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던 4번 타자 여기 있소…외인 타자에 기댔던 삼성, 토종 중심 타자 ‘영웅’이 나타났다
삼성의 ‘4번 타자’라면 누구를 떠올릴 수 있을까.
원조 4번 타자인 이만수는 1984년 타율 0.340 23홈런 80타점으로 1982년 출범한 KBO리그에서 2년만에 최초의 트리플 크라운을 차지하며 역사를 썼다.
김성래는 1987년 22홈런으로 최초의 2루수 홈런왕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계보를 이은 이승엽은 홈런왕을 5차례 거머쥐면서 리그 최고의 강타자로 활약했고 ‘라이언킹’이라는 호칭도 얻었다.
이후 삼성의 토종 4번타자의 명맥은 끊겼다. 이 자리를 외인 타자들이 대신했다. 2017시즌부터 2019시즌까지 4번 자리를 지켰던 다린 러프가 있었고 2021년부터는 호세 피렐라가 있었다.
올해는 모처럼 반가운 국내 4번 타자가 등장했다. 주인공은 프로 데뷔 3년차를 맞이한 김영웅이다.
김영웅은 지난 9일 대구 KIA전부터 4번 타자를 맡았다. 2022시즌 프로 무대에 데뷔한 뒤 처음으로 4번 타순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만해도 삼성은 3연패에 빠져 있었고 박진만 삼성 감독은 가장 타격감이 좋은 김영웅을 4번에 올리는 모험을 했다.
4번 카드는 적중했다. 김영웅은 이날 4타수 3안타 1홈런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KIA 선발 크리스 네일에게서 뽑아낸 홈런이었다. 올시즌 최고의 외인 투수로 활약하며 평균자책 1점대(1.83)을 기록 중인 네일은 9경기에서 단 2개의 홈런만 허용했는데 이 중 하나가 김영웅이 쳐낸 것이었다.
김영웅은 이날부터 삼성의 붙박이 4번 타자가 됐다. 20일 현재 김영웅이 4번 타순에서 기록한 성적은 34타수 3홈런 7타점 타율 0.324다. 장타율은 0.618에 달한다.
과거를 거슬러가보면 김영웅은 될성 부른 떡잎이었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장타력을 인정받았고 삼성도 팀 내야를 책임질 재목으로 그를 지목했다. 202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3순위로 김영웅의 이름을 호명했다.
김영웅은 2022년 9월13일 NC와의 경기에서 데뷔 첫 선발 출장했고 첫 타석에서부터 홈런을 쳤다. 데뷔 첫 타석 홈런 기록을 세웠고 입단 첫 해, 첫 타석에서 홈런을 친 기록은 역대 9번째에 해당했다.
데뷔 후 입단 동기인 이재현에게 밀렸던 시간도 있었지만 올시즌 자신감을 찾으면서 타격에서의 재능을 더욱 살릴 수 있었다. 스프링캠프에서부터 강단있는 자세로 박진만 삼성 감독을 내심 흐뭇하게 했다. 개막 초부터 출전 기회가 보장되면서 마음에 안정감도 찾았다.
김영웅의 활약이 더 반가운 것은 앞으로 미래가 창창한 선수이기 때문이다. 데뷔 후 풀타임을 한 번도 뛰지 못했던 선수가 4번 타자 중책의 무게감을 견뎌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미래를 더욱 기대케한다.
타순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마음가짐도 가졌다. 김영웅은 “4번 타순에 대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네번째로 치는 타자라고 생각한다”라며 “4번타자에는 홈런을 많이 치는 타자 이미지가 있지만 난 그런 타자는 아니다. 홈런은 아니라도 찬스를 이어 주는 타자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삼성은 올시즌 모처럼 초반부터 높은 순위에서 선전하고 있다. 삼성이 시즌을 마칠 때 순위는 아직 예측할 수 없지만 확신할 수 있는 건 김영웅이라는 4번 타자의 발견은 확실한 결과물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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