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생성 AI 기반 제공 논문 공동 저자 일리야 폴로수킨 니어 프로토콜 대표 | “블록체인과 AI 결합이 금융 혁신 촉진할 것”
“첫째는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 업무에 자연어 상호작용 도입, 그다음으로 지능형 자산 개발, 마지막으로 더 많은 시장의 등장입니다.”
일리야 폴로수킨(Illia Polosukhin) 니어 프로토콜(이하 니어) 공동 창업자 겸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이 인공지능(AI)과 결합할 때 금융에 불어올 혁신을 묻자, 주먹 쥔 손에서 세 손가락을 하나씩 펼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미 중국 칭화대의 한 개발팀이 자연어 명령어를 입력해 AI에 디파이 업무를 시키는 기술을 선보였다”며 첫 번째 사례를 들었다. “칭화대 팀은 ‘수익률이 극대화하도록 코인을 거래해 줘’나 ‘이율이 가장 높은 거래처를 알려 줘’ 같은 명령어를 입력하면, AI가 그에 맞춰 실제 디파이 업무를 실행하는서비스를 구현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더 나아가 인간을 대신해 스스로 결제와 투자 등 금융업을 수행하는 새로운 형태의 AI 기반 자산이 생겨날 것”이라며 지능형 자산 개념을 설명했다. 그러곤 “이러한 지능형 자산의 속출은 더 많은 금융시장이 새로 문을 열도록 촉진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폴로수킨 대표는 인터뷰 내내 블록체인과 AI의 시너지 가능성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폴로수킨 대표를 만나 인터뷰했다. 우크라이나 출신인 폴로수킨 대표는 2014년 구글 리서치에 합류해 AI 기술 개발 및 연구에 뛰어들었다. 그는 2017년 발표된 ‘Transformer(트랜스포머): Attention Is All You Need’ 논문의 공동 저자로도 유명하다. 해당 논문은 챗GPT를 비롯해 수많은 AI 딥러닝 모델로 채택된 ‘트랜스포머’를 처음 제시한 연구 성과다. 이후 그는 구글에서 나와 동업자 알렉산더 스키다노프와 함께 2017년, 블록체인 메인넷 개발사 니어를 창립했다.
블록체인 메인넷이란 가상자산, 가상자산 거래소 등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운용하는 데 기반이 되는 네트워크를 뜻한다. 스마트 기기의 운영체제 위에서 애플리케이션(앱)이 구동되듯이 메인넷 위에서 탈중앙화 서비스 디앱(dApp)이 구동된다.
최근 AI에 대한 전 세계인의 관심이 폭증하면서 폴로수킨 대표도 덩달아 바빠졌다. 그는 3월 20일(이하 현지시각), 미국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GTC 2024에 참석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및 ‘트랜스포머’ 논문 저자들과 만나 패널 토의를 벌였다. 이 자리에서 그는 디파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같은 달, 서울에서 개최된 비들아시아에서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과 함께 블록체인-AI 결합에 대한 대담을 나누기도 했다.
폴로수킨 대표는 블록체인과 AI 기술의 발전을 별개 현상으로 보지 말고 필수 동반되는 기술로 바라보라고 제언했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이 보편화하면 개인 이용자가 지금보다 더 자신의 데이터에 대한 통제권을 갖는다”고 가정했다. 블록체인과 블록체인 기반의 네트워크 환경인 웹 3.0은 탈중앙화를 목표로 하고 있어, 각각의 이용자가 갖는 통제권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정을 세운 그는 “미래의 개인 이용자는 민감한 자신의 데이터를 지금보다도 더 기관에 제공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그렇다면 개인 이용자는 자신의 스마트 기기에만 데이터를 저장하려 할 것”이라며 “이런 사회상이라면 기기 내에 저장된 정보만을 토대로 유의미한 도움을 줄 수 있는 고도화된 AI의 수요는 필연적이다”라고 내다봤다.
