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랑 썸타다 7000만원 털려…외신도 주목한 '한국 AI스캠'

일론 머스크 사칭 계정이 보냈다는 화성 신분증./사진=KBS 추적 60분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를 사칭, 한국인 피해자에게 7000만원을 뜯은 로맨스 스캠 피해 사례에 외신이 주목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중국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한국의 로맨스 스캠 피해 사례가 화제가 되고 있다. 해당 사연은 지난 4월19일 KBS '추적60분'을 통해 알려졌다.

자신을 일론 머스크라고 한 남성 A씨는 지난해 7월 한국인 여성 B씨에게 SNS로 접근했다. 평소 머스크 팬이었던 B씨는 처음엔 의심했으나 "세상을 위해 위대한 일을 하고 있다" "내 팬들이 나를 통해 부자가 될 수 있어 기쁘다"라는 A씨 말을 통해 신뢰를 점차 쌓아갔다.

A씨는 또 자기 가족이 어떤 생활을 보내고 있는지 등 세부적 일정을 공유했다. 그는 "아이들은 주말마다 스페이스X(SpaceX)에 간다"며 "테슬라 공장이 있는 텍사스와 스페이스X가 있는 플로리다 등을 개인 헬리콥터를 통해 자주 여행한다"고 했다. 실제로 뉴스에 보도된 일론 머스크의 활동과 A씨가 말하는 일정이 비슷해 B씨도 점차 경계심을 낮추게 됐다고.

영상통화를 통해 B씨는 A씨가 일론 머스크라고 확신하게 됐다. 화면 너머 머스크를 닮은 남성은 B씨에게 "안녕! 사랑해요. 그거 알죠?"라며 말을 건넸고 심지어 신뢰감을 얻으려 머스크 사진이 들어간 여권과 '화성 신분증'을 보내기까지 했다.

일론 머스크 사친 계정에서 걸려온 영상통화 장면./사진=KBS 추적 60분

A씨는 점차 본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믿음을 형성한 뒤 B씨에게 "팬들이 나로 인해 부자가 되는 게 행복하다"며 투자를 권유하기 시작한 것. 한국인 직원의 계좌번호라며 국내 계좌번호를 알려준 뒤 B씨에게 입금하게 시켰고 B씨는 총 7000만원을 여러 차례에 걸쳐 송금했다.

이후 KBS 제작진이 머스크라 주장하는 A씨와 통화를 시도했다. 그는 "미국은 너무 이른 아침"이라며 메시지로 연락을 나누자고 화제를 전환했다. 또 음성 녹음까지 보내며 자신이 일론 머스크임을 확인시킨 뒤 어김없이 투자를 유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제작진이 당시 A씨가 보내온 녹음을 분석한 결과 해당 목소리는 AI가 만들어낸 것이었다.

해당 사연을 접한 중국 누리꾼들은 "화성 신분증을 제공했다고? 그걸 정말 믿는 사람이 있나?" "나도 비슷한 일을 겪고 대화까지 나눴다. 너무 매력적이었지만 나중에 신고했다" 등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민수정 기자 crystal@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