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사진=‘버닝썬- K팝 스타들의 비밀 대화방을 폭로하다’ 영상 캡처
사진=‘버닝썬- K팝 스타들의 비밀 대화방을 폭로하다’ 영상 캡처
BBC는 승리에 대해 “가장 성공한 K팝 그룹 빅뱅의 멤버라는 점은 승리에게 엄청난 권력을 쥐어주었다”고 표현했다. 실제 삽입된 영상에서 승리는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여성에게 때릴 듯 손을 들며 “조용히 해! 따라와!”라고 소리치며 어디론가 끌고 가는 모습이 담겼고 “오빠가 아무리 빅뱅이라해도, 겸손해야지”라고 혀가 꼬여 말하고 있다. 또 BBC에서 재구성한 메시지 내용에 따르면 이들은 한 여성이 술에 취해 쓰러지는 것을 조롱했다. “뇌진탕 걸린 줄 알았다”, “쿵 소리가 났다” “진짜 웃겼다” “살면서 가장 재밌는 밤이었다”고 반응했다.
특히 강 기자는 휴대전화 데이터를 살펴보다가 대화방 멤버들이 왜 자신들은 법을 초월한 존재라고 느꼈는지 보여주는 단서도 발견했다. 일부 대화를 통해 이들이 고위 경찰 간부인 지인의 보호를 받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대화록에서는 크게 성범죄와 경찰 유착, 두 문제가 드러났다. 도대체 그 단톡방에서 나오는 경찰이라는 사람은 누구일까 그게 너무 중요했고 가장 풀리지 않는 문제였다”며 “그때 구하라가 등장해서 물꼬를 터줬다”고 밝혔다.
사진=‘버닝썬- K팝 스타들의 비밀 대화방을 폭로하다’ 영상 캡처
사진=‘버닝썬- K팝 스타들의 비밀 대화방을 폭로하다’ 영상 캡처
강 기자는 “구하라는 최종훈과 데뷔 때부터 굉장히 친한 사이였고 승리, 정준영과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이였다"고 말했다. 구하라는 본인이 친분이 있기 때문에 그들이 휴대폰을 할 때 본 적이 있는데 ‘걔네 거기에 진짜 이상한 게 많다. 기자님이 얘기한 게 맞다’고 증언했다. 이어 강 기자는 “경찰의 존재를 알고 싶은 것인데 알 방법이 없다. 이 부분에 대해 하라 씨가 도와줄 수 있겠냐고 했더니 최종훈에게 전화를 걸어서 대신 물어봐줬다”고 설명했다.

구하라의 친오빠 구호인 씨도 당시 상황을 돌아봤다. 그는 “하라는 최종훈이랑 연습생 때부터 오래 알고 지낸 친한 친구 사이였다. 기자님한테 ‘네가 알고 있는 사실을 얘기해라’ 고 설득한 것으로 알고 있다. 동생이 종훈이랑 전화 통화를 스피커폰으로 했을 때 옆에서 들었는데 동생이 ‘종훈아 내가 도와줄게, 네가 알고 있는 것 그대로 기자님한테 얘기를 해’(라고 했다)”고 인터뷰를 했다.

이후 강 기자는 최종훈과 연락이 닿아 단톡방에서 ‘경찰총장’으로 언급된 인물이 윤규근 총경이었다는 것을 알아냈다고. 강 기자는 “구하라는 굉장히 용기 있는 여성이었다. ‘저도 리벤지 포르노 피해자잖아요’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구하라의 전 남자친구가 불법 촬영한 사적 영상으로 협박한 사건.

강 기자는 '화려한 K팝 여성 가수가 무릎을 꿇고 애원하는 모습이 담긴 CCTV를 보고 정말 마음이 좋지 않았다'라고 안타까워 했다. 또 구하라의 친오빠는 “‘연예인 인생 끝나게 해주겠다’고 협박했다. (구하라는) 자기가 원했던 꿈이었는데 직업마저 잃을까 봐, 사람들한테 알려지는 게 싫어서 제발 그러지 말라고 무릎을 꿇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구하라는 전 남자친구를 경찰에 신고했고, 그는 폭행 및 협박죄로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구하라는 우울증 증세 등을 보이다가 2019년 세상을 떠났다.

강 기자는 자신과 박 기자가 폭로한 이 사건이 “K팝 산업에서 성과 권력이 어떻게 부패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경고가 되었기를 여전히 바란다"며 "우리는 거대한 연못에 작은 조약돌 하나를 던진 셈이다. 이젠 다시 잠잠해졌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길 바란다. 그래서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나면 훨씬 더 빠르게 이를 고발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BBC Eye 탐사보도 다큐멘터리 ‘버닝썬’은 카이 로렌스가 제작, 감독했으며 모니카 간시, 무스타파 칼릴리, 마크 퍼킨스, 카비타 푸리가 선임 프로듀서를, 마크 퍼킨스가 에디터를 맡았다. 6부작 오디오 내러티브 팟캐스트 ‘음모:버닝썬’은 전세계 팟캐스트 플랫폼을 통해 청취할 수 있다.

전효진 동아닷컴 기자 j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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