폴로수킨 대표가 이끄는 니어 역시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고 일반인 이용자를 위한 AI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폴로수킨 대표는 “자세하게 밝히긴 어렵지만 니어 생태계 내 블록체인과 AI를 결합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며 “몇 개월 내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폴로수킨 대표의 개인 활동뿐만 아니라 니어의 사업 성과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디앱 통계 사이트 디앱레이더에 따르면, 니어의 지난 4월 한 달간 활성 지갑 수(UAW)는 1461만 개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 메인넷 중 1위다. UAW는 해당 메인넷을 쓰는 이용자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빠른 처리 속도, 낮은 수수료가 장점
5월 7일 기준 니어 메인넷에 예치된 총자산(TVL)은 3억2287만달러(약 4389억원)로 전 세계 메인넷 중 20위로 집계된다. 같은 시각, 니어 코인의 시가총액은 79억6000만달러(약 11조원)로 시가총액 규모만 보면 17위 수준이다. 폴로수킨 대표는 많은 이가 니어를 찾는 이유에 대해 “창업 초기부터 우수한 확장성을 갖추고 저렴한 거래 수수료가 발생하도록 메인넷을 설계한 덕”이라고 답했다.
그의 말대로 니어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전통 메인넷과 비교해 빠른 전산 처리 속도와 낮은 거래 수수료가 장점이다. 블록체인의 전산 처리 속도를 나타내는 초당 거래 건수(TPS)를 비교하면 비트코인이 약 7TPS, 이더리움이 10~20TPS고 니어는 6000TPS다. 니어 측은 연내 10만TPS가량으로 향상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거래 수수료는 이더리움이 한 트랜잭션(수행 작업 단위)당 10~60달러 수준이라면 니어는 0.01달러에 불과하다.
폴로수킨 대표는 니어가 ‘체인 추상화’에도 탁월한 메인넷이라고 힘줘 말했다. 체인 추상화란 이용자가 블록체인 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 기술 구현 방식이다. 그는 “이용자가 블록체인 서비스 이용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서비스를 편하게 쓸 수 있게 니어를 구축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핫월렛’이라는 디앱은 출시 2개월 만에 400만 명의 이용자를 끌어모았다”고 부연했다. 핫월렛은 니어가 올해 1월 출시한 가상자산 지갑 서비스로 텔레그램 계정만 있으면 일부 코인을 전송하거나 채굴할 수 있어, 이용 편의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니어는 한국 시장에도 꾸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2022년 11월 한국 지사를 설립했으며 현재 12명의 상주 직원이 한국 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다. 국내 기업과도 협업을 모색해 미래에셋증권, SK C&C 등과 업무 협약을 맺은 상태다. 이외에도 니어는 국내 주요 대학의 블록체인 학술회를 지원하고 있다. 폴로수킨 대표의 이번 방한 일정 중 서울대 강연도 있었는데, 이 역시 대학생 지원 차원에서 이뤄졌다.
폴로수킨 대표는 “지난해에만 한국에 네 차례 방문했다”며 웃음을 지었다. 그는 “한국의 젊은 대학생들이 블록체인 개발에 관심이 많아 인재를 활용하기 좋다”며 “또한 한국은 가상자산과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는 일반인 이용자가 많아 매력적인 시장이다”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그는 협업하는 한국 기업 수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발표된 곳 외에도 더 많은 기업과 협업 논의를 진행 중이다”라며 “지금은 일반 소비자가 니어 서비스에 노출되게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분야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했다.
그는 국내 금융시장 진출 의지도 확인했다. “한국의 블록체인 관련 금융 규제가 확립되지 않아 조심스럽게 사업에 접근하고 있다”면서도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 한국의 금융 소비자가 니어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례가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인터뷰 말미, 앞으로 블록체인 업계에서주목해야 할 현상을 묻자, 폴로수킨 대표는 다시금 손가락을 하나씩 펼치며 “체인 추상화, AI, RWA(실물 연계 가상자산)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답했다. 특히 그는 체인 추상화를 언급하며 “니어는 사업 초창기부터 체인 추상화를 목표로 메인넷 개발 사업에 열중했다”며 “이더리움과 손잡고 더 빠르게 체인 추상화를 도입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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