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을 때 다리 아프고, 악화하면 상처 안 낫고 괴사까지

권대익 2024. 5. 20.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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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최고] 하지동맥폐색증, 치료 안 하면 1년 내 50%가 다리 절단
게티이미지뱅크

혈관이 여러 가지 원인으로 막히거나 터지면 큰 문제가 된다. 뇌에서 발생하는 뇌졸중, 심장혈관이 막히는 심근경색이 대표적이다.

하지동맥폐색증은 동맥경화로 인해 다리로 가는 동맥혈, 즉 다리 혈관이 막히는 질환이다. 동맥 내벽에 칼슘·콜레스테롤·섬유 조직이 섞여 쌓이면서 죽상(粥狀)동맥경화을 일으킨다. 이로 인해 혈관 벽이 두꺼워지고 혈관이 좁아지다가 막히게 된다. 동맥경화의 주원인인 흡연·당뇨병·고혈압·이상지질혈증 환자에게서 주로 발생한다. 흡연이 가장 큰 원인이다.

처음에는 걷거나 달릴 때 다리 통증이나 경련이 생기지만 쉬면 증상이 가라앉는다. 그러나 증상이 악화하면 맥박이 약하고, 피부가 차갑게 느껴지며, 안정을 취해도 통증이 생길 수 있다. 결국 발가락 색깔이 검푸르게 변하거나 발 상처가 잘 낫지 않고 괴사도 발생할 수 있다.

김상동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혈관이식외과 교수는 “하지동맥폐색증을 초기에 발견하면 생활 습관 교정과 약물 치료만으로도 호전을 기대할 수 있지만 증상이 심해 병원을 찾을 정도가 되면 동맥 내경(內徑·지름)이 75% 이상 좁아진 상태”라며 “괴사된 상태에서도 치료하지 않으면 1년 안에 환자 절반이 다리를 절단할 수도 있다”고 했다.


◇60~70대 환자 많고, 남성이 2~3배 많아

하지동맥폐색증은 60~70대에서 주로 나타나고, 남성 환자가 여성보다 2~3배 많다.

하지동맥폐색증은 발생 시기와 증상에 따라 만성과 급성으로 나눌 수 있다. 만성하지동맥폐색증은 보통 혈관 지름이 75% 이상이 좁아지면 증상이 나타나는데, 서서히 진행하면서 감소한 동맥 혈류를 보충하기 위한 신체 반응으로 병변 주변으로 가느다란 혈관이 같이 자라나기에 증상이 천천히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주증상은 파행증(跛行症·절뚝거림), 휴식통(休息痛), 낫지 않는 상처, 발가락 괴사 등이다.

먼저 일정한 거리를 걸을 때나 운동을 할 때 종아리나 엉덩이가 당기는 듯한 통증이 나타나고 5~10분 정도 쉬면 통증이 사라지는 파행증이 나타난다. 또 누워 있거나 가만히 있을 때는 통증이 없지만 일정 거리를 걷고 나면 다리나 엉덩이가 무겁거나 조이는 느낌, 경련, 힘이 떨어지는 느낌 등이 생길 수 있다.

휴식통은 만성동맥폐색이 많이 진행했거나 급성동맥폐색이 생겼을 때 나타나는데 처음에는 걸을 때 생기던 파행증 증상이 쉴 때도 나타나고 감각 저하나 냉감 등이 느껴지기도 한다.

만성 동맥폐색이 심하면 다리 혈류가 줄어 상처가 나도 잘 낫지 않고 상처가 없는 부위에도 피부 궤양·괴사가 생겨 피부가 검거나 짙은 보라색으로 변하기도 한다.

발가락으로 가는 주요 혈관이 모두 막히면 괴사가 진행된다. 근육·신경·피부가 모두 괴사하면 발가락이 까맣게 변색되고 심한 통증이 생기며 발가락 감각이 없어지고 움직일 수 없게 된다.

반면 급성 하지동맥폐색증은 동맥이 혈액 내에 발생한 혈전이나 다른 물질(콜레스테롤, 종양)에 의해 갑자기 막히는 것을 말한다. 막힌 시기는 대개 2주 이내로 증상도 즉시 나타난다.

급성 하지동맥폐색증 증상은 즉각적이고 전형적인 증상이나 징후를 보이는 게 특징이다. 보통 ‘5P’로 부르는 △통증(Pain) △창백함(Pallor) △맥박 소실(Pulselessness) △감각 이상(Paresthesia) △마비(paralysis) 등이 나타난다.

동맥이 폐색되면 먼저 ‘통증’이 생기고, ‘창백’해지며, ‘맥박 소실’이 생기고, 이후 ‘감각 둔화’가 나타난다. 악화하면 근육이 죽어 ‘마비’가 된다.

갑자기 동맥이 막히면 6시간 정도 지나면 괴사가 진행되므로 가능한 한 빨리 혈관외과를 찾아 치료받아야 한다.

김상동 교수는 “심혈관 질환을 앓았으면 특히 갑작스러운 통증과 함께 통증 부위의 색깔이 창백해지면 급성 동맥폐색을 의심해야 한다”며 “혈전 크기가 아주 작으면 손끝이나 발끝에 점 모양의 색깔 변화나 괴사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했다.


◇발목-팔 혈압 측정으로 진단

하지동맥폐색증 진단은 발목·팔에서 측정한 혈압을 비교하는 ‘발목-팔 혈압 지수’ 측정을 통해 쉽게 할 수 있다.

발목-팔 혈압 지수가 0.9 이하(발목 혈압이 10% 이상 낮을 때)면 하지동맥폐색증을 의심하고, 특히 0.6 미만이면 즉시 치료해야 하는 상태다.

이 밖에 혈류 검사, 혈관 초음파검사, 컴퓨터단층촬영(CT), 혈관조영술 등으로 혈관이 막힌 정도를 파악해 치료 계획을 세운다.

초기 만성동맥폐색으로 파행증만 있으면 수술보다 보존적 치료를 진행한다. 즉 동맥경화증을 악화시키는 위험 요소를 줄이거나 피하고 적당한 운동, 체중 감량, 식이요법 등을 진행한다.

수술적 치료는 죽상판절제술·혈관성형술·동맥간우회술 등과 함께 혈관 내 치료로 풍선성형술·스텐트삽입술·스텐트-이식편 삽입술·죽상판제거술 등이 진행된다.

급성 동맥폐색은 혈전 확산을 막기 위해 혈액 응고를 예방하는 약을 투여하는 항응고요법이나 동맥 폐색을 일으킨 혈전을 수술이나 녹여 없애는 혈전 제거 및 용해술이 시행된다.

김상동 교수는 “하지동맥폐색증을 예방하려면 동맥경화증을 악화시키는 당뇨병·고혈압·이상지질혈증을 잘 조절하고 금연하는 등 위험 요소를 줄이거나 피해야 한다”며 “포화지방이나 열량이 적은 음식을 섭취하고 하루 30분 이상 규칙적으로 걷기, 체중 감량 등을 해야 한다”고 했다.


[Tip. 하지동맥폐색증 자가진단법]

-일정한 거리를 걸으면 통증이 생기고 쉬면 사라진다.

-발이나 사타구니 동맥의 맥을 만졌을 때 좌우 중 한쪽이 약하다.

-좌우 종아리나 허벅지 둘레가 크게 차이 난다.

-다리 색깔이 다르다.

-눈을 감고 양쪽 발부터 허벅지까지 손으로 만질 때 좌우 감각에 차이가 있다.

-발 움직임에 이상이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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