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열풍에 中서 다이아몬드 인기는 시들

정미하 기자 2024. 5. 20.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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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증시 침체에 금 인기
인민은행도 금 사재기 나서
다이아몬드 관련 매출 줄어

세계에서 가장 큰 금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중국에서 금 인기가 나날이 치솟으면서 다이아몬드 산업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9일 보도했다. 이를 반영하듯 중국의 소셜미디어(SNS) 웨이보에는 ‘금이 미쳐가면서 다이아몬드가 무너진다’는 해시태그가 1억 뷰를 달성했다. 한 웨이보 사용자는 “21세기에 가장 혼란스러운 사실은 다이아몬드를 귀중한 보물로 취급하는 것”이라고 쓰기도 했다.

중국에서 금 인기는 높아지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둔화하고 부동산과 증시가 침체하자 투자처를 잃은 중국 자본이 금 투자에 몰린 영향이다. 여기다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미국 달러와 대체 관계인 금값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금 수요가 증가했고 금값도 상승하면서 금 인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중국 남부 광둥성 포산에 있는 주대복 마스터 스튜디오에서 주얼리 장인 장즈롱이 작업하는 모습. / AFP 연합뉴스

프랑스 은행 나티시스의 게리 응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소비자는 부를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며 “금은 소비와 투자의 이중성을 갖고 있고, 다이아몬드보다 재판매 시 유동성이 좋고 가격도 더 투명하다”고 설명했다. SCMP는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구매력이 줄어드는 시대에 사람들은 부를 저장하기 위한 피난처로 금을 찾고, 다이아몬드 구매를 줄인다”고 말했다.

다이아몬드 기업 드비어스가 지난해 8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00년 세계 다이아몬드 주얼리 시장의 1.5%를 차지하는 데 불과했다. 이후 급속한 경제 성장에 힘입어 2014년에는 13.4%로 증가했고 2019년까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2022년 팬데믹이 종료될 무렵 10.2%로 떨어졌다. 특히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중국 내 다이아몬드 판매량은 11.2% 감소했다. 이는 드비어스가 조사한 글로벌 주요 시장 중 가장 큰 감소다. 이를 반영하듯 중국 본토, 홍콩, 마카오, 대만을 포함한 다이아몬드 시장은 2021년 137억 달러에서 2023년 128억 달러로 줄었다. SCMP는 “경제적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을 감안하면 중국 소비자들이 금을 선호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보석 업체의 다이아몬드 관련 매출은 감소했다. 홍콩에 본사를 둔 주얼리 업체 룩 북(Luk Fook)의 2023년도 도매 사업 매출은 다이아몬드 판매 감소 여파로 21.4% 줄었다. 중국 다이아몬드 반지 브랜드 아이 두( I Do)는 2023년 1월 파산 구조조정을 신청하기도 했다. 데리 링(Darry Ring)이라는 브랜드를 소유한 선전 상장 DR 코퍼레이션의 지난해 상반기 이익 역시 급감했다.

반면 중국 소비자의 금 구매는 늘었다. 지난달 중국금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 소비자들은 올해 1분기에 금 308.9톤(t)을 구매했다. 이는 2023년 같은 기간에 비해 5.9% 증가한 수치다. 중국 정부도 금 사재기에 나섰다. 인민은행의 금 보유액은 18개월 연속 증가했다. 지난해 글로벌 각국 중앙은행이 사들인 전체 금의 4분의 1 규모인 225톤을 매입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통계를 공개한 1977년 이후 최고치다. 이 결과 중국의 금 보유량은 2022년 10월 말 1948톤에서 올해 3월에는 2262톤으로 급증했다.

다만, 중국의 다이아몬드 소매 시장은 여전히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고, 중산층이 성장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잠재력이 있다는 평가도 있다. 미국 다이아몬드 전문업체 해리 윈스턴(Harry Winston)은 지난 2월 항저우에 8번째 중국 매장을 열었다. 드비어스는 중국 초부유층의 지속적인 수요를 언급하면서 “다이아몬드 주얼리 판매에 대한 고무적인 전망”이 있다고 봤다. 회계·컨설팅 업체 PwC의 4월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명품 주얼리 판매는 2023년 전년 대비 17%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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