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달 뒷면 탐사 도전하는 中 창어 6호

이종림 과학전문기자 2024. 5. 20.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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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양 샘플 채취가 목적… 달 남극에 유인 기지 건설 계획
중국 탐사선 창어 6호. [중국국가항천국 제공]
중국이 달 뒷면 탐사를 위해 창어 6호를 발사했다. 미국과 옛 소련에 이어 달 표면 토양 샘플을 지구로 가져온 바 있는 중국이 창어 6호를 통해 미지의 영역인 달 뒷면 토양 샘플 채취에 도전한다. 이번 임무에 성공한다면 중국은 인류 최초로 달의 미지 영역을 탐사한 나라가 된다. 중국은 5월 3일 하이난성 원창 위성발사센터에서 장정 5호 로켓을 발사해 8t가량의 창어 6호를 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창어 6호의 임무는 지구와 달, 초기 태양계 역사에 대한 비밀을 품고 있는 달 뒷면 토양 샘플을 가져오는 것으로, 총 53일이 소요될 예정이다.

창어 6호는 올해 들어 세 번째로 달 착륙에 도전하는 탐사선이다. 일본은 1월 소형 달 탐사선 '슬림(SLIM)'을 달에 착륙시킴으로써 옛 소련, 미국, 중국, 인도에 이어 달을 정복한 다섯 번째 국가로 올라섰다. 2월에는 미국 휴스턴 인튜이티브 머신(Intuitive Machines)이 제작한 오디세우스(Odysseus)가 민간 우주선으로는 최초로 달 표면에 도달했다. 그러나 두 사례 모두 착륙에는 성공했으나 임무 수행 성과는 극히 제한적이었다.

달 샘플 최대 2㎏ 수집 계획

창어 6호는 검은 점선으로 표시된 SPA 분지에 착륙할 예정이다. [중국국가우주국 제공]
창어 6호의 착륙 목표 지점은 지구에서는 볼 수 없는 달 뒷면에 있는 아폴로 분화구다. 창어 6호는 궤도선, 착륙선, 승강기, 재진입 모듈 등 네 가지 요소로 구성돼 있는데, 착륙선과 승강기는 아폴로 분화구 남쪽 부분에 착륙하게 된다. 달 표면 토양을 채취해 재진입 모듈로 옮기면 궤도선이 지구로 운반해 대기권으로 진입한 뒤 낙하산을 타고 연착륙할 계획이다.

아폴로 분화구는 고대 거대한 충돌로 생겨난 것으로 추정되는 달 뒷면의 남극 에이킨 분지(South Pole-Aitken Basin·SPA 분지)에 위치해 있다. 창어 6호는 이곳에 착륙한 뒤 2m 깊이까지 땅을 파고 최대 2㎏의 달 샘플을 수집할 계획이다. 지구에서 달 뒷면과 통신을 하려면 특수한 통신 중계 위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중국은 3월 작교(Queqiao) 2호를 달 궤도로 발사했다. 작교 2호는 지구 외부로 전송된 장치 중 가장 큰 직경 4.2m의 포물선 안테나를 갖추고 있다.

우치 첸 홍콩대 지구과학과 연구원은 '스페이스뉴스'를 통해 "달 뒷면은 영원한 어둠 속에만 있지 않고, 독특하게 빛을 발하기도 한다"며 "창어 6호가 수집할 샘플은 지구와 달에 대한 광범위한 통찰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의 비밀 품고 있는 달 뒷면

2019년 창어 4호가 촬영한 달 뒷면. [중국국가항천국 제공]
달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이해하는 것은 전체 태양계의 초기 역사와 진화에 대한 필수 단서를 제공한다. 달의 구성은 행성 형성으로 이어진 과정을 설명할 수 있는 퍼즐의 핵심 조각이 되기 때문이다. 침식과 지각 이동으로 표면이 끊임없이 재생되는 지구와 달리, 달은 시간이 지나도 얼어붙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달 표면에서 채취한 샘플을 통해 지구 위성의 기원과 진화를 연구해왔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지구에서 보이는 달의 가까운 쪽에서만 토양 샘플을 채취할 수 있었다. 달 뒷면은 지구에서 볼 수 없다는 점 때문에 더욱 신비롭게 느껴져왔다. 1959년 옛 소련의 우주선 루나 3호가 처음 달 뒷면을 촬영함으로써 달의 앞뒷면 지질이 상이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2011년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GRAIL(NASA가 발사한 달 내부 구조 및 중력장 탐사선)은 달 뒷면 지각이 앞면에 비해 20㎞ 더 두껍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2019년 중국은 최초로 달 뒷면 남극에 위치한 폰 카르만(von kármán) 분화구에 창어 4호를 보내면서 달의 미스터리에 한 발짝 다가갔다.

