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결제 수수료 0원...레거시 금융판 흔든 이 카드

이해인 기자 2024. 5. 20.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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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MZ 사이에서 해외 여행 필수품으로 꼽히는 카드를 아시나요? 바로 ‘트래블페이’ 카드입니다. 환전 수수료 0원, 해외 카드 결제 수수료 0원, ATM 출금 수수료 0원. 이른바 3無 혜택으로 이용자들을 끌어모은 것이지요. 트레블페이는 앱을 통해 달러·엔·유로를 원화 180만원 한도 내에서 충전하면 세계 1억 곳의 비자 가맹점에서 수수료 없이 결제할 수 있는 일종의 외화 선불충전카드입니다.

이 카드의 인기는 숫자로 증명됩니다. 카드 출시 이듬해인 2022년 62만장, 2023년 400만장, 2024년 4월 말 기준 530만장(누적 기준) 발급 기록을 세웠습니다.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한 명은 이 카드를 발급했다는 얘깁니다. 단일 카드로 이같은 기록을 세운건 대한민국 금융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일 겁니다. 지난해 이 카드의 해외 결제액만 2조1164억원. 국내 주요 은행과 카드사들을 제치고 개인 고객 기준 해외 결제액 1위 카드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쫌아는객원기자 4호도 카드를 발급해봤습니다. 지난달 방문했던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한번 써봤는데요. 매장 안에서 결제 직전에 앱에 접속해 필요한 금액을 입력하자 연동된 제 계좌에서 한화가 인출돼 트래블페이에 바로 현지 통화로 충전이 되더군요. 충전하고 결제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몇 초도 걸리지 않았고요. 수수료는 0원이었습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말그대로 이 카드를 발급받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겁니다. 환전 수수료를 따져가며 이 은행 저 은행 발품을 팔지 않아도 되는거죠. 이 카드가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끌자 국내 시중 은행과 카드사 모두 해외 카드 결제 수수료 0원’을 내세운 상품들을 잇따라 내고 있습니다.

레거시 금융 판을 그야말로 뒤흔들어 버린 문제의 이 카드. 도대체 어떻게 수수료 0원을 만든 건지 궁금해졌습니다. 지난 8일 트래블월렛을 만든 김형우(40) 대표를 만났습니다. 김 대표는 “기존 시스템에서 결제에 꼭 필요하지 않은 과정을 모두 없앴더니 수수료가 거의 0원이 됐다”고 하더군요. 수십 년간 관행적으로 해오던 결제 시스템을 어떻게 바꿨을까요?

트래블월렛의 김형우 대표. 사진 촬영을 위해 카드를 가져와달라 했더니 여러 장을 가져와 펼쳐보였다. /오종찬 기자

1. 결제 시스템을 혁명하라, ‘수수료 0원’의 비결

-도대체 결제 수수료를 어떻게 없앤 건가요?

”먼저 해외 결제 수수료의 구조를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해외에서 카드로 결제할 때 크게 세 가지 수수료가 붙습니다. 우선 비자나 마스터 같은 해외 결제 네트워크에 지불하는 ‘국제 브랜드 수수료’가 결제액의 1% 내외로 붙습니다. 이 밖에 결제 과정에서 각종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고 현지 로컬 은행 등을 거쳐야 하는 부분 때문에 복잡하게 붙는 ‘해외 서비스 수수료’가 결제액의 0.2~0.6%정도 되고요. 마지막으로 카드 결제 시 적용되는 일종의 환전 수수료인 ‘전신환매도율’이 1% 붙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수수료가 붙네요?

”제가 초창기 가졌던 문제의식 중 하나는 바로 결제 과정의 불투명성과 불확실성이었습니다. 사람들이 해외에서 결제를 할 때 수수료가 붙는다는 건 알지만 이 구조에 대해 정확하게는 알지 못합니다. 이해관계자들이 너무 복잡하게 얽혀있는 데다가 아무도 정확한 구조를 설명해주지 않기 때문이죠. 환율도 굉장히 트릭키(tricky)합니다. 고객이 카드 결제를 할 때 카드를 긁는 승인 시점이 있고, 2~3주 후에 가게가 실제 전표를 청구해 정산이 완료되는 매입 시점이 있습니다. 카드사는 이 사이의 특정한 환율을 적용하는데 고객들은 어떤 환율이 적용될지 청구서를 발급받을 때까지 알 수가 없는 구조죠.”

-트릭키 하다는 것은 중간의 여러 이익 당사자들의 이익이 걸려있다는 것입니다. 그걸 우회해야 하는데요.

“자체적으로 클라우드 방식의 해외 결제 시스템을 개발한 것이 비결입니다. 쉽게 말하면 중간에 끼어있었던 수많은 플레이어들을 제치고 다이렉트로 결제를 할 수 있게 시스템을 만든 거예요. 이때문에 기존 카드사들은 지불할 수밖에 없던 각종 ‘해외 서비스 수수료’가 시스템 상에서는 거의 발생하지 않아요. 그리고 초창기부터 비자와 협력 관계를 갖고 시작을 했기 때문에 ‘국제 브랜드 수수료’를 최저 수준으로 낮췄습니다.

