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구하라, 버닝썬 사건 ‘유착 경찰’ 추적에 ‘결정적 역할’
경찰 유착 의혹 밝히는데 큰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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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성범죄와 마약, 경찰 유착 등의 의혹이 불거졌던 ‘클럽 버닝썬 사건’의 실마리를 찾는 데 가수 고 구하라씨가 결정적 역할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9일 영국 비비시(BBC)는 유튜브 채널 ‘비비시뉴스코리아’에 다큐멘터리 ‘버닝썬:케이(K)팝 스타들의 비밀 대화방을 폭로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공개했다. 비비시는 “5년 전 한국 연예계를 뒤집어놓은 케이팝 스타들의 성 추문 사건, 일명 ‘버닝썬 게이트’를 폭로한 기자들”이라며 박효실 스포츠서울 기자와 강경윤 에스비에스(SBS) 연예뉴스 기자를 소개했다. 한시간 분량의 해당 다큐멘터리에서는 두 기자의 취재 후일담뿐 아니라 구씨가 버닝썬 사건의 실타래를 푸는 데 큰 도움을 준 사실도 공개됐다.
가수 승리(본명 김승현)·정준영·최종훈 등이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나눈 대화 내용을 처음 폭로한 강 기자는 “(‘경찰 유착 의혹’과 관련해) 도대체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나오는 경찰이라는 사람이 누군지가 가장 풀리지 않는 숙제였는데 구씨라는 존재가 등장해 그 물꼬를 터 줬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강 기자는 “구씨에게서 ‘기자님, 저 하라예요’라고 연락이 왔다”며 “구씨는 ‘정말 도와드리고 싶다’고 했다. 저는 솔직하게 (그들이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언급한) 경찰의 존재를 알고 싶은데, 알 방법이 없다고 얘기했더니 구씨가 최종훈씨에게 전화를 걸어 대신 물어봐 줬다”고 말했다. 구씨는 강 기자에게 “그들이 휴대전화를 할 때 본 적이 있는데 거기(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진짜 이상한 게 많다. 강 기자가 이야기한 게 맞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한다.
구씨는 최씨와 연습생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의 입에서 그들의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경찰총장’으로 불린 윤규근 총경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게 설득한 게 구씨였다는 것이다. 구씨의 오빠 구호인씨는 다큐멘터리에서 “동생이 ‘강 기자에게 네가 알고 있는 것들을 말하라’고 (최씨를) 설득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동생이 종훈이와 스피커폰으로 통화할 때 옆에서 들었는데 ‘종훈아 내가 도와줄게, 네가 알고 있는 걸 그대로 강 기자에게 이야기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강 기자는 “(당시 최씨는) ‘되게 높은 사람이랑 아는 것 같았다. 골프를 한번 (함께) 쳤는데 얼핏 듣기로는 청와대에 지금 있다고 했다. 과거에 경찰 경력이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며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언급된) ‘경찰총장’이라는 인물이 허구의 인물이 아니라 실제로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최종훈이 입밖에 꺼낼 수 있게 (구씨가) 도와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씨가 강 기자를 도운 이유는 구씨도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였기 때문이었다. 강 기자는 “내게 이야기했을 때 ‘저도 ‘리벤지 포르노’(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잖아요’라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구씨는 2018년 10월 불법촬영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로 전 남자친구 최아무개씨를 경찰에 고소한 바 있다. 그 뒤 2020년 10월 대법원은 최씨에게 징역 1년을 확정했다. 그러나 이미 구씨는 2019년 11월 숨진 뒤였다.
다큐멘터리에서 강 기자는 버닝썬 사건의 실마리를 찾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구씨에게 “구하라는 용감한 여성이고, 멋있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내자 구씨가 “괜찮다. 열심히 살겠다”고 답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버닝썬 사건의 핵심 인물인 승리는 상습도박, 성매매, 성매매알선 등의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을 확정받고 지난해 2월 출소했다. 술에 취한 여성을 집단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정씨는 징역 5년, 최종훈씨는 징역 2년6개월을 확정받았다. 정씨는 지난 3월 만기 출소했고, 최씨는 2021년 11월 만기 출소했다.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경찰총장’으로 불리며 승리와 유착한 혐의로 기소된 윤 총경은 자본시장법 위반과 증거인멸 교사 혐의 가운데 일부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대법원에서 벌금 2000만원이 확정됐다.
다큐멘터리 ‘버닝썬:케이(K)팝 스타들의 비밀 대화방을 폭로한 여성들의 이야기’는 공개 하루 만에 조회수 100만회를 넘겼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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