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있는 여성” 5주기 앞둔 故 구하라, 사망 전 ‘버닝썬’ 수사 조력[스경X이슈]
故 구하라가 생전 일명 ‘버닝썬 게이트’의 물꼬를 텄던 것으로 알려졌다.
BBC 뉴스는 지난 19일 한국 공식 유튜브 채널에 ‘버닝썬: K팝 스타들의 비밀 대화방을 폭로한 여성들의 이야기’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상을 게재했다. 해당 다큐멘터리는 ‘K-pop scandal: Exposing the secret chat groups(K팝 스캔들: 드러난 비밀 대화방)’이라는 영문 제목으로 본 채널에도 실렸다.
해당 영상에는 지난 2019년 연예계를 발칵 뒤집었던 ‘버닝썬 게이트’를 세상에 알리기 위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그 가운데는 2019년 11월 세상을 떠난 구하라의 이름도 있었다. 당시 그룹 빅뱅 멤버였던 승리와 가수 정준영, FT아일랜드 멤버였던 최종훈, 그리고 이들 사이 ‘경찰총장’으로 불렸던 윤규근 전 총경과의 유착 관계를 밝히는 데 도움을 준 것이 구하라였다.
특히 2016년 정준영의 불법 촬영 관련 조사가 무마되고 3년 뒤 그의 휴대전화 복사본이 유출된 것이 ‘버닝썬 게이트’의 시작이었던 점을 생각하면, 당시 구하라의 행동은 더욱 의미가 깊다.
승리, 정준영, 최종훈 등이 있던 단체 대화방에는 집단 성폭행, 불법 촬영 영상 공유, 경찰 고위층과의 유착을 의심하게 하는 등의 내용이 즐비했다.
해당 다큐멘터리 속 인터뷰를 진행한 강경윤 기자는 “그들의 단체 카톡방에 나오는 ‘경찰’이 누구일까, 그게 키포인트고 풀리지 않는 문제였다. 근데 구하라의 등장으로 그 물꼬를 터준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강 기자는 구하라가 ‘도와드리고 싶다’고 연락했다면서, “구하라가 최종훈과 데뷔 때부터 친했고, 승리, 정준영과도 어느 정도 친분이 있었다. 그들의 휴대전화를 본 적이 있는데 ‘걔네 거기에 진짜 이상한 게 많다’고 했다”며 “솔직하게 ‘경찰의 존재를 알고 싶은데 알 방법이 없다. 도와줄 수 있냐’고 묻자, 구하라가 최종훈에게 전화해 그 부분을 대신 물어봐 줬다”고 전했다.
구하라의 친오빠인 구호인 역시 인터뷰를 통해 “동생이 최종훈에게 ‘기자님에게 네가 알고 있는 사실을 얘기해라’라고 설득한 거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유착 혐의가 드러난 윤규근은 일부 유죄가 인정돼 2021년 당시 2000만 원의 벌금형과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다.
강 기자는 “구하라가 도와준 덕분에 (윤규근의 존재를)최종훈의 입밖으로 꺼낼 수 있었다”며 “구하라는 용기 있는 여성이었다. 제게 어떤 얘기를 했냐면, ‘저도 리벤지 포르노 피해자잖아요’ 했다”고 말했다.
뒤늦게 전해진 구하라의 이야기에 많은 이들은 안타까움을 표하며, 위로와 격려의 인사를 전하고 있다.
김원희 기자 kimw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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