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탈당 언급’과 위험성[이현종의 시론]

2024. 5. 20.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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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참패 후 정치하는 대통령 선언
기자회견도 하고 스타일 변화
다만 여권 인사엔 ‘탈당’ 언급
대통령 4명 재임 중 여당 떠나
3년 남은 尹이 탈당하면 최악
변화하고 정체성 지켜야 생존

윤석열 대통령은 4·10 총선 참패 이후 핵심 참모 회의에서 “이제 정치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고 한다. 이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회동을 제안, 영수회담이 이뤄졌다. 그동안 ‘비윤’이라는 이유로 담을 쌓아온 오세훈 서울시장, 나경원 당선인도 만났다. 나 당선인은 지난해 당 대표 출마와 관련, 윤 대통령에게 수차례 면담을 요청했지만 끝내 응하지 않다가 총선이 끝나자 맨 먼저 만났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게 회동을 제의했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거부한 이후 아직 면담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어쨌든 그동안 한번 눈 밖에 난 사람은 잘 만나지 않던 윤 대통령이 스타일을 바꾸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1년6개월 동안 하지 않던 기자회견도 하고 자주 브리핑실을 찾는 등 스타일의 변화를 주었지만, 지지율은 오르지 않고 있다. 국민은 윤 대통령이 진정으로 변했는지 반신반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쁜 이미지는 금방 형성되지만, 긍정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최근 윤 대통령을 만난 여권 관계자들을 놀라게 한 것은 대통령 입에서 자주 ‘탈당’ 얘기가 언급된다는 사실이다. 적당한 타협은 하지 않는 윤 대통령의 성격상 당이 자신과 각을 세운다면 언제든 당을 떠날 수 있다는 경고처럼 들렸다는 것이 이들의 얘기다. 그나마 총선에서 겨우 개헌저지선(108석)을 지켰는데 대통령이 탈당해 집권 여당이 안 된다면 국민의힘도 제2당에 불과하다.

대통령의 여당 탈당은 5년 단임 대통령제인 현 제도 아래서 낯선 것은 아니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탈당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 이후 출당당했다. 탈당하지 않은 대통령은 이명박·문재인 전 대통령뿐이다. 현직 대통령이 여당을 탈당한 공통된 이유는 정권 재창출에 걸림돌이 되었기 때문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92년 대선을 석 달 앞두고 민자당을 떠났다. 민자당 대선 후보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갈등이 주된 이유였다. ‘정치 9단’이라는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도 탈당을 피하지 못했다. YS는 임기 마지막 해이던1997년 차남이 한보 게이트와 뇌물수수 혐의로 체포되자 대국민 사과를 했고, 급기야 IMF 사태까지 터지자 여당인 신한국당을 떠났다. 당시 대선 후보였던 이회창의 압력이 컸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취임 만 4년을 지난 1532일 만에 아들 문제로 대국민 사과를 한 후 쫓겨나듯 여당 당적을 버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4년이 막 지난 1465일 만에 여당인 열린우리당을 떠났다. 지지율이 추락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아직 임기가 3년이나 남았다는 사실이 역대 대통령과 다르다. 만약 탈당이 현실이 되면 윤 대통령이 마주할 정치 현실은 상상하기 어렵다. 아직 경고성 언급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탈당해 버리면 192석을 가진 야당의 먹잇감만 될 뿐이다.

지금이라도 탈당과 같은 극단적 구상이 아니라 ‘정치하는 대통령’이 되려면 3가지를 실천해야 한다. 첫째, 스스로 변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스타일대로 국정을 운영한다면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사람이 변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만,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과감하게 변해야 한다. 뭐가 문제인지는 많은 언론과 여론이 지적한 바다.

둘째, 한동훈 전 위원장을 적극 품어야 한다. 지금 지지층은 친한 대 친윤으로 갈라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과거 보수가 박 전 대통령 탄핵 찬성 대 반대로 갈라져 공멸한 것과 같다. 지금 당에서 벌이고 있는 ‘백서’ 논란과 홍준표 대구시장의 반한동훈 선동도 도움이 안 된다. 안철수, 이준석, 유승민과도 만나 대선 연대를 복원해야 한다.

셋째, 정체성을 의심받아선 안 된다. ‘박영선-양정철 기용설’에서부터 ‘함성득-임혁백 비선 대화’를 보면서 윤 대통령이 과연 보수의 대표자인지 의문을 가진 지지자들이 늘었다. 마치 윤 대통령이 ‘적과 내통’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보수 인사들에게 매정하던 윤 대통령이 문재인-이재명 세력에 열려 있다면 배신감이 클 것이다. 오는 8·15 특사 때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복권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공정과 정의’라는 윤 대통령의 상징이 훼손된다면 마지막 남은 지지층조차 등을 돌릴 것이다.

이현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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