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반장1958’ 이제훈 “최불암 카피캣처럼 따라하려, 영혼 빼서 들어가야겠다 생각”[EN:인터뷰]

컴퍼니온 제공

컴퍼니온 제공

[뉴스엔 박수인 기자]

배우 이제훈이 대선배 최불암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 소감을 밝혔다.

이제훈은 5월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MBC 드라마 '수사반장 1958'(극본 김영신/연출 김성훈) 종영 인터뷰에서 최불암의 젊은 시절을 연기함으로써 느낀 부담감과 부담감을 떨쳐내기 위한 노력을 밝혔다.

'수사반장 1958'은 1958년을 배경으로 야만의 시대, 소도둑 검거 전문 박영한 형사가 개성 넘치는 동료 3인방과 한 팀으로 뭉쳐 부패 권력의 비상식을 상식으로 깨부수며 민중을 위한 형사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1971년부터 1989년까지 방영된 '수사반장'의 프리퀄이다.

이제훈은 "저는 최불암 선생님의 존재감은 '그대 그리고 나'라는 드라마를 통해 느꼈다. 그런데 같이 살고 있는 가족들도 그렇고 다들 최불암 선생님을 박반장님이라고 얘기하더라. '살인의 추억'에 나왔던 짧은 신이지만 '수사반장' 오프닝 노래가 나올 때 신나하는 모습을 보면서 궁금했던 기억이 있다. 엄청난 드라마구나 싶었다. 그래서 프리퀄이 만들어진다는 건 기대감이 컸던 것 같다. 재밌게 해볼 수 있겠다는 호기심으로 접했다가 최불암 선배님을 연기하는 게 덜컥 겁이나고 막막함이 컸던 것 같다. 그의 존재감은 너무나 크고 아무리 제가 창의적인 선택을 하더라도 결과값은 나와있기 때문에 자유롭게 할 수 있을까 싶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처음에는 따라하기였던 것 같다. 여러 회차를 보면서 표정, 말투, 목소리 등을 카피캣처럼 계속 따라하면서 내 안으로 받아들여야겠다 싶었다. 최불암 선생님의 영혼을 빼서 그 안에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면 할수록 표면적인 모습에 있어서 매몰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캐릭터를 준비하면서 했던 경험은 처음이라서 스스로 헛도는 기분, 헛발질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고민이 많이 들었다. 최불암 선생님이 나왔던 드라마, 광고, 예능 등 모든 걸 찾아봤다. '수사반장'에서의 모습은 냉철하고 카리스마 있고 휴머니스트의 모습이 있는데 수많은 필모그래피를 보면서 이런 모든 것들이 대중이 생각하는 모습이지 않을까 했다. 그러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담아내고 싶었다. 그러면서 생각을 더 확장했던 것 같다. 시청자 분들이 어떻게 봐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선생님의 마음이나 정신을 닮아가려고 이야기도 많이 듣고 힘을 많이 얻으면서 용기내서 연기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최불암의 반응에 대해서는 "첫 촬영 때 만났을 때 손자 역할로서 봬야 하는데 선생님을 보는 마음이 뭉클하면서도 제가 할아버지 존재에 대한 경험이 없어서 어떻게 대하고 인사를 드리고 해야하는지에 대한 어색함이 있었다. 그런데 선생님을 보자마자 할아버지가 있었다면 이런 존재이지 않을까 했다. 사람에 대한 감정이 느껴지더라. 대본에는 쓰여있지 않았지만 안아드리고 사랑한다는 표현을 했다. 당황하실 수도 있는데 너무 좋다고 하시더라. 이렇게 한 표현이 준서와 영한 두 사람의 관계를 잘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해주셔서 뿌듯했다. 저를 친손자처럼 보듬어주시고 바라봐주시는데 촬영인지 연기인지 헷갈렸던 것 같다. 선생님과 편안하게 대화하면서 상처받은 힘듦을 위로 받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박영한의 촌놈시절부터 양복을 입는 모습을 보시면서 쫑파티 때 '너무 좋은 것 같다, 잘 해줘서 고맙다'고 표현해주셔서 몸둘 바를 모르겠더라. 더 잘 했어야하는데 하는 마음이 들면서 큰 사랑을 받으셨던 국민배우로서 이 작품을 한 것에 있어서 최소한 선생님께 누가 되지 않도록 연기했는데 그걸 귀엽게 봐주신 것 같아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수사반장 1958'을 떠나보내면서는 "작년 7월부터 해서 촬영기간은 8개월 정도 됐다. 그 중간에 한 달이 빈다. 