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 계속 부인했으면 구속인데…" 돈 때문에 버텼나

이미나 2024. 5. 20.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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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중 콘서트 끝나자 음주운전 인정
배상훈 "나쁜 김호중과 좋은 김호중 분리"
"심리학적으로 상당히 좋은 전략"
"계속 부인했으면 바로 구속됐을 것"
김호중 /사진=뉴스1

"최초 공식 입장에서부터 지금까지 상황을 숨기기에 급급했습니다. 진실하게 행동하지 못한 점 또한 진심으로 사과합니다."

음주운전 뺑소니 의혹을 받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33)이 그간 부인하던 음주운전을 인정한 가운데 소속사가 밝힌 사과문 중 일부다.

소속사 대표는 19일 "김호중은 경찰에 자진 출석해 음주운전 등 사실관계를 인정하며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면서 "끝으로 당사는 아티스트를 보호해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으로 되돌릴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 거듭 고개 숙여 사과한다"고 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각종 정황 증거가 나타나면서 더 이상 음주를 부인할 수 없었던 김호중은 직접 국민들 앞에 사과한 게 아니라 소속사 대표인 사촌 형에게 사과를 대신하게 했다. 형식적인 사과가 아닌 본인의 심경을 담은 사과문은 자신의 팬카페에만 올렸다.

김호중은 소속사 대표를 통해 공개한 사과문에서 "저의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이 많은 분께 상처와 실망감을 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저는 음주 운전했다. 크게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짤막히 전했다.

팬카페에는 "이번 일에 대해 우리 아리스(팬덤명) 식구들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드려 죄송하다. 저의 어리석은 판단으로 인해 이렇게 많은 식구가 아파한다는 걸 꼭 굳이 직접 겪지 않아도 알아야 어른의 모습인데 참으로 어리석은 저의 모습이 너무나도 싫다"고 말했다.

이어 "죄지은 사람이 말이 길면 뭐 하겠습니까"라며 "조사가 끝나고 모든 결과가 나오면 이곳 집으로 돌아오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진심으로 죄송하고, 반성하고 또 반성하겠다. 우리 식구들의 꿈을 저버리지 않으려면 열심히 사는 것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호중 팬카페 사과문

사과가 발표된 시점은 양일간에 걸친 자신의 콘서트가 모두 끝나고서였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20일 YTN 뉴스에서 "김호중 씨는 음주운전을 직접 밝힌 게 아니라 팬카페를 통해서 밝혔다. 이건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면서 "공식적 대응은 소속사가 하고, 개인 대응은 팬카페를 통해서 본인의 팬한테는 이야기했다. 직접적으로 국민들한테나 아니면 경찰한테 얘기한 것은 아니다 . 이건 나중에 경찰 대응, 법적 대응과 상당히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행위의 주체가 누구인가가 문제다. 김호중 씨가 주체냐, 아니면 소속사 사장이 주체냐. 이것은 뭐냐 하면 교사죄의 핵심적인 주범과 종범의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배 프로파일러는 "김호중 씨는 살아온 인생에서 나쁜 본인과 좋은 본인을 분리하는 경향이 계속하고 있다. 그러니까 죄를 지은 건 나쁜 김호중이고 사실은 고통받는 것은 여러분과 같이하는 저라고 하는 분리인데, 심리를 전공하고 심리에 대한 말을 하는 저로서는 좋은 전략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서 "왜냐하면 앞으로도 팬과 함께하는 것은 좋은 김호중이고, 나쁜 김호중은 바깥에서 처벌받고 다시 오겠다고 하지 않았나. 우리들은 가족이고. 굉장히 심리적으로 안정적인 전략이다"라고 평가했다.

배 프로파일러는 앵커의 '주말 예정됐던 공연은 일단 모두 끝냈다. 끝낸 이후에 입장문을 발표를 한 것도 시점이 공교롭다'는 말에 "이득은 다 얻고 나중에 한 것이다. 실제로 시기적으로 지금 인정하지 않으면 구속영장이 바로 나와서 구속됐을 것이다. 여태 정황증거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것을 전면 부정한다면 이건 구속될 수도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인정은 해야 하는데, 문제는 어제 하느냐, 오늘 하느냐. 그저께 하느냐였다. (콘서트 끝나고 인정한 게) 본인한테는 경제적 이득을 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국민들에게 좋은 인식은 주지 못할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앵커는 "구속의 코앞에서 인정한 그런 셈으로 보이는데 갑자기 입장을 번복한 이유는 무엇이냐"라고 물었고 배 프로파일러는 "술자리에 유명 개그맨, 또는 유명 래퍼 출신 가수가 동석했다는 건 거의 명확한 것 같다. 그러면 그분들은 분명히 김호중 씨가 술을 마셨는지 안 마셨는지 명확히 알 것이다"라며 "이게 죄수의 딜레마가 되는데 그중에 누군가 하나가 실제로 양심선언을 해버리면 거기에 모든 사람이 다 진짜 처벌받게 될 수도 있다. 지금 관련된 술자리가 스크린골프, 식당, 유흥주점으로 최소한 3번이다. 그 세 곳에서 관련된 사람이 한둘이겠나"라고 지적했다.

'공연 강행' 김호중 콘서트에 줄 선 팬들 (사진=연합뉴스)

김호중은 현재 '트바로티 클래식 아레나 투어'라는 이름으로 전국 투어 콘서트를 진행해 왔다. 음주 운전을 한 후에도 지난 11일과 12일 경기도 고양, 18일과 19일 경남 창원에서 콘서트를 강행했다. 해당 공연 평균 티켓값은 21만5000원, 각각 6000석, 5000석 규모의 좌석에서 점유율 80%로 단순 계산할 경우 티켓 판매로만 약 38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셈이다. 뺑소니 혐의로 입건된 후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도 공연을 강행한 배경에 "돈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편 김호중은 지난 9일 오후 11시 40분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도로에서 반대편 도로의 택시를 충돌하는 사고를 낸 뒤 달아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사고 후 미조치 등)로 경찰에 입건됐다.

사고 직후 김호중의 매니저가 경찰을 찾아 자신이 사고를 냈다고 진술했고, 김호중은 귀가하지 않고 경기도의 한 호텔로 갔다가 17시간 뒤 경찰에 출석해 운전 사실을 시인했다.

경찰은 김호중의 소속사가 조직적으로 사고 은폐를 시도했다고 보고 관계자들도 입건해 조사 중이다.

매니저에게 허위 자수를 지시했다고 한 이광득 생각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소속사 본부장 A씨, 매니저 B씨 등 3명을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입건했다. 김호중을 대신해 거짓 자수를 한 매니저 B씨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를 제거한 본부장 A씨는 증거인멸 혐의를 적용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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