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장관, 문재인 회고록에 “북핵 ‘능력’은 무시한 채 ‘의도’에만 초점”
“북 ‘의도’와 ‘능력’ 구분해야…유화 정책으로 2차대전 발발”
“대남기구 통전부, 노동당 중앙위 10국으로 개칭”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분명했다고 밝힌 것을 두고 20일 “의도와 능력은 구분해야 한다”며 제2차 세계대전도 독일 ‘나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의 의도를 오판한 유럽 지도자들의 유화 정책 때문에 발발했다고 비판했다.
김 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통일부 남북관계관리단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북한의) 의도에만 초점을 맞추면 정세를 오판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7일 출간한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나름대로 절실하게 설명했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2018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핵은 철저하게 자기들(북한)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사용할 생각이 전혀 없다’ ‘핵 없이도 살 수 있다면 무엇 때문에 많은 제재를 받으면서 힘들게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겠는가’ ‘딸 세대까지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게 하고 싶지 않다’ 등의 발언을 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북한은 핵·미사일을 개발해 우리를 위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서 “북한의 의도, 선의에만 국민 생명과 국가안보를 맡긴다면 실질적으로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938년 체결된 네빌 체임벌린 영국 총리와 히틀러의 ‘뮌헨 협정’을 언급했다. 김 장관은 “체임벌린 총리가 히틀러의 의도를 전적으로 신뢰했다. 유화 정책의 결과로 그 다음 해인 1939년 제2차 세계 대전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북한 의도를 전적으로 믿는다면 대단히 부정적인 안보 상의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의도는 가변적이다. 우리는 상대가 가진 군사적인 능력에 대해 확고한 억제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 당국자는 “옆집 이웃이 우리 집 담 너머에 미사일·탱크·핵무기를 갖다 놓고는 ‘당신과 당신 집을 공격할 의도가 전혀 없다’고 한다면, 제가 그 말을 믿고 밤에 편안하게 잠을 잘 수가 있겠나”라면서 “북한은 (한국을 공격할) 의도와 능력을 모두 갖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을 실제적 위협으로 지목하는 것을 두고는 한국의 의도와 북한의 의도는 분리해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당국자는 “한국은 북한을 군사적으로 침략하겠다는 의도는 없다. 그 점에서 남북이 분명한 차이가 있다”며 “6·25 전쟁 남침의 경험을 본다면 남북의 의도는 분명히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했다.
김 장관은 지난해 한국으로 넘어온 탈북민이 ‘지금도 한국에 문재인 정부가 있다면 탈북을 결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는 탈북민 전원 수용 원칙을 분명히 하고 있고 탈북민들이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탈북민의 증언을 들어보면 문재인 정부 대북 정책이 과연 북한 주민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분명해진다”고 했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통일전선부가 노동당 중앙위원회 10국으로 명칭을 개정했다는 점이 이날 처음 공개됐다. 김 장관은 “아직 북한이 공식 발표하지는 않았다”며 중앙위 10국이 “심리전 중심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김정은의 통일과 관련된 소위 ‘선대 업적 지우기’는 사실상 김일성-김정일 격하 시도”라며 “북한 내부에 이념적 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정부가 이날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공포하면서 북한이탈주민의 날(7월14일)이 국가기념일로 공식 제정됐다. 이에 따라 북한이탈주민의 날을 기념하는 지역 또는 전국 단위의 행사가 이뤄질 수 있게 됐다. 통일부는 “탈북 과정에서 희생된 북한이탈주민들을 기억할 수 있는 기념물 조성을 준비 중”이라며 “이를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롭고 번영된 미래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고 했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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