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갑상선 질환 치료 방사성의약품 임상 첫 승인

10살 이상의 노령 고양이 약 10%에서 발병하는 갑상선기능항진증은 갑상선호르몬이 과다 분비돼 심혈관 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고양이는 나이가 들면 갑상선기능항진증이라는 질병에 흔히 걸린다. 한국에서는 장기 약물 치료나 수술 외의 대안이 없었다. 국내 연구팀이 개발한 동물용 방사성의약품 임상시험이 승인돼 앞으로 주사 한 번에 반려묘의 갑상선 질병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국내 최초 동물용 방사성의약품인 고양이 갑상선기능항진증 치료제 '싸이로키티 주사액(I-131)'의 임상시험 계획이 농림축산검역본부 승인을 받았다고 20일 밝혔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은 갑상선호르몬이 과다 분비돼 심혈관 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10살 이상의 노령 고양이 약 10%가 질환에 걸린다. 미국 등 반려동물 선진국에서는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해 효과적으로 치료한다. 국내에는 동물용 방사성의약품이 도입되지 않아 약물을 매일 투약하거나 갑상선 제거 수술을 할 수밖에 없어 고양이와 보호자 모두에게 부담이다.

임재청 원자력연 동위원소연구부 선임연구원팀은 방사성 물질 요오드-131의 투여량을 확인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치료 효과를 높인 고양이 치료제를 개발했다. 방사성 요오드는 갑상선 질환을 앓는 고양이의 갑상선에 흡수되어 비정상 갑상선 세포만 선택적으로 제거한다. 1회 투여만으로 치료 효과가 충분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고양이갑상선기능항진증 치료제 '싸이로키티 주사액(I-131)' 시제품.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연구팀이 개발한 치료제의 임상시험 계획이 승인됨에 따라 오는 6월부터 수의핵의학 치료시설이 있는 충북대 동물의료센터에서 갑상선 질환을 앓는 반려묘 약 40마리를 대상으로 1년간 임상시험을 진행한다.

연구팀은 임상시험을 통해 치료제의 효과와 안전성이 최종 검증되면 2025년까지 제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예정대로 진행되면 국내 1호 동물용 방사성의약품이 등장하는 셈이다. 반려묘가 많은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지역 동물용 의약품 시장 수출도 기대된다.

정영욱 원자력연 하나로양자과학연구소장은 "임상시험 승인을 통해 치료 효과가 좋은 동물용 방사성의약품을 국내에 도입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며 "국내 1호 동물용 방사성의약품이 출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