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당신 '독신세' 내야 한다면… [질문+]

홍석구 세무사, 김다린 기자 2024. 5. 20.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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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원초적 질문
홍석구의 稅務와 世務
세금과 저출산❶ 독신세
독신과 기혼 근로자의 세 부담
연말정산 거치면 기혼 혜택 커
이미 독신의 세 부담 큰 데도
독신세 도입 필요성 고개 들어
그만큼 최악의 경로 걷는 저출산
다만 과세 형평성 맞지 않고
실효성 뚜렷하지 않다는 점 문제

한국이 무서운 속도로 소멸하고 있다. 저출산을 완화하기 위해 숱한 대책을 쏟아냈지만 지금까진 백약이 무효다. 더 강력하고 파격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독신세'다. 과연 독신세는 효과적인 정책이 될 수 있을까.

미혼 근로자는 기혼 근로자와 비교해 더 많은 세 부담을 지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나 같은 사람이 나라를 좀먹는 존재라 하는데, (그렇지 않다). 혼자 있으면 독신세를 내고 살고 있는 거다." 최근 SBS 연예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에 출연한 중년배우 김승수씨의 말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김씨는 50세가 넘는 나이에도 미혼이었는데, 가족들이 결혼을 부추기자 '독신세를 내고 있으니 신경 쓰지 말라'고 항변했다.

알다시피 우리나라 세금 중엔 독신세가 없다. 그런데도 김씨는 왜 독신세를 내고 있다고 말한 걸까. 김씨가 방송에서 대놓고 농을 던진 건 아니다. 독신세란 명목의 세금은 없지만, 미혼 근로자의 세 부담은 기혼 근로자와 비교하면 더 무겁다. 한국의 소득세 과세 체계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부양가족이 많을수록 세금을 적게 내는 구조다. 이미 산출한 세액에서 특정 항목을 차감해주는 과정인 세액공제를 거치면 그렇다.

직장인 연말정산을 예로 들어보자. 인적공제는 근로자 본인과 부양가족을 대상으로 1인당 150만원씩 공제한다. 부양가족이 없는 미혼 독신은 150만원의 본인 인적공제만 가능하지만, 기혼자는 부양가족 수만큼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애초에 인적공제 자체가 가족을 부양하는 데 쓰는 비용을 고려해 기혼 가정에 혜택을 주고자 만든 것이기도 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신용카드 등 사용금액 소득공제 역시 부양가족이 많을수록 사용액이 클 공산이 크다. 미혼 근로자는 그만큼 공제 혜택이 적을 수 있다. 의료비, 교육비, 자녀세액 공제 등도 부양가족이 있어야 받을 수 있다. 똑같이 일하고, 똑같은 월급을 받더라도 연말정산을 하면 미혼과 기혼 근로자가 부담하는 세금은 확연하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미혼 근로자 입장에선 이런 간극이 마치 독신세를 내는 것처럼 억울하게 느껴질 만하다.

다만 글로벌 기준에서 따져보면, 이런 방식의 과세를 '독신세'로 치부하기엔 무리가 있다. 세계 각국은 기혼 근로자에게 더 많은 세액공제 혜택을 주고 있다. 그 강도 역시 우리나라보다 대체로 더 높기 때문이다. 이를 엿볼 수 있는 자료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있다.

OECD는 2022년 38개국의 미혼 근로자와 기혼 근로자(자녀 2명 기준)의 소득세 실효세율(소득세+사회보장료-복리후생비) 차이를 계산해 순위를 매겼다. 세금을 비롯해 사회보장비까지 포함해 미혼 근로자와 기혼 근로자의 세 부담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를 따져보기 위해서였다.

한국의 경우, 미혼과 기혼 근로자의 세부담 차이가 4.2%포인트였다. 조사 대상 38개 중 6번째로 실효세율 차이가 적었다. 미혼 근로자와 기혼 근로자의 실효세율 간극이 큰 국가들은 폴란드(25.3%포인트), 룩셈부르크(23.0%포인트), 체코(22.9%포인트) 등이었다.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우리나라가 다른 국가와 비교해 기혼 근로자에게 주는 혜택이 크지 않다는 거다.

이 때문인지 국내에서도 '독신세 같은 세액공제 혜택'이 아닌 '진짜 독신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로 일부 국가가 독신세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 일본은 저출산 대책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전 국민에게 1인당 500엔(약 4500원)의 저출산세 부과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도 저출산 극복을 위해 소득의 6%를 무자녀세로 부과하는 안案을 검토 중이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2023년 기준 0.7명)이 러시아(2021년 기준 1.5명)의 반토막에 불과하단 점을 감안하면, 우리도 이제 '독신세 논의'를 진행해야 하는 시기인 건 분명하다.

다만, 독신세 도입을 논의하기에 앞서 생각해야 할 점은 숱하다. 그 이유는 여럿인데, 하나씩 풀어보자. 먼저 법률의 부당성이다. 결혼과 출산은 개인의 사적인 영역이다. 미혼이라고 해서 국가가 나서 페널티를 적용하는 건 부당하다.

법률은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명확히 분리하고 있다. 만약 공익적인 목적으로 사적인 영역에 제재를 가할 때는 사적 행위가 공익을 심각하게 훼손할 때여야 한다. 그런데 아무리 인구가 빠르게 소멸 중이라고 해도 독신이라는 사적 행위가 공익을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보긴 어렵다.

독신세 도입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기 위함이라지만 그 효과를 추정하기 어렵다. 독신세를 내기 싫어서 결혼을 선택하는 국민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오히려 독신세를 도입하면 불거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 있다. 사회적 갈등이다. 그렇지 않아도 미혼 가구는 사회적 박탈감이 적지 않은데, 온라인상에서 치열한 찬반 대전大戰이 벌어질 게 뻔하다.

과세 형평성에 맞지도 않다. 세금을 부과할 땐 공공재나 공공서비스에서 얻는 편익에 대응해 세금을 부담하는 '수혜자 부담의 원칙', 소득이나 재산과 같은 경제적 능력에 대응해 세금을 부담하는 '지불 능력의 원칙' 등 지켜야 할 형평성 이슈가 있다.

그런데 독신세는 두 원칙을 완전히 무시하는 세목이다. 거둬들인 독신세를 미혼 가구를 위해 쓸 일이 없을뿐더러 소득이나 재산을 고려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진짜 독신세를 걷고 싶은 거라면, OECD의 다른 국가처럼 실효세율의 간극을 지금보다 더 늘리는 게 합리적이다.

독신세를 도입하면 사회적 갈등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사진=뉴시스]

무엇보다 역대 정부가 인구 소멸을 막지 못한 이유는 세수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2002년부터 합계출산율 1.18명을 기록하며 초저출산 국가에 진입한 우리나라는 2006년부터 4차에 걸친 저출산ㆍ고령화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2006년부터 2023년까지 18년간 쏟아부은 예산은 자그마치 380조원이다. 그렇게 막대한 세금을 투입하고 처참한 성적표를 얻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따로 없다. 그만큼 저출산 정책이 비효율적이었단 거다.

이런 맥락에서 지금은 독신세 등 세금을 더 많이 걷는 법을 고민할 때가 아니다. 국민의 혈세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써야 출산율을 끌어올릴지, 그 해법을 모색해야 할 때다. 이 방법론은 '세금과 저출산' 두번째 편에서 풀어보겠다.

홍석구 세무사 | 더스쿠프
seokgu1026@jungyul.co.kr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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