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추락' 이란 대통령 결국 사망 확인…중동정세 '요동' [종합]
'테헤란의 도살자'로 불리던 이란 초강경파
히잡시위 무력진압, 4월엔 이스라엘 공습도
시아파 맹주 이란 리더십 흔들...중동지역 균형 바뀔까
지난 19일(현지시간) 이란 북서부 산악지대에서 헬기를 타고 이동하다 추락해 '세예드(سید)'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63)의 사망이 20일(현지시간) 확인됐다.
모흐센 만수리 이란 부통령은 소셜미디어 엑스를 통해 헬기 추락 사고를 당한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을 공식 확인했다. 이와 별개로 익명의 이란 당국자도 라이시 대통령과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외무장관의 사망 사실을 확인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전날 북서부 동아제르바이잔주(州)에서 댐 준공식에 참석한 뒤헬기로 티브리즈로 돌아오던 중 사고를 당했다. 이란 통신사 메흐르는 라이시 대통령과 아미르압돌라히안 장관 등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다면서 "라이시 대통령이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의무를 수행하던 중 사고로 순교했다"고 전했다.
이날 앞서 튀르키예 아나돌루통신은 엑스(X, 옛 트위터)를 통해 현지에서 수색 중인 자국 아킨치 무인항공기(UAV)가 아제르바이잔 국경에서 30㎞ 가량 떨어진 이란 타브리즈(Tabriz) 인근에서 라이시 대통령이 탑승한 헬기의 잔해로 추정되는 열원을 파악해 이란 당국과 좌표를 공유했다고 밝혔다. 이후 이란 당국은 현지를 집중적으로 수색해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을 확인했다.
초강경 지도자 … 서방선 '테헤란의 도살자' 별명도
라이시 대통령은 초 강경 보수 성향의 정치인이다. 성직자이자 검사 출신으로 반체제 세력을 진압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 4월13일에는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이 피폭당한 데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 본토를 사상 처음으로 공격했다.
이란의 최고 지도자는 라이시 대통령이 아니다. 정교분리가 되지 않은 이란에서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85) 최고지도자가 이란을 이끈다. 이란의 종교수도인 마슈하드 출신인 라이시 대통령은 10대 때 아야톨라 하메네이로부터 신학을 배웠고, 고령인 그의 뒤를 이을 차기 지도자로 손꼽히던 인물이다. 그는 다른 이들과 달리 검은 터번을 쓰고 이름 앞에 '세예드'라는 호칭이 붙는다.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의 후손이라는 뜻이다.
라이시 대통령은 1979년 이슬람혁명 전 팔레비 왕정에 대한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 이슬람혁명 후에에는 1981년 스무살에 테헤란 인근 카라즈에서 검사생활을 시작했다. 검찰로 일하며 반체제 인사 숙청에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 이라크에 부역했다는 명목으로 이란인민무자헤딘기구(PMOI) 조직원들을 처형한 '호메이니 학살'에 기소위원으로 참여했다. 앰네스티는 당시 5000명이 사형 집행된 것으로 추산했다. 2009년 대통령 부정선거 의혹에 항의하는 녹색운동 시위대를 유혈 진압했다. 서방과 이스라엘에서 그를 '테헤란의 도살자(Butcher of Tehran)'라고 부르는 까닭이다.
검사로서 그는 승승장구했다. 테헤란검찰청장, 이란 검찰총장을 지냈고 2019년 사법부 수장(대법원장)에 올랐다. 2017년 대선에 출마했지만 이때는 하산 로하니 당시 대통령에게 패배했다. 그러나 2021년 다시 대선 후보로 출마해 61.9% 득표율로 당선됐다.
2022년 이란에서는 '히잡 시위'가 확산했다. 경찰에 끌려가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 사건이 계기가 됐다. 이때도 라이시 대통령은 발포를 명령하며 강경하게 진압했다. 유엔 인권이사회 조사단은 당시 시위대 551명이 사망하고 1500명 넘는 인원이 체포됐다고 집계했다.
외신에 따르면 이란 헌법은 대통령의 유고시 부통령에게 대통령직을 승계하고 50일 이내 새 대통령 선출을 위한 선거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라이시 대통령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대통령직은 이란 12명 부통령 중 가장 선임인 모하마드 모흐베르에게 일단 승계되며, 그는 새 대통령을 뽑기 위한 보궐선거를 준비하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지난 3년간 시아파 맹주 이란의 초강경 이슬람 원리주의 노선을 이끌어왔던 그의 부재로 중동 지역 정세는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16시간여 수색 끝에 사망 확인
헬기에는 라이시 대통령을 포함해 당국자 3명과 승무원 등 총 9명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타스님 통신에 따르면 당시 헬기에는 라이시 대통령, 호세인 아미돌라히안 외무장관, 말렉 라마티 동아제르바이잔 주지사, 타브리즈시의 이맘 알리 알레하셈과 조종사, 경호원, 보안책임자 등 총 9명이 타고 있었다고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운영하는 매체 레파가 전했다.
러시아와 튀르키예 등 이란의 우방국들은 즉각 지원에 나섰다. 유럽연합(EU)도 위치 탐지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미국은 그러나 이 문제에 관한 언급을 자제하고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만 밝혔다.
이란 국영TV를 비롯해 현지 언론들이 비와 안개 등 악천후를 사고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암살 등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현장 여건이 매우 좋지 않고 비행에 적합하지 않은 상태인 탓에 이런 추측이 너무 섣부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구조대도 현장에 헬기로 접근할 수 없었으며 대원들이 걸어서 이동해야 하는데 시야가 수 미터밖에 확보되지 않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 당국에서 띄운 드론도 사고 현장을 쉽사리 확인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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