제가 갑작스럽게 아프게 돼서 촬영을 못하게 된 기간이 있었다. 저한테 있어서는 제일 길었는데 방송을 보면서는 10부라는 게 이렇게 짧았나 싶을 정도로 짧게 느껴져서 아쉬움이 크게 느껴졌던 것 같다. 고생하면서 찍은 장면이 많은데 한 시간 내로 한 회가 정리되다 보니까 시간이 빨리 흐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소한 16부작은 됐으면 더 보여드릴 것도 많고 사건에 대한 내용, 사연을 더 녹여서 더 풍성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도 완성도 있게 만들고자 선택과 집중하는 것들이 있었기에 아쉬운 마음은 있지만 잘 마무리가 됐다는 게 느껴졌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시즌2에 대해서는 "저도 기대하는 바가 분명히 있다. 기대하는 바는 있지만 제가 결정할 수 없는 부분이다. 최불암 선생님이 첫 회, 6부, 10부에 나오게 그려지니까 하나의 프리퀄이자 완성된 드라마로서 충분하지 않았나 싶다. 오리지널 '수사반장'에 대해 기억해주시는 분들도 있음과 동시에 오리지널 수사반장에 대해 궁금하지 않을까 했다"며 시리즈물에 자주 출연하는 비결로는 "작품 속에서 나오는 이야기뿐만 아니라 이전에는 어떤 스토리가 있었고 어떻게 살아가고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 데 있어서 상상하면서 연기하는 것 같다. 그 마음이 전달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는 게 아닌가 싶다. 저로서는 많은 분들께 관심과 사랑을 받아서 이후 이야기를 바라시는 게 너무나 감사하고 영광이다. 저도 연기로서 담아내고 싶다는 생각을 매번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히어로적인 작품을 주로 출연하는 이유도 밝혔다. 이제훈은 "사회가 세상을 보여주는 것이지 않나. 세상에 관심을 갖다 보니까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보고 싶은 게 이것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본능적으로 하게 되는 것 같다. 사필귀정, 인과응보에 대한 정의를 대리만족을 하거나 스트레스를 풀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작품을 좋아해주시고 찾으면서 선택하거나 끌리게 되지 않나 싶다. 앞으로도 이런 스토리가 출연한 작품 말고도 태도와 마음은 맞닿아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한 색깔에 굳히지 않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스스로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평소 히어로 시리즈를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다고. 이제훈은 "히어로물을 좋아해서 작품을 선택하는 지점까지 닿지 않나 싶다. '모범택시' 김도기는 배트맨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다크나이트, 어둠의 기사의 이미지가 있었는데 박영한은 실제로 그렇지는 않지만 슈퍼맨 같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이런 사람이 있다면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될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박반장을 실제 인물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이런 사람을 꿈꾸고 기다리는 게 아닐까 했다"고 덧붙였다.

히어로적인 역할을 맡으며 스스로 행동에 대해 달라진 부분도 있었을까. 이제훈은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 이 일을 하면서 행동에 있어서 좀 더 신중해지는 부분은 있는 것 같다. 이전에는 무단횡단을 하거나 가래가 끓을 때 침을 뱉는 것이 서슴없었다면 이제는 본능적인 행동까지도 누가 나를 보지 않을까에 대한 의식을 하게 되더라. 어렵거나 불편한 게 아니라 당연한 것이지 않나. 스스로 반성하게 되는 것 같다"고 답했다.

뉴스엔 박수인 abc159@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en@newsen.com copyrightⓒ 뉴스엔.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