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어리석었고 바이든은 더 어리석다 [세계의 창]
존 페퍼 |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일본이 2차 세계대전의 폐허로부터 회복하는 데는 다른 전쟁이 기여했다. 미군기지 주변의 일본 제조업과 서비스업은 한국전쟁 기간에 급성장했다. 10여년 뒤 한국 제조업은 베트남전쟁을 벌이는 미군을 도우며 성장할 수 있었다.
세계 2위 경제대국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특수가 필요하지는 않지만 그것을 누리고 있다. 제재 때문에 많은 나라들의 대러시아 수출이 줄었지만 지난해 1~11월 중국의 그것은 70% 가까이 늘었다. 한편 중국은 승자 쪽에 보조금을 주고 패자에게는 지원을 거두는 국가 주도 산업화 전략을 계속 구사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중-러 경제관계 강화에 불만을 갖고 있다. 바이든은 최근 철강과 알루미늄 등 중국 상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발표했다. 중국산 전기차 관세는 4배나 늘어난다. 바이든은 중국이 철강, 알루미늄, 반도체, 전기차, 태양광 패널 등에 정부 자금을 쏟아붓는다고 비판했다.
중국 정부는 이런 분야들에 보조금을 투입해 세계가 쓸 수 있는 것보다 많은 양을 생산하게 만든다. 과잉생산 상품의 덤핑 판매로 다른 나라 생산자들을 몰아내고 있다. 이는 많은 나라들이 비교우위와 시장의 수요·공급 수준 결정 등 경제 법칙에 맞서며 서구 경제를 따라잡은 방식이었다. 미국은 동맹국들이 이런 법칙을 어기는 것을 인내했다. 중국에는 그렇지 않다. 미국의 조처에 중국은 “정당한 권리 보호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하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중국은 자유무역을 지지하고 미국은 편협한 보호주의적 태도를 보이며 과거와 입장이 바뀐 점은 흥미롭다.
바이든 자신의 입장 전환도 극명하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가 5년 전 대중국 관세를 발표했을 때 “근시안적”이라고 비판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할 때 그런 제재를 취소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으나 예상은 빗나갔다. 대선이 다시 다가오자 중국은 쉬운 정치적 표적이 됐다. 노조들은 대중 제재를 지지하고, 바이든은 경합주들에서 표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제재들은 중국산이나 중국이 관련된 상품의 가격 상승을 뜻한다. 미국 농민들은 대두와 옥수수를 중국에 파는 게 계속 어려울 것이다. 제조업자들은 고성능 배터리 부품을 구하려고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
바이든 자신은 경제 논리를 이해한다. 2019년에 그는 트럼프의 경우 관세를 중국이 지불한다고 생각하지만 막 경제학을 공부하기 시작한 학생들도 결국 미국인들이 지불한다는 점을 안다고 말했다.
또 이런 제재는 환경을 위해 생산을 독려해야 할 제품들에 불리한 조건을 만든다. 중국의 보조금은 태양광 패널 가격을 낮춘다. 미국은 세계가 화석연료와 멀어지도록 중국과 협력해야 한다. 그런데 워싱턴은 단기적인 정치적 이익을 장기적인 지구에서의 생존보다 앞세운다. 또 세계 평화라는 관점에서 볼 때 이런 관세는 중·러를 뭉치게 만들고 신냉전을 강화시킬 뿐이다.
대안은 무엇인가? 바이든 행정부는 이런 관세는 임시적인 조처로, 11월에 재집권하면 거둬들이겠다는 입장을 조용히 중국에 전달해야 한다. 바이든이 집권 2기를 맞는다면 세계 전체가 화석연료 시대로부터 전환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 기후변화라는 공동의 도전 과제는 냉전이 재연되지 않도록 만들 수 있다.
트럼프가 11월에 승리하면 이런 전망은 백지화된다. 그는 바이든의 최근 조처보다 강력한 대중 관세 부과를 공언하고 있다. 더구나 미국을 러시아 같은 ‘석유 국가’로 만들려고 석유와 천연가스를 마지막 한 방울까지 채굴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래의 길은 분명하다. ‘공산주의’이든 ‘자본주의’이든 그 중간의 어디이든 국가는 시장을 재생에너지 쪽으로 밀어붙여야 한다. 워싱턴과 베이징이 더 빨리 협력하는 게 우리 모두를 위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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