마지막으로 환전 수수료인데요. 앱을 통해 원화를 현지 통화로 실시간으로 환전해 충전하는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카드 결제 시 발생했던 일종의 환전 수수료인 ‘전신환매도율’을 0원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환전할 때 앱을 이용해 환전하면 100% 우대 환율로 거의 ‘도매가’에 가까운 가격에 환전을 하잖아요. 그런 것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이같은 방식 때문에 ‘불확실성’도 어느 정도 해결이 됩니다. 이용자들은 자기가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환율로 외화를 사서 충전을 할 수 있잖아요. 이전에는 언제 시점의 어떤 환율이 적용될지 고객은 알 수도 없고 선택할 수도 없는 구조였는데 그런 불확실성을 트래블월렛이 일정 부분 해결을 해 준거죠.”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2. 입소문 타고 작년 결제액 10배 늘어, 올해 결제액 3조 이상

-훌륭한 시스템을 만들더라도, 사람들이 해외로 나가야 환전 수요가 생깁니다.

“코로나 이후 작년에서야 해외 여행 수요가 폭발했다고 생각해요. 작년 결제액 기준 2조1164억원을 했는데 그 전년(2494억원) 대비 거의 10배가 됐어요. 카드 발급장수도 2022년 말 62만장에서 작년 말 400만장으로 대폭 늘었고요. 올해는 결제액 기준 3조~4조원 가량 달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요.

해외 여행 수요가 늘어난 것 외에 환율에 대한 MZ들의 관심도 큰 몫을 했다고 봐요. 작년에 엔저 때문에 환율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그러니까 자기가 어떻게 하면 환전을 가장 싸게 할 수 있을까, 수수료를 줄일 수 있을까 하는 관심이 늘었단 얘기죠. 그 과정에서 트래블월렛 서비스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진 거예요.”

-고객 수수료가 적다는 것, 이용자들에게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는 것은 결국 회사의 매출을 손해보는 것 아닌가요? 투자금을 태워서 일단 카드 수를 늘리는 전략인가요?

“고객이 결제할 때마다 현지 매장으로부터 가맹점 수수료(1.8%)를 받아요. 그 수수료를 갖고 국제 브랜드 수수료(1% 이하 수준)를 내도 회사는 수익이 나는 거죠. 결제할 때마다 수익이 납니다.”

-고객 수수료가 없는데 수익이 난다고요? 기존 금융사들은 그럼 이같은 방식을 왜 도입을 안하나요?

”초창기에 이같은 아이디어를 갖고 국내에 있는 은행과 카드사들을 한 곳도 빼지 않고 두드렸어요. 전부 ‘이 시스템은 현재 구조에서는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하더군요. 기존 은행사나 카드사는 수십년에 걸쳐서 시스템을 만들어왔어요.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얽혀있는 단계를 통해 지금의 구조가 만들어진 거죠. 어떤 하나를 건드리는게 생각처럼 쉽지가 않아요. 이걸 건드리는 순간 어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에요. 아무리 새로운 시스템이 효율적이라고 해도 한번에 기존 시스템을 바꾸는 게 쉽지 않게 복잡하게 짜여져 있어요.

예를 들어볼게요. 뉴욕 지하철 후졌잖아요. 미국에 돈이 없나요 기술이 없나요? 하지만 이 지하철을 효율적이고 깨끗하게 바꾸는게 쉽지 않잖아요. 아예 신도시를 만들어서 새로운 것을 까는 건 가능하죠. 트래블월렛은 신도시를 만든 거나 다름 없어요. 제로베이스에서 지불 결제 시스템을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해서 만든거죠. "

(쫌아는객원기자 4호의 설명 - 실제 트래블월렛과 달리 다른 카드사들은 사실상 비용을 떠안으면서 장사를 하고 있는 구조입니다. 기존의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원래는 고객들에게 받던 수수료를 울며 겨자먹기로 0원으로 만든겁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당장은 비용부담이 크다’면서도 ‘트래블페이가 입소문을 타면서 기존 카드사들이 경쟁적으로 유사한 상품을 내놓는 상황에서 손 놓을 수 만은 없지 않느냐’고 말하더라고요. 다른 카드사 관계자도 ‘일단 회원 수를 늘려 시장점유율을 높이면 이를 통해 다른 신용카드 발급이나 금융 대출 상품 이용 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비자랑은 어떻게 초창기부터 협력을 한건가요. 비자가, 그것도 한국 스타트업이랑 협업을?

”국내 금융사들이 한 군데도 아이디어를 받아주지 않아 실망하고 있던 차에 2019년 비자에서 먼저 연락이 왔어요. 알고 보니 결제 네트워크을 갖고 있는 비자에서도 해외 결제를 확대하려고 관련 상품을 만들고 싶었던 것 같아요. 국내 카드사들을 찾아다녔더니 ‘관련 사업을 하려는 스타트업이 있다’며 소개를 해줬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초창기부터 비자와 함께 사업을 시작하게 된 거죠.”