창어 6호는 SPA 분지에서 비대칭 화산 활동 등으로 달 앞뒷면이 지질학적으로 서로 다른 이유를 밝혀내는 데 도움을 줄 달 토양을 채취하게 된다. 여기에는 달 맨틀(내부 지각과 핵 사이 부분) 물질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달 형성 모델에 따르면 달은 뜨거운 마그마 바다로 덮여 있다가 서서히 식으면서 굳었다. 그동안 접근하지 못했던 달 맨틀 토양을 채취한다면 달 마그마 바다 모델을 연구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한 30여 억 년 전 거대한 충돌로 달이 형성됐다는 후기 중폭발 가설을 비롯해 지구-달 시스템의 초기 역사에 대한 새로운 통찰도 얻을 수 있다. 과학자들은 후기 대규모 폭발이 진행되면서 소행성들이 물과 유기물질을 지구로 운반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본다. 이 사건의 시기와 상황을 이해하는 것은 생명의 기원을 밝히는 데도 매우 중요하다.

창어 6호는 이를 위한 토양 샘플 수집이라는 주요 목적 외에도 착륙 카메라와 파노라마 카메라로 주변 탐사도 수행한다. 또한 달 표면 아래를 파악하는 데 필요한 지상 관통 레이더와 달 광물 분광계를 탑재하고 있다. 이번 탐사선은 프랑스, ​​스웨덴, 이탈리아, 파키스탄과 협력해 큐브위성의 국제 과학 탑재체도 싣고 있다. 달 지각에서 라돈 가스 방출을 감지하는 프랑스의 DORN(Detection of Outgassing RadoN) 장비, 유럽우주국(ESA) 지원을 받은 스웨덴의 달 표면 음이온(NILS) 탑재체, 그리고 이탈리아의 패시브 레이저 역반사경이 탑재됐다. 파키스탄 국립우주국과 중국 상하이자오퉁대가 함께 제작한 7㎏의 ICUBE-Q 큐브위성도 창어 6호를 통해 발사됐다.

중국 우주 프로젝트로 군사력 강화

궤도선, 착륙선, 승강기, 재진입 모듈로 구성된 창어 6호. [중국과학기술협회 제공]
이번 창어 6호의 임무는 2030년 까지 인간을 달 표면에 착륙시키는 것을 포함한 중국의 광범위한 우주 탐사 목표 중 하나다. 1990년 대에 설계된 창어 시리즈는 현재까지 궤도 선회, 착륙, 샘플링에서 100%에 가까운 임무 수행률을 나타냈다. 2026년에는 창어 7호를 달 남극에 있는 셰클턴(Shackleton) 분화구로 보낼 계획이다. 셰클턴 분화구는 NASA의 유인 달 착륙 미션인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후보지이기도 하다. 2028년 창어 8호는 달 남극에서 달 토양을 활용해 3D(3차원) 프린트로 벽돌을 만들어 로봇이 구조물을 건설하는 것을 테스트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생명 유지를 위해 식물과 미생물을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실험도 진행하게 된다.

NASA와 ESA도 화성의 지질 자원 샘플을 채취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지만, 여러 이유로 지연되고 있다. 이에 반해 중국은 달 토양 샘플 채취를 시작으로 더 넓은 우주에서 기동할 확실한 기회를 잡아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노력은 달 기지 계획의 일부다. 중국은 현재 러시아와 함께 국제 달 연구기지(ILRS)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NASA의 아르테미스 프로그램과 유사하지만 그것과 경쟁 중인 별도의 계획이다. 두 프로젝트의 경쟁 구도는 지구상에서 점점 커지는 지정학적 분열이 우주 탐사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영국 레스터대에서 우주 정책과 우주 국제 관계를 연구하는 블레딘 보언 박사는 "모든 국가는 다양한 이유로 우주 프로젝트를 추구하는데 주로 전쟁, 개발, 명성이라는 범주에 속한다"며 "중국 우주 프로젝트의 목적은 일부는 과학적이고 경제적인 목적도 있지만, 다른 일부는 군사 능력이나 전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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