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로 진정한 GOAT" 107분 뛰고 트로피 11개…알고 보면 '승리의 파랑새'

사진출처=원풋볼 캡쳐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올 시즌 단 1분도 뛰지 않고 개인 경력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우승을 추가한 선수가 있다. 불혹을 앞둔 베테랑 골키퍼 스콧 카슨(39·맨시티)이다.

카슨은 20일(한국시각) 영국 맨체스터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 2023~2024시즌 EPL 최종전(38라운드) 이후에 진행한 우승 시상식에서 동료, 가족, 팬들과 함께 우승의 기쁨을 나눴다.

맨시티는 전반 2분과 18분 '올해의 선수'에 빛나는 필 포든의 연속골과 후반 14분 '50경기 연속 무패'에 빛나는 로드리의 추가골로 전반 42분 모하메드 쿠두스가 한 골 만회한 웨스트햄을 3-1로 대파했다.

승점 91점을 기록한 맨시티는 같은 날 에버턴을 2-1로 물리친 2위 아스널(89점)과 승점차를 그대로 2점으로 유지하며 그대로 우승에 골인했다. 이번 우승으로 전인미답의 리그 4연패, 최근 7시즌 중 6번 우승하는 '시티 왕조'를 굳건히했다.

카슨은 비록 주연은 아니었지만, 에데르송과 슈테판 오르테가에 이은 서드 골키퍼로 팀의 우승에 기여했다. 웨스트햄전에선 손흥민의 슈팅을 막은 오르테가가 부상한 에데르송을 대신해 골문을 지켰고, 카슨이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우승은 카슨이 2019년 더비에서 맨시티로 이적한 이후에 들어올린 11번째 트로피였다. EPL 우승 4번,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 1번, FA컵 우승 1번, 리그컵 우승 2번, 커뮤니티실드 우승 1번, 슈퍼컵 우승 1번, 클럽월드컵 우승 1번 등이다. 지난 2022~2023시즌 맨시티의 트레블 순간을 함께한 '펩시티' 역사의 산증인이라고 할 수 있다.

Xinhua연합뉴스

AP연합뉴스

현지에선 카슨을 '맨시티 유니폼을 입고 단 107분 출전하고 11개의 트로피를 얻은' 백업 골키퍼이자 '무임승차의 아이콘'으로 낙인찍는 분위기다. 한 축구팬이 '단 1분도 뛰지 않고 두 번이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다'고 조롱조의 게시글을 SNS에 남기자 카슨이 '8강에서 90분을 뛰었단다, 친구'라고 답글을 다는 해프닝도 있었다. 카슨은 리버풀 소속이던 2005년 챔피언스리그 8강 유벤투스전에 출전한 바 있다. 그해 리버풀은 '이스탄불의 기적'을 일으키며 빅이어를 들었다. 그로부터 18년이 지난 지난해 또 빅이어를 맛봤다.

하지만 카슨은 맨시티 선수단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지난시즌까지 맨시티에서 활약한 미드필더 일카이 귄도안(바르셀로나)은 2023년 6월 이스탄불에서 열린 인터밀란과 챔스 결승전을 앞두고 "카슨이 이렇게 말했다. '걱정마 얘들아, 나는 이스탄불에 올 때마다 챔스 트로피를 들었거든.' 카슨이 우리 팀에 있으니, 우리가 패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맨시티는 후반 23분 로드리의 선제결승골로 1-0 승리하며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들었다.

카슨은 최근 넷플릭스가 출시한 맨시티 다큐멘터리에서도 소식한 성격인 귄도안과 베르나르두 실바에게 집중적으로 장난을 치는 모습이 포착됐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한국의 4강 신화에 일조한 최은성 현 전북 골키퍼 코치와 비슷한 롤이라고 보면 이해가 쉽겠다.

포든, 로드리, 엘링 홀란, 케빈 더 브라위너, 요수코 그바르디올, 에데르송, 카일 워커 등이 우승의 주연으로 우뚝 섰지만, 카슨, 오스카 밥, 마테우스 누녜스, 리코 루이스와 같은 조연이 없었다면 '드라마'는 완성될 수 없었을 터다.

지난해 1년 연장계약을 체결한 카슨은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끝난다. 내년에도 동행할지는 미지수. 카슨은 일단 오는 25일 맨유와 FA컵 결승전에서 12번째 트로피 사냥에 나선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