트래블월렛의 또다른 장점. 탭이 빠르고 쉽게 가능하다. /트래블월렛 제공

3. 직원 80%가 개발자, 아예 새로운 인프라를 깔아야 하는 이유

-결국 트래블월렛의 핵심은 시장의 여러 플레이어를 제치고 다이렉트로 결제하는 것이군요. 일종의 직거래.

“맞습니다. 창업 초기에 이 결제 시스템을 만드는 데 투자를 가장 많이 했습니다. 클라우드 방식으로 지불 경제에 필요한 IT 인프라 시스템을 갖추고 효율화하는 작업이죠. 2020년 초부터 본격적인 개발을 해서 올해에서야 다 완성이 됐어요. 4년에 걸쳐서 약 100억원을 들였습니다. 보안 검증도 다 받았고요. 직원 80명 중 80%가 개발자예요.”

-완전히 새로운 IT인프라를 만드는 것은 그만큼 리스크와 수고를 감당한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수수료가 거의 안든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지만 부수적인 장점도 많아요. 예를 들어 어떤 특정한 오류가 발생했을 때 실시간으로 고치는 게 너무 쉽고 간편해요. 기존 은행사들이 자신들의 시스템에서 어떤 오류가 발생했을 때 이게 발생한 원인을 찾고, 업데이트를 하는 데만 수개월씩 걸리는 경우가 많은 것과 대조적이죠. 트래블월렛 다른 카드사들이 1년에 1~2번 할 수 있는 업데이트를 하루에도 4~5번씩 해요.효율적 시스템 때문에 관련 사업을 확장하기에도 편해요. 예를 들어 트래블월렛은 지금 페이먼트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커뮤니티 서비스도 고려하고 있어요. 이처럼 이용자들의 사용 내역을 관리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 때도 애초에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만들어놨기 때문에 쉬운 측면이 있죠.”

-UI/UX가 직관적이고 편합니다. 너무 텅 비어보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노린 거예요. 애플 아이폰의 감성을 생각해보세요. 화면이 넘어가는 속도나 느낌이 부드럽고 감성적이라는 반응들요. 인식하지는 못하더라도 그런 세세한 차이가 실제 이용에 있어서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봐요. 성능에서는 경쟁사 제품과 크게 차이가 없지만 미세한 감성에서 차이를 갖는 거죠. 그런 한끗 차이가 사실상 이용자들이 그 제품을 선택하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이 때문에 앱 반응속도나 결제 처리 속도에 엄청나게 투자를 많이 했어요.”

-본질적 질문. 결제가 2~3초에 되느냐, 1초에 되느냐가 크게 중요한가요?

”별것 아닌 2~3초처럼 보이지만 생각해보세요. 해외에서 점원이랑 마주서가지고 결제될 때까지 기다리는 그게 생각보다 되게 어색해요. 무슨 말을 해야 하나 생각도 들고요. 속으로 ‘이거 결제 안되는 것 아니냐?’라는 그 불안감도 들고요. 그 무의식이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비슷한 모델을 내놓는 회사들이 많아졌지만 자신 있습니다. 결제하려고 지갑을 열었을 때 무의식적으로 손이 더 가게 되는 카드는 트래블페이 일거라고 봐요.”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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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사사건건 ‘왜 이렇게 해야돼요?’... 회사에서 싫어했던 직원

-촉망받던 금융인 커리어를 갖고 있었습니다.

-뭐가 어려웠나요?

-그렇다면 트래블월렛이 진짜 하고 싶은건 B2B겠군요.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5. 금융업의 TSMC를 꿈꾼다...올 하반기 흑자전환 예상

-말한대로 금융사들이 시스템을 바꾸는 건 어렵지 않나요?

-일반 기업에도 적용할 여지가 있을까요.

-결제액이나 카드 누적발급장수만 보면 급성장하고 있는 기업인데 매년 50억 안팎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더라고요.

-IPO 계획은요?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6. 결혼자금 6억을 창업에 태워... “창업은 미치광이들의 것, 안 되는 이유는 백만개지만 그래도 바꾸고 싶었다”

-지금 창업자 위치에서, 만약 대표님처럼 ‘삐딱한 사람’이 지원자로 들어오면 어떨 것 같나요?

-금융인 커리어를 버리고 나올 때 아쉽진 않았나요?

-100억 벌 미래에 자신이 있어도 창업을 했다? 더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생각했나요

-처음에 사업 시작한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그래도 뛰어든 것은 형편이 좋아서?

-요즘에 ‘투자하겠다고 오는 사람들 많은데 안 받는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BC나 마스터에서 인수하고 싶다는 제안을 할 법도 합니다.

트래블월렛으로 해외 ATM 사용하기. /트래블월렛 제공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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