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비하’ 고개 숙인 피식대학…영양군수 “이번 일 기회로 바꾸겠다”

정봉비 기자 2024. 5. 20.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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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피식대학이 올린 ‘경상도에서 가장 작은 도시 영양에 왔쓰유예\'란 제목의 영상에 경북 영양 지역 비하 논란이 제기됐다. 피식대학 유튜브 갈무리

30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이 경북 영양 지역 비하 논란에 대해 뒤늦게 사과했다. 영양군수는 “(해당 콘텐츠는) 매우 부적절했다”면서도 “위기를 기회로 바꾸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식대학은 지난 18일 유튜브 채널과 인스타그램 등에 사과문을 올리고 논란이 된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다. 이들은 사과문에서 “지역의 명소가 많음에도 한적한 지역이라는 콘셉트를 강조하여 촬영했고 이에 따라 콘텐츠적인 재미를 가져오기 위해 무리한 표현들을 사용했으며, 특히 해당 지역 주민과 소상공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경솔한 표현을 사용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중국 같다’, ‘특색이 없다’, ‘똥물이네', ‘할머니 맛’ 등 지적해 주신 모든 언급 사항에 대해 코미디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형태로 시청자분들께 여과 없이 전달되었고 이 부분 변명의 여지없이 모든 부분에서 책임을 통감하며 사과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앞서 지난 11일 피식대학은 ‘경상도에서 가장 작은 도시 영양에 왔쓰유예'란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해당 영상에는 개그맨 김민수, 이용주, 정재형이 인구 약 1만5000여명인 경북 영양군을 여행하는 모습이 담겼다.

마트에서 산 지역 특산품인 블루베리 젤리를 맛보곤 “할매 맛”, “할머니 살을 뜯는 것 같다”고 했다. 피식대학 유튜브 갈무리

이들은 읍내의 한 제과점에 방문해 ‘햄버거빵’을 먹으며 “솔직히 말해도 되나. 서울 집에서 만들어 먹을 수도 있다. 굳이 영양까지 와서 먹을 음식은 아니”라고 말했고, 이후 한 백반집에서도 “메뉴가 솔직히 너무 특색이 없다”, “이것(찌개 백반)만 매일 먹으면 햄버거가 얼마나 맛있을지, 아까 그 햄버거가 꿀맛일 것” 등의 발언을 이어갔는데 영상에는 식당 상호명이 그대로 노출됐다.

이들은 또 마트에서 산 지역 특산품인 블루베리 젤리를 맛보곤 “할매 맛”, “할머니 살을 뜯는 것 같다”고도 했다. 영상 초반 영양버스터미널에 도착해서는 청기, 상청, 진보, 입암 등 지명을 보고 “여기 중국 아니냐”, 하천을 보고는 “위에서 볼 때는 예뻤는데 밑에서 보니까 똥물”이라고도 했다.

영상 초반 영양버스터미널에 도착해서 청기, 상청, 진보, 입암 등 지명을 보고 “여기 중국 아니냐”고 했다. 피식대학 유튜브 갈무리

해당 영상이 공개된 직후부터 누리꾼들은 “영상 내내 비꼬고 무시하는 내용밖에 없다”, “할머니 살 뜯어먹는단 표현은 너무 충격적”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할아버지께서 6·25 참전 이후 영양 광산촌에서 76년까지 일을 하시고 수년 전까지 농사를 지으시고 작년에 노환으로 별세하셨다. 지금도 고령의 실향민분들이 거주하는 곳이다”며 “누군가의 소중한 터전인데 장수 인구만 산다고 실소를 지으며, 노인이 많아 실버타운이 아닌 골드타운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화병이 일주일 째 가라앉지 않는다”고 분개하기도 했다.

영상에 등장한 백반집 사장 ㄱ씨는 17일 방송된 제이티비시(JTBC) ‘사건반장’과 인터뷰에서 “당시 점심 영업시간이 끝나서 손님을 안 받으려고 했지만 유명 유튜버라고 하길래 식사를 내줬다. 장사를 끝났는데도 밥을 준 내가 잘못”이라며 “너무 힘들어서 가게 문을 닫고 바람 좀 쐬고 올까 고민이 든다”는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피식대학은 사과문에서 “제과점과 백반식당에 이용주, 정재형, 김민수가 방문하여 사과를 드렸다”고 밝혔다.

오도창 영양군수도 20일 아침 에스비에스(SBS) 라디오 프로그램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코미디 프로지만 부정적 이미지로 군민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또 지역을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내용으로 방송 소재를 다룬 것은 매우 부적절했다고 본다. 솔직히 (내용) 모두가 부정적이었다. 아쉬움이 많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과는 받았지만 정말 상처받은 군민을 달래주는 대책이 저는 시급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다만, 오 군수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겠다”는 입장이다. 오 군수는 “이번 일을 계기로 제대로 힐링할 수 있는 관광명소와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다양한 홍보 매체를 활용해서 영양군을 더 열심히 알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오 군수는 “영양의 진짜 모습은 별 볼 일 없는 세상에 별천지를 누리고, 전국 최대 규모의 자작나무 숲에서 천연의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곳”이라며 “(전국에서) 100살 이상 인구가 가장 많은 최장수 군이기도 하다”고 홍보했다. 앞서 해당 영상이 논란이 되자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영양은 곳곳에 자연 명소가 숨어있고 밤이 되면 쏟아지는 별들이 일품인 곳”, “여름이면 꼭 영양에 있는 계곡에 가서 시간을 보낼 것”이라며 영양군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커진 바 있다.

정봉비 기자 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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