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악의 근원은 그놈이었네…"이미 늦었다"면 뭘 할 수 있을까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5. 20.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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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퍼민트] 꽃가루조차 심상치 않다…"더 늦기 전에" 그 다음엔? (글 : 송인근 뉴스페퍼민트 편집장)

뉴스페퍼민트 NewsPeppermint

"한국에는 없지만, 한국인에게 필요한 뉴스"를 엄선해 전하는 외신 큐레이션 매체 '뉴스페퍼민트'입니다. 뉴스페퍼민트는 스프에서 뉴욕타임스 칼럼을 번역하고, 그 배경과 맥락에 관한 자세한 해설을 함께 제공합니다. 그동안 미국을 비롯해 한국 밖의 사건, 소식, 논의를 열심히 읽고 풀어 전달해 온 경험을 살려, 먼 곳에서 일어난 일이라도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도록 부지런히 글을 쓰겠습니다. (글 : 송인근 뉴스페퍼민트 편집장)
 


오늘은 좀 개인적인 이야기로 글을 시작하려 합니다. 지난해 뉴욕주에서 바로 옆에 있는 뉴저지주로 이사했는데, 한동안 잊고 지낸 봄철의 불청객 꽃가루 알레르기가 아주 심하게 도져 몇 년 만에 정말 고생했기 때문입니다.
[ https://americaknow.substack.com/p/b17 ]

연방제 국가 미국은 자동차를 관리하는 것도 주 정부 소관이라서 자동차 번호판에 쓰여 있는 주의 모토도 저마다 다릅니다. (물론 돈을 좀 더 내면 규정이 허락하는 한에서 나만의 개성 있는 번호판을 달 수도 있습니다.) 기본 번호판을 보면, 뉴욕은 그 유명한 엠파이어 스테이트, 연중 햇살이 쨍쨍한 플로리다는 선샤인 스테이트, 매사추세츠는 "미국의 혼(The Spirit of America)"과 같은 식입니다.

그렇다면 뉴저지는? 정원 혹은 텃밭을 뜻하는 가든 스테이트(Garden State)입니다. 농업이 뉴저지 산업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건 분명하지만, 그래도 온갖 패기 넘치는 구호를 박아 둔 다른 주들에 비하면 상당히 소박해 보입니다. 소박해서 싫은 건 아닙니다. 아무리 세상의 기술이 발전해도 사람이 먹고사는 문제는 늘 가장 중요한 과제일 테니, 농업보다 중요한 산업이란 건 어쩌면 없을지도 모릅니다. 뉴욕 살 때 장을 보러 가면 신선한 채소와 과일 대부분이 뉴저지산이었습니다. 이제 산지에 더 가까이 살게 되니 선도는 더 높고, 종류도 더 다양한 데다 값도 더 싼 건강한 식재료를 구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호감은 꽃가루 알레르기에 된통 시달린 뒤에 싹 사라졌습니다.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하품도 하기 전에 재채기부터 납니다. 따스한 봄 햇살과 살랑살랑 부는 봄바람에 이끌려 잠깐 집 앞에만 나가도 금방 온 얼굴이 눈물, 콧물로 범벅이 됩니다. 밖에 나가는 건 고사하고 꽃가루가 들어올까 봐 창문도 꽁꽁 닫아두지만, 외출했다 돌아온 가족의 옷에 묻은 꽃가루 때문에 집안에서도 재채기가 납니다. 약국에서 산 항히스타민제는 처음엔 좀 듣는 듯하더니 영 신통치 않습니다. 꽃가루 경보를 알려주는 웹사이트에 들어가 확인해 보니, 제가 사는 곳의 꽃가루는 뉴욕시보다 10배 이상 많았습니다. 특히 풀과 돼지풀 꽃가루가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신선한 채소, 과일을 살 수 있어서 좋아하던 건 이미 옛말이 됐고, 하필이면 가든 스테이트에 살게 된 게 원망스러울 정도였습니다. 제발 비나 자주, 많이 와서 꽃가루가 다 쓸려 내려갔으면 하고 매일 혼자서 때아닌 기우제를 지냈습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중에 테네시주 내쉬빌에 살면서 자연과 꽃, 남부의 정치, 사회, 문화에 관해 글을 쓰는 마가렛 렝클이 있습니다. 집 뒷마당에 작은 텃밭을 일구고, 다양한 동·식물을 비롯해 자연을 관찰하며 얻은 교훈을 녹여낸 렝클의 글은 계절의 변화를 순리대로 따르며 문자 그대로 자연스럽게 써 내려간, 힐링이 되는 글이 많습니다. 다만 미국 남부의 정치, 문화에 관한 글은 한국 독자들에게 낯선 주제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거의 소개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렝클이 올봄 지독한 꽃가루 알레르기에 시달린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칼럼을 썼습니다.
[ https://www.nytimes.com/by/margaret-renkl ]
▶ 뉴욕타임스 칼럼 보기 : '느낌적 느낌' 아니다, 봄이 최악의 계절인 사람들에겐 더욱
[ https://premium.sbs.co.kr/article/zfqpXfarM_1 ]

알레르기 증상을 묘사하고 설명한 부분에서 격하게 공감하다가 꽃가루 알레르기가 더 흔해지고 증상은 더 심해진 원인이 다름 아닌 기후변화에 있다는 대목을 읽을 때는 묘한 위안을 받기도 했습니다. 애꿎은 주변의 나무, 풀, 꽃을 원망하고 있었는데, 물론 꽃가루를 날린 건 식물들이지만,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 때문에 꽃가루가 심하게 날린 거라면 자연을 탓하고 원망할 이유가 없죠.

