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숙 열사 추모비, 5·18 비경험세대의 교과서 되길"

모교 송원여상 교내서 제막식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송원여자상업고등학교 재학생들이 20일 오전 광주 남구 송원여자상업고등학교에서 열린 5·18 희생자이자 선배 고 박현숙양의 추모비 제막식에 참여해 헌화하고 있다. 2024.05.20. leey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이영주 기자 = 5·18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을 위한 관을 구하러 전남 화순으로 향하다 계엄군의 흉탄에 숨진 고(故) 박현숙양(당시 16세)을 기리는 추모비가 모교 송원여상에 세워졌다.

추모비 제막식 참석자들은 박 양의 숭고한 희생 정신을 기리면서, 추모비가 5·18 비경험세대의 살아있는 교과서가 될 수 있길 희망했다.

송원여자상업고등학교와 5·18기념재단, 5·18민주유공자유족회 등은 20일 오전 광주 남구 송원여상 교내에서 '박현숙 열사 추모비 제막식'을 열었다.

행사에는 오준환 송원여고교장과 원순석 5·18재단 이사장, 양재혁 5·18유족회장, 박 양의 유족인 박대우 지역발전정책연구원장, 후배 재학생 등 내외빈 10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추모영상을 시작으로 오 교장의 추모사, 원 이사장의 기념사, 박 연구원장의 유족인사, 추모비 제막식과 헌화·묵념 순으로 이어졌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박현옥 5·18민주유공자유족회 전 사무총장과 원순석 5·18기념재단이사장이 20일 오전 광주 남구 송원여자상업고등학교에서 열린 5·18 희생자 고 박현숙양의 추모비 제막식에 참여해 헌화하고 있다. 2024.05.20. leeyj2578@newsis.com

5·18 당시 송원여상 3학년 재학생이었던 박 양은 전두환 신군부의 대표적인 양민학살 사례인 동구 소태동 주남마을 마이크로버스 총격 사건의 희생자다.

박 양은 1980년 5월 22일 계엄군의 유혈진압에 고통받은 광주시민들을 돕고자 집을 나왔다. 사체 수습 등에 나선 박양은 이튿날인 5월 23일 희생자들을 위한 관을 구하기 위해 전남 화순으로 향하는 마이크로버스에 올라탔다.

박 양이 탄 마이크로버스는 당일 정오께 소태동 채석장 앞 도로변에서 매복중이던 제11공수여단 62대대 4·5지역대의 총격을 받았다.

현장에서 숨진 박 양은 계엄군에 의해 가매장됐다가 항쟁 직후인 5월 29일 수습됐다. 사체는 그로부터 석달 뒤인 8월 20일에야 가족에 인계됐다

지난 18일 열린 5·18 44주기 정부기념행사에서는 '헌혈 여고생' 고 박금희 양의 사진이 박 양의 것으로 뒤바뀌어 영상에 송출되기도 했다.

추모사에 나선 오 교장은 김준태 시인의 '아 광주여'를 낭독한 뒤 "교내에 생긴 박 열사를 추모하는 공간은 후배들에게 일상 속 5·18을 가르칠 수 있는 진정한 교과서가 될 것"이라며 "박 열사의 용기와 희생이 대한민국 민주·인권·평화의 초석이 됐음을 잊지 않겠다"고 했다.

원 이사장은 "5·18은 여기 모인 학생들의 손에 달렸다. 청소년들의 눈으로, 가슴으로 5·18 정신 계승 강조를 부탁한다"며 "(재단도) 1980년 이후 태어난 5·18 비경험세대가 5·18 정신 계승 주역으로 전면에 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준비하겠다"고 했다.

유족들은 추모비를 통해 박 양의 헌신적인 공적이 조명될 수 있었다며 안도했다.

박 양의 친언니인 박현옥 유족회 전 사무총장은 "국가보훈부는 정부기념식 당일 집을 찾아 '죽을 죄를 지었다'고 사죄했다. 앞으로는 희생자, 유공자들을 예우하는데 신경을 좀 더 쓰지 않을까"라며 "동생이 1980년 5월 몸바쳐 헌신했던 순간들이 추모비를 통해 영원히 기억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박 양의 동생인 박 연구원장도 "집을 나가던 누나를 생떼를 써서라도 말렸어야 했는데 이후 자책감을 크게 느꼈다. 동생이자 유가족 대표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며 자신이 누나에게 쓴 편지를 시로 옮긴 '그대에게 가는 길목이다'를 헌사했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20일 오전 광주 남구 송원여자상업고등학교에서 열린 5·18 희생자 고 박현숙양의 추모식 도중 박 양의 친언니 박현옥 5·18민주유공자유족회 전 사무총장이 눈물을 삼키고 있다. 2024.05.20. leeyj2578@newsis.com

☞공감언론 뉴시스 leeyj2578@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