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칭더, 대만 총통 취임… “中은 대만 무력 침공 포기 안해... 세계가 전쟁 공포 떨지 않게 하자”

타이베이/김성모 특파원 2024. 5. 20.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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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타이베이에서 20일 대만 총통에 정식 취임한 라이칭더(가운데). 차이잉원(왼쪽) 전 총통과 함께 총통부 앞에 서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독립 성향 라이칭더(賴淸德)가 20일 대만 총통(대통령 격) 취임식을 갖고 제16대 총통에 올랐다. 그는 이날 취임사에서 중국을 향해 “세계가 전쟁 공포에 떨지 않도록 보장하자”면서 양안(중국과 대만) 현상 유지의 뜻을 밝혔다.

라이칭더 신임 총통은 이날 오전 9시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샤오메이친(蕭美琴) 부총통과 함께 취임 선서를 하고, 한궈위 입법원장(국회의장 격)으로부터 ‘중화민국(대만) 국새’와 총통 인장을 넘겨 받으며 4년 임기를 시작했다.

이어 오전 11시 총통부 건물 앞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라이 총통은 중국을 향해 메시지를 쏟아냈다. 그는 “중국은 대만에 대한 문공(文攻·말로 공격), 무하(武嚇·무력으로 협박)를 멈추라”면서 “대만과 함께 글로벌 책임을 짊어지고 대만해협과 지역의 평화·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힘쓰자”고 했다. 또 “중국은 중화민국(대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대만 인민의 선택을 존중하여 성의를 갖고 대만 민선(民選) 합법 정부와 대등·존엄의 원칙 아래 대화로 대항(對抗)을 대체하고, 교류로 봉쇄를 대신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양측의 대등한 관광 재개와 학위를 따고자 하는 학생들의 대만 방문을 허용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고 했다. 중국을 향해 대만에 대한 압박을 멈추고 교류를 늘리자고 제안한 것이다.

양안(중국과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현상 유지’를 강조하며 중국을 자극하지 않는 데 집중했다. 라이칭더는 “양안의 미래는 세계 정세에 결정적 영향이 있다”면서 “민주화 대만을 계승하는 우리는 평화의 타수이고, 새 정부는 ‘네 가지 견지(차이잉원의 외교·양안 관계 노선)’를 받들고 의연하게(不卑不亢) ‘현상 유지’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대만 인민들은 평화를 사랑하고, 사람에게 우호적이다”라면서 “국가 지도자가 인민 복지를 최우선으로 삼는다면 대만해협의 평화, 호혜, 공존과 공동 번영은 서로의 공동 목표”라고 했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경계심도 표출했다. 라이칭더는 “우리는 평화의 이상을 추구하는 동시에 환상을 가져서도 안 된다”면서 “중국은 대만 무력 침공을 포기하지 않았고, 여러분이 알다시피 중국의 주장을 전부 받아들이고 주권을 내준다고 해도 중국의 대만을 삼키려는 시도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중국의 각종 위협과 침투 속에서 우리는 반드시 국가 수호의 결심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전민 보국 의식을 높이고, 전국 안보 체계를 튼튼하게 하고, ‘평화 4대 기둥 행동 방침’을 적극 이행해야 한다”고 했다. 그가 내세운‘평화 4대 기둥 행동 방침’에서는 국방, 민주 진영과의 협력 강화 등을 강조한다. 대만에 대한 중국 본토의 영향력 확대를 막는 전략이다.

그는 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전 세계에 지속적으로 충격을 주고 있다”면서 “중국의 군사 행동과 회색 위협(전쟁 아닌 도발 행위)도 세계 평화·안정의 최대 전략적 도전으로 간주된다”고 비판했다.

차이잉원 전 총통의 친미·반중 집권 기조를 계승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지난 8년 동안 차이잉원 전 총통과 천젠런 전 부총통, 구성원들이 노력하여 대만의 발전에 굳건한 기초를 닦았다”면서 “대만인[國人同胞]들의 지지 덕분에 외부 영향을 받지 않고, 민주를 수호하고 앞으로 나아가며, 뒤돌아 보지 않고 대만 역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펼쳤다”고 했다.

이날 라이칭더는 9차례 ‘중화민국’, 3차례 ‘중화민국대만’, 한 차례 ‘중화민국 헌법’을 언급했다. ‘독립’과 양안(중국과 대만) 교류에 관한 법규인 ‘양안 인민 관계 조례’는 언급하지 않았다. 라이칭더가 속한 민진당은 대만은 중국과 다르다는 의미로 공식 국호 ‘중화민국’ 대신 ‘타이완·대만’을 주로 써왔는데, 대만 독립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고자 단어 선택을 신중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중국 관영 매체들은 20일 취임사 메시지를 주목하면서 “중국에 대해 선의만 보여주는 건 의미 없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날 취임식 행사에는 미국과 일본의 대표단이 대거 참여했다. 미국에서 브라이언 디스 전 미국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 등이, 일본에서는 여야 의원 37명 등 사상 최대 규모 대표단이 참석했다. 우리 정부에서는 이은호 주타이베이대표부 대표가 자리했다. 또 8국의 국가원수급 대표단과 교황청 특사 등 세계 각국에서 총 51개 대표단이 취임식에 참석했다.

라이칭더 취임 후 대만 독립 노선을 유지하며 양안 관계가 악화할 경우 미·중 분쟁이 무력 충돌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대만해협에서 전쟁이 벌어지면 국제 사회가 10조달러(약 1경3500조원)의 손실을 본다고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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