사실 요즘 세상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 가운데 의외로 기후변화와 관련 있는 것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모든 일의 원인을 기후변화로 돌릴 수야 없겠지만, 반대로 기후변화를 아예 원인에서 빼고 나면 온전히 설명되지 않는 일들이 너무 많습니다. 꽃가루 알레르기도 근본적인 원인은 기후변화 말고 다른 데 있겠지만, 제게 올해 유달리 심한 알레르기가 도진 이유를 추적하다 보면 아마도 기후변화를 맞닥뜨리게 될 겁니다.
[ https://premium.sbs.co.kr/article/pPux1tog8IF ]

기후변화에 관해 과학자와 전문가들이 수없이 경고한 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제 탄소 배출이나 삼림 파괴, 생물종 다양성 감소, 온난화, 이상기후, 기후재해 같은 현상들은 우리 삶의 일부가 됐습니다. 그런데 수십 년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으면서도 우리는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제때 실행에 옮겨 왔을까요?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느냐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겠지만, 대책이 부족했다는 데 대체로 동의하실 겁니다. 그 결과는 조금씩 나타나고 있습니다. 재난 영화에 나오는 수준의 홍수나 산불처럼 극적인 장면은 아닐지 몰라도 올해 유독 극심했던 꽃가루 알레르기처럼 이미 기후변화를 막지 못해 문제가 터지고 있다는 건 그만큼 이를 예방할 기회를 우리가 걷어찼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지구를 터전으로 삼는 자연의 생태계는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와 비슷합니다. 어디 한 군데 탈이 나면 그 피해와 여파가 반드시 미칩니다. 한쪽의 문제를 제때 제대로 막지 못하면 그래서 다른 어딘가에서 더 크게 탈이 나곤 합니다. 꽃가루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겠지만, 최근 뉴스와 팟캐스트에서 들었던 기후변화와 관련해 우리가 알고 있어야 하는 문제를 한 가지 소개합니다.

해류라는 컨베이어 벨트가 멈추면 일어나는 일

극지방의 빙하가 자꾸 녹아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북극곰을 비롯해 얼음이 있어야 살 수 있는 동물들이 서식지를 잃는 건 자명한 피해입니다. 태양열을 반사해 다시 우주로 돌려보내던 빙하가 녹아 없어지면, 태양열은 직접 해수면에 전달돼 바다가 더 빨리 데워집니다.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면 지구 전체의 대기가 순환하는 패턴도 영향을 받아
[ https://apps.npr.org/arctic-ice-melting-climate-change/ ]산불과 태풍이 더 강력해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이런 피해들보다 몇 단계 더 생각해 볼 만한 문제도 있습니다.
[ https://premium.sbs.co.kr/article/JeOlgRL7ZSq ]대서양의 해류가 눈에 띄게 느려지고 있고, 종국에는 멈춰버릴 수도 있다고 과학자들은 경고하고 있습니다.
[ https://www.npr.org/2023/07/27/1190519762/why-its-so-important-to-figure-out-when-a-vital-atlantic-ocean-current-might-col ]

해류는 일종의 컨베이어 벨트입니다. 해수면을 생각해 보면 대서양의 경우 멕시코만에서 서유럽으로 바닷물이 흐르죠. 이 난류가 아이슬란드, 그린란드까지 흘러가는 덕분에 유럽의 기후는 지구상의 같은 위도에 있는 다른 지역보다 훨씬 더 따뜻합니다. 바다 표면에서 해류가 흐른다는 건 심해에서는 해류와 반대 방향으로 바닷물이 움직인다는 뜻입니다. 바닷물은 어디서 가라앉고 언제, 왜 표면으로 솟아오를까요? 여기에 영향을 미치는 건 물의 온도와 염도입니다. 바닷물은 차가울수록 무겁고, 염도가 높을수록 무겁습니다. 즉, 적도에서 출발한 따뜻한 물은 극지방에 가서 차가워지면 바다 밑으로 가라앉습니다. 대서양 바다 밑에서는 해류의 반대 방향으로 물이 움직입니다.
[ https://www.nytimes.com/2024/05/07/podcasts/the-daily/ocean-temperature-climate.html?showTranscript=1 ]

설명하다 보니, 컨베이어 벨트보다도 건물의 에스컬레이터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에스컬레이터가 작동을 멈추면 어떻게 될까요? 지금까지 인류가 겪어본 적 없는 재앙이 올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합니다. 사실 이 경고는 정확히 20년 전에 개봉한 영화 "투모로우"에 정확히 나옵니다. 빙하는 짠물이 아니라 민물입니다. 그 빙하가 갑자기 너무 많이 녹아서 바다로 흘러 들어가면 추운 지방까지 흘러와서 바다 밑으로 침잠해야 할 바닷물이 가라앉지 않습니다. 마치 에스컬레이터에 무언가가 껴서 작동이 멈추는 것처럼 대서양에서 가장 큰 해류가 멈춰버리는 겁니다.
[ https://www.youtube.com/watch?v=Og95xY2XoIM ]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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