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피해자 "눈 뜨니 침대 위…웃는 사진 강요→합의 성관계 주장"

류원혜 기자 2024. 5. 20.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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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튜브 채널 'BBC News 코리아'

가수 승리와 정준영 등이 가담했던 '버닝썬 게이트'의 피해자가 사건 발생 5년 만에 자신의 경험담을 밝혔다.

지난 19일 BBC의 유튜브 채널 'BBC 뉴스코리아'에는 '버닝썬:K팝 스타들의 비밀 대화방을 폭로한 여성들의 이야기'란 제목의 다큐멘터리가 공개됐다. 영상에는 2019년 이른바 '버닝썬 게이트'를 취재한 기자들과 강간 마약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되는 여성의 목소리가 담겼다.

서울 강남구 클럽 버닝썬의 고객이었던 여성 A씨는 당시 한 남성이 주는 술을 한두 잔 마시고 심한 취기를 느꼈다고 밝혔다.

A씨는 화장실에서 아는 동생에게 "나 오늘 이상한 것 같아. 되게 빨리 취하는 느낌이야. 술 먹으면 안 될 것 같아"라고 말하고 자리에 돌아왔는데,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 보니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고 한다.

A씨와 함께 있던 남성은 버닝썬에서 술을 건넸던 남성이었다. A씨는 "갑자기 그 남자가 달려들어서 강제로 옷을 벗겼다. 소리 지르려고 하니까 입을 틀어막았다"며 "몸을 일으키려고 했더니 제 몸 위에서 짓눌렀다"고 회상했다.

이어 "숨을 못 쉬었다. 입이랑 갈비뼈도 너무 아팠다"며 "발버둥 쳐도 벗어나지 못해서 그냥 포기하고 있었다. 저를 죽일 것 같았다. 제가 고통스러워하는 데도 멈추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강제로 성행위가 이뤄지고 나서 A씨는 속이 좋지 않아 구토했고,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울면서 "집에 보내달라"고 빌었다고 한다.

하지만 남성은 사진을 찍으면 보내주겠다고 협박했다. A씨는 "웃으라고 하는데 웃음이 안 나왔다. 얼굴도 못 가리게 해서 그냥 '브이'(V)를 했다"며 "그렇게 급하게 방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이후 A씨는 성폭행 신고를 위해 경찰서를 찾았지만, 남성은 함께 찍은 사진을 증거로 내밀며 합의로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남성의 출국은 허가됐다.

/사진=유튜브 채널 'BBC News 코리아'

전직 MD였다는 남성 B씨는 "MD들이 남성 고객을 모으기 위해 예쁜 여성들이나 술에 취한 여성들이 노는 사진을 몰래 찍어서 남자 VIP들에게 보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밝혔다.

MD였다고 밝힌 다른 남성 C씨는 "물뽕이라는 마약은 굉장히 많이 사용됐다. 보통 물뽕을 사용하는 테이블은 룸"이라며 "깊숙이 들어가야 하는 룸이 하나 있었는데, 앞에 가드가 많아서 거기서는 무슨 짓을 하든 소리도 안 들린다. 버닝썬에서 물뽕 먹고 정신이 나간 여자애들을 거의 매일 봤다"고 했다.

'물뽕'은 감마 하이드록시 뷰티르산(GHB)이란 마약류다. 흰색 가루 형태이며 주로 술 같은 음료에 타서 복용한다. 인체에 들어가면 10~15분 만에 기분이 좋아지면서 술에 취한 듯한 상태가 돼 '강간 약물'로도 알려져 있다.

버닝썬 게이트의 연예계 핵심 인물들은 형기를 마치고 모두 출소했다. 그룹 빅뱅 출신 승리(34·본명 이승현)는 △성매매 △성매매 알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상습도박 △외국환거래법 위반 △식품위생법 위반 △업무상 횡령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횡령 △특수폭행 교사 등 9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법원은 2022년 5월 승리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전역 보류 처분을 받고 육군 병장 신분으로 국군교도소에 수감 중이었던 승리는 경기 여주교도소에서 남은 형기 9개월을 복역하고 지난해 2월 출소했다.

정준영은 2016년 강원도 홍천과 대구에서 만취한 여성을 집단 성폭행하고, 이를 몰래 촬영해 유포한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지난 3월 만기 출소했다.

최종훈은 정준영과 함께 여성을 집단 성폭행하고, 불법 촬영물을 유포한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2021년 11월 만기 출소한 그는 최근 일본 팬 커뮤니티 플랫폼에 자신의 채널을 개설하며 복귀를 시도하고 있다.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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