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 "캐비넷 열어라"…'문재인 일가' 수사, 집권 3년차에 본격화하나?

박세열 기자 2024. 5. 20.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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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저모] 서초동을 향하는 여론의 시선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 관련 사건들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장을 전격 교체한 후 여론의 시선이 서초동을 향하고 있다. 집권 3년차에 들어서면서 대통령 가족 비리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와중에, 검찰이 '전직 대통령 일가' 수사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될 지 주목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공교롭게도 본인의 배우자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의 수사가 본격화되는 정국에 대대적 검찰 인력 재편에 나섰다.

지난 2일 이원석 검찰총장이 김건희 영부인에 대한 엄정 수사를 지시한 후 7일 대통령실엔 '인사통'으로 알려진 김주현 전 법무부차관이 신설된 민정수석에 임명됐다. 그리고 13일 '총장 패싱' 논란을 빚은 검찰 인사가 전격 단행되면서 서울중앙지검장에 이재명, 문재인 등 야권 인사 주변을 수사해 온 이창수 지검장이 부임했다. 다른 한편에선 윤석열 정부 권력형 비리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건희 영부인이 19일 잠행 169일만에 대규모 다중 행사에 모습들 드러냈다. 공교로운 일이다.

일련의 흐름들 속에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단연 주목을 받고 있다. 20일자 <중앙일보>에 따르면 이 지검장은 지난 16일 간부들에게 "캐비넷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법리와 증거에 따라 모든 사건을 열고 빠르게 수사하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캐비넷'은 검찰이 묵히고 있는 주요 사건들을 지칭하는 일종의 '은어'다.

현재 여당 인사들이 연일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정숙 씨에 대한 특검론을 불지피고 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19일 "문 전 대통령은 타지마할 세금 낭비에 대해 회고록이 아닌 대국민 사과에 나서야 마땅하다"며 "대통령 부인에 대해 특검한다면 김정숙 여사가 먼저"라고 주장했다. 앞서 김민전 국민의힘 국회의원 당선자는 김정숙 여사 등을 포함한 '특검'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정숙 씨 관련 혐의는 문재인 정부 시절 '단독 외교'로 인도를 방문한 데 대한 것으로 여권 측에서 지난해 12월 '국고 손실, 횡령, 배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한 사건이다. 김정숙 씨 관련 사건은 현재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배당돼 있다. '전담팀'이 꾸려진 김건희 영부인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도 형사1부에서 한다.

일각에서는 이창수 지검장이 전주지검장을 지낼 때 수사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전(前) 사위 취업 특혜 의혹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이 가져올 수 있을 가능성도 점친다. 새로 부임한 이 지검장이 김건희 영부인 수사와 '전직 대통령 일가' 의혹에 대한 수사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집권 하반기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전직 대통령 일가를 수사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탈원전 추진 과정에서 제기된 비리 의혹이나,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다. '전직 대통령 일가'는 직접 건드리지 않고 전임 정부의 '정책 이슈' 등을 주로 수사 대상에 올렸다. 하지만 성과는 또렸하게 나타난 게 없다. 그런 가운데 대통령 본인 가족 비리 의혹이 핵심 이슈가 되면서 반대급부로 문재인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수사가 주목을 받게 된 셈이다.

일각에서는 전직 대통령 일가 비리를 파헤치기에는 이미 집권 3년차에 접어든데다가, 대통령 지지율이 20%대(한국 갤럽 기준)인 상황, 지난 총선이 개헌저지선을 겨우 지킨 참패로 귀결됐다는 점에서 이미 늦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정치권 인사는 "전 정권 수사는 새 정권 취임 초, 국정 운영 동력이 강력할 때 할 수 있는 일이다. 집권 3년차를 넘어가면 보통 현 정권 비리가 불거지게 돼 있다. 역대 정부가 다 그랬다. 게다가 총선에 참패한 상황에서 '전 정권 수사'를 무리하게 진행하는 게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역대 정부를 보면 집권 후반기에 현직 대통령 가족 비리가 불거졌던 바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두 아들인 김홍업, 김홍걸 씨에 대한 수사는 집권 4년차인 2002년 초에 시작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 씨에 대한 수사는 집권 2년차인 2004년 본격화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씨에 대한 수사도 집권 4년차인 2011년 말 국회의원을 지내던 이상득 씨의 불출마 선언과 맞물려 본격화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집권 4년차에 본인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수사를 받았고 결국 탄핵됐다.

▲ 2019년 7월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함께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박세열 기자(ilys123@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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