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장관, 文 회고록에 “2차 세계대전, 히틀러 믿었다가 발발”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20일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믿었다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회고록 내용과 관련해 “정세를 오판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김 장관은 이를 더 이상 독일의 영토 확장을 꾀하지 않겠다는 아돌프 히틀러의 말을 믿고 1938년 ‘뮌헨 협정'을 체결했던 네빌 체임벌린 당시 영국 수상의 실책에 빗대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7일 발간된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에서 “상응 조치가 있다면 비핵화하겠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약속은 진심이었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2018년 4월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당시 ‘도보다리’에서 독대한 김정은이 “딸 세대한테까지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게 할 수는 없는 거 아니냐”며 “(핵을) 사용할 생각 전혀 없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김 장관은 이날 윤석열 정부 출범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이에 대한 평가를 부탁 받고 “남북 관계 그리고 국제 정치에서 우리가 어떤 사안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의도와 능력이 되겠다”고 했다. 그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해서 우리를 위협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며 “그런데 그 능력을 무시한 채 북한의 의도에만 초점을 맞춘다고 한다면 그것은 정세를 오판하는 그런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1938년 뮌헨회담(협정)이라는 것이 체임벌린 영국 수상과 히틀러 사이에 체결됐다. 체임벌린 수상은 (독일 영토를 더 이상 확장하지 않겠다는) 히틀러의 의도를 전적으로 신뢰했다”면서 “그것이 대표적으로 유화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뮌헨회담이란 유화 정책의 결과로 다음해인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다”며 “북한의 의도를 전적으로 믿는다고 한다면 그것은 대단히 부정적인 안보상의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래서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에 대해서 억제를 하겠다고 하는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의 경우 (핵·미사일 사용) 의도도 갖고 있고 능력도 갖고 있다. 왜 의도만 평가를 하나. 그것은 국가 안보 정책을 세우는 데 있어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김 장관은 “지난해 동·서해 해상으로 탈북한 가족의 증언을 들어보게 되면 ‘만약 지금도 한국도 문재인 정부가 있다고 하면 자신들은 탈북을 결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2019년 11월 문재인 정부가 한국을 찾아온 두 북한 사람을 강제로 추방했다”면서 탈북 어부 북송 사건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지난해 한국을 찾아온 탈북민의 증언을 들어보면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이란 것이 북한 주민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분명하다”고 했다.
한편 김 장관은 오는 24일 줄리 터너 미국 북한인권특사와 함께 1978년 우리 고교생 5명이 북한 공작원에 납북됐던 전북 군산 선유도를 방문한다고 밝혔다. 통일부 장관이 납북 현장을 찾아가는 것은 이번이 최초다. 문승현 통일부 차관도 1977~1978년 우리 국민이 납북된 전남 홍도 해수욕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김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김정은이 한국을 적대국가로 규정하는 반(反)통일 정책을 내세운 뒤, 북한이 통일전선부를 폐지하고 노동당 중앙위 10국으로 개편했다고 밝혔다. 다만 통일전선부가 담당했던 대남 심리전 등의 기능은 변화 없이 수행 중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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