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길의 이슈잇슈] 사과 `만지작` 거리다 돌아서는 주부들…과일 앞 한숨만

박상길 2024. 5. 20.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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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오후 방문한 경기도 수원의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주부들은 인터뷰를 요청하자 긴 한숨부터 내쉬었다.

기자가 마트를 방문한 지 20여 분 만에 과일 코너를 찾은 한 주부는 봉지 안의 사과를 만져보고 알 굵기도 비교해보며 이것저것 한참 따져보더니 딱 한 팩만 집어들었다.

잠시 후 피크닉을 위해 장 보러 온 것으로 추정되는 젊은 여성 무리들이 과일코너로 들어왔는데 이들은 한 팩에 6990원인 포도와 1.5㎏에 9990원인 참외 중 고민하다 포도를 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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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오후 방문한 경기도 수원의 한 대형마트 내 사과 코너. 오후 시간에 방문했지만 아직 한 사람도 사과를 구매하지 않은 모습.<박상길 기자>
지난 17일 오후 방문한 경기도 수원의 한 대형마트에서 임산부가 과일을 고르고 있는 모습.<박상길 기자>

"가격만 할인하면 뭐해요? 맛이 없는데...당도도 좋고 맛있다고 해서 사봤는데 한입 먹어보고 깜짝 놀랐어요. 아예 먹을 수가 없겠더라고요. 남은 사과는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고민입니다."(40대 주부 배모씨)

"40년 주부 인생에서 요즘처럼 장 보기가 무서운 건 처음이에요. 장바구니에 뭐 살지 써 가는데 사과는 뺀 지 좀 됐어요. 너무 비싸서 (못 사니까). 그래도 애들이 (사과) 잘 먹어서 꼭 한 번씩 둘러보고 '오늘은 사야지' 하는데 막상 결제하려고 하면 주저하게 돼요. 오늘도 사과는 못 샀네요."(60대 주부 이모씨)

지난 17일 오후 방문한 경기도 수원의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주부들은 인터뷰를 요청하자 긴 한숨부터 내쉬었다. 주말을 앞둔 이날 대형마트의 과일코너에 대형 할인 상품이 쏟아졌지만 찾는 이가 적어 썰렁했다. 특히 '금(金)사과'라고 불릴 정도로 가격이 껑충 뛴 사과는 정부가 물가 안정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았다. 한 봉지에 4∼7개씩 가지런히 포장해 1만2790원에 판매하고 있었지만, 줄지어 쌓인 채로 좀처럼 줄지 않았다. 기자가 마트를 방문한 지 20여 분 만에 과일 코너를 찾은 한 주부는 봉지 안의 사과를 만져보고 알 굵기도 비교해보며 이것저것 한참 따져보더니 딱 한 팩만 집어들었다. 이날 기자가 취재하는 동안 본 유일한 사과 구매 손님이었다.

잠시 후 피크닉을 위해 장 보러 온 것으로 추정되는 젊은 여성 무리들이 과일코너로 들어왔는데 이들은 한 팩에 6990원인 포도와 1.5㎏에 9990원인 참외 중 고민하다 포도를 집어들었다. 참외는 아무래도 껍질을 깎을 과도도 필요하고, 껍질을 치우기도 번거롭기 때문에 포도를 선택한 것으로 보였다.

이날 마트 방문객 중에서도 참외를 찾는 이들도 꽤나 있었는데 정작 구매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최근 과일 가격이 급등하면서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을 위해 맞춤형으로 나온 상품들이 눈에 띄었다. 이른 더위를 겨냥해 나온 수박이 대표적인데, 한 통에 1만4990원에서 2만2900원으로 가격이 책정되어 있었고 가격이 부담스러운 소비자를 위해 반통은 9900원, 4분의1 조각은 59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수박은 AI로 선별해 미숙, 과숙, 갈라짐 등이 없는 균일한 제품이며 당도도 100% 보장한다고 안내되어 있었다.

여러 과일 중에서도 수박은 특히 고를 때 소비자들이 신중한데, 이런 고민을 줄여주기 위해 이같은 문구를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수박 코너에 온 한 주부는 큰 고민 없이 수박을 대충 눈으로만 보고 바로 구매해갔다. 하지만 그뿐이었고 아직 제철 시기가 아니라서인지 이후로는 수박 구매자들을 보기 어려웠다.

이날 마트에서 인기 있는 과일은 딸기였다. '오늘 새벽 배송 온 딸기'라며 마트 직원이 막 포장을 풀고 올려놓자 주부들이 몰려와서 딸기를 집어 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딸기 가격은 9900원에서 1000원 할인한 8900원에 한 팩을 판매하고 있었다. 골드키위는 8개에 1만원에 판매하고 있었는데, 한 임산부가 8개 구매시 1만원인 골드키위를 한참 동안 못 고르길래 뒤따라 가서 봤더니 군데군데 무른 것이 있는 등 상품과율(상품화 가능한 과일 비율)이 상당히 떨어졌다.

샤인머스캣이나 미국산 체리 등도 대체 상품으로 나왔지만 가격이 1만원 초중반 수준으로 책정돼 생각보다 저렴한 편은 아니어서 주부들의 장바구니에 담기진 못했다.

대형마트 업계가 물가 안정을 위한 정부 지원금 사업 외에 자체 할인행사를 통해 가격을 낮추는 등 '과일값 안정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아직 체감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굳게 닫힌 지갑은 당분간 열리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과일값 전망이 지금보다 더 어두워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올해 4월 이후 2023년산 사과 출하량은 7만9000t(톤)으로 전년(10만3200t) 대비 23.4% 감소할 것으로 관측됐다. 배 출하량은 작년과 비교해 더 큰 폭인 83.8% 급감할 것으로 전망됐다. 사과와 배 가격이 지금보다 더 높게 뛸 수 있다는 얘기다. 사과와 배 등을 대체할 수 있는 참외와 토마토 등도 출하량이 작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이들 과일의 가격도 상승폭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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