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땀 한땀 장인의 손길…무형문화재 아닌 무형유산

이 순간 코멘터리 무형유산 주제로 ‘전통공예 명품전’ 열려

김영이 국가무형유산 자수장 전승교육사가 서울 강남 국가무형유산 전수교육관에서 조선시대 화초 길상무늬 병풍을 재현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국가무형유산’ 자수장 전승교육사 김영이 장인이 형형색색의 실을 바늘에 꿰어 붉은색 바탕천에 수놓았다. 한 땀 한 땀 색실이 직선과 곡선으로 이어지며 화병이 되고 잎새가 되었다. 지난 14일 김영이 장인이 서울 강남 국가무형유산 전수교육관에서 조선시대 화초 길상무늬 병풍을 재현하고 있었다.

서울 강남 국가무형유산 전수교육관에 전통 공예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박종식 기자

서울 강남 국가무형유산 전수교육관에 전통 공예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박종식 기자

그간 무형문화재로 불렸던 김영이 장인은 무형유산이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지난 17일 시행된 ‘국가유산기본법’에 따른 것이다. 1962년에 제정된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역사적 가치가 높은 건조물, 회화 등에는 유형문화재, 자연물 및 예능을 지닌 사람에게는 무형문화재라는 명칭이 붙었었다. 하지만 자연물과 사람까지 재화로 지칭하는 것이 적절치 않으며, 기존 문화재보호법이 1950년 제정된 일본 문화재보호법을 빌려온 것으로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국가무형유산 악기장 보유자 이정기 선생의 ‘소리북’. 5년 이상 자연 건조한 소나무로 북통을 만들고 한우 생피를 무두질하여 제작된 북으로 절제된 멋스러움과 품격을 담은 작품이다. 박종식 기자

김영이 국가무형유산 자수장 전승교육사의 ‘새천년의 아침’. 십장생의 일부를 회화적으로 구성해 명주 색실로 수를 놓은 것이 특징이다. 박종식 기자

이에 새롭게 마련된 ‘국가유산기본법’은 유네스코 국제 기준인 ‘유산’(heritage) 개념을 적용해 모든 유산을 문화유산, 무형유산, 자연유산으로 나눠 관리할 것을 규정했다. 총괄 관리 기관인 문화재청도 ‘국가유산청’으로 개칭해 17일 재출범했다.

이에 맞춰 17일부터 24일까지 무형유산을 주제로 한 ‘전통공예 명품전’이 국가무형유산 전수교육관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에는 국가무형유산 악기장 보유자 이정기, 국가무형유산 자수장 전승교육사 김영이, 국가무형유산 매듭장 이수자 김시재 장인 등 27명의 작품과 국가무형문화재기능협회 회원들의 작품 114점이 선을 보인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