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이념은 좌파 우파 아닌 평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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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초·중·고 학생에 대한 체벌이 대부분 사라졌지만 우리 사회 리더들이 다녔던 40~50년 전 학교 풍경은 사뭇 달랐다.
사람마다 모든 인간에 대한 진짜 사랑의 기초로서 평등을 최고의 가치로 삼을 때에야 사회 구조가 바뀐다.
그러므로 한국 사회를 이끄는 리더라면 '모든 사람은 수단이 아닌 목적'이라는 평등의 가치로 마땅히 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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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초·중·고 학생에 대한 체벌이 대부분 사라졌지만 우리 사회 리더들이 다녔던 40~50년 전 학교 풍경은 사뭇 달랐다. 그 당시 비교적 가벼운(?) 풍경 하나를 상기해보자. 생활주임 선생님이 지각생들을 모아 단체로 운동장을 몇 바퀴 돌게 한 후 교실로 들어가게 했다. 이런 벌을 받을 때면 지각생들은 서로 웃고 장난치며 운동장을 돈 후 교실로 들어갔다.
이 벌로 선생님이나 같이 지각한 친구에 대해 어떤 나쁜 마음도 생기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선생님이 체벌 방식을 바꾸어 운동장을 한 바퀴 돌 때마다 선착순으로 일정 등위 안에 들어오는 학생들을 먼저 교실로 들여보냈다. 벌칙이 바뀌자 지각생끼리 우정이나 배려는 사라진 대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각자도생의 경쟁과 반칙이 치열해졌다.
위 풍경에서 학생을 국민으로, 선생님을 사회로 바꿔보면 ‘사회가 정하는 규칙이 국민의 정신과 행동을 지배한다’는 명제가 충분히 성립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사회의 규칙은 그 사회의 지배층(기득권층)이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정하는 바, 그들이 정하는 부의 분배 방식, 인간관계를 맺는 방식, 게임의 방식 등이 국민의 심리와 정신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불평등한 부의 분배와 승자독식의 경쟁 게임은 국민의 정신건강과 인간관계를 파괴함으로써 진짜 사랑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대신 가짜 사랑을 진짜 사랑으로 강제하는 병든 사회가 된다. 병든 사회에서는 필시 가족애, 이성애, 자기애, 동지애(형제애) 등의 갖은 사랑도 병든다.
고로 ‘현재 우리 사회 사랑의 많은 부조리와 병리현상은 각자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릴 것이 아니라 사회 구조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한국을 나쁜 쪽으로 모는 것은 부모가 아니라 사회’라는 것이 저자의 핵심 주장이다.
사실 이러한 주장은 2,500년 전 불환빈 환불균(不患貧 患不均, 가난한 것에 화를 내는 게 아니라 공평하지 못한 것에 화를 낸다)을 설파했던 공자께서도 벌써 통찰하셨다. 동물실험가에 따르면 원숭이들도 불공정한 보상에는 화를 내며 저항한다. 불평등을 혐오하는 것은 생존의 본성임을 밝히려는 실험이었다.
‘다 너를 위해서’라는 부모의 거짓말, ‘너무나 사랑해서’라는 연인의 거짓말, ‘믿습니다!’라는 맹신자의 거짓말이 버젓이 통하는 것은 사회가 강요하는 욕망에 개인이 구속된 결과, 일방적이고 자기중심적인 가짜 사랑이 진짜 사랑으로 둔갑한 결과다.
물론, 부모가 자기가 아닌 미성년 자녀를 중심에 놓고 자녀의 미래를 위해 희생하는 것은 진짜 사랑이다. 문제는 이 진짜 사랑과 가짜 사랑의 구분이 동전의 양면처럼 쉽지 않기에 사회심리학자인 저자의 조언이 필요하다.
‘진짜 사랑 권하는 사회’를 위해 저자가 제시하는 최종 해법은 무엇일까? 평등이다. 사람마다 모든 인간에 대한 진짜 사랑의 기초로서 평등을 최고의 가치로 삼을 때에야 사회 구조가 바뀐다. 궁극적으로 역사를 나아가게 하는 힘이 평등에서 나온다.
인내천(人乃天)이나 홍익인간(弘益人間,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라), 인본주의사상 등의 뿌리가 모두 이 평등에 가서 닿는다. 그러므로 한국 사회를 이끄는 리더라면 ‘모든 사람은 수단이 아닌 목적’이라는 평등의 가치로 마땅히 무장해야 한다.
불평등한 관계에서는 사랑도, 공동체도 삐걱댈 수밖에 없다. 인간에 대한 사랑은 반려동물 등 지구상의 다른 사물들에게 주는 사랑보다 특별해야 한다. 그 사랑은 모든 인간을 똑같이 가장 귀중한 존재로 여기는 마음에서 기초하므로 평등한 관계가 필수적이다.
너나없이 상대에 따라 기준이 바뀌는 차별 없이 모든 인간을 똑같이 귀중하게 여길 때 비로소 나라의 미래도 좋은 쪽으로 나아간다. 한국의 리더여, 시방 뭣이 중헌가!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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