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영의 운명은 어쩌면 2023년 2월에 정해졌다? 150km만 바라보기엔 22세라는 나이가 아깝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어쩌면 2023년 2월이 터닝포인트가 됐을 수도 있다.
키움 히어로즈 장재영(22)이 마운드에서 완전히 내려갔다. 이제 150km 강속구에 대한 미련을 접고 방망이만 잡기로 했다. 구단은 19일 특별히 보도자료를 배포해 장재영의 타자 전향 배경을 설명했다. 팔꿈치 손상 확인 이후 재활로 가닥을 잡으면서 자연스럽게 타자 전향 얘기가 나왔고, 결단을 내렸다.
장재영은 2021년 1차 지명으로 입단, 계약금만 9억원을 받고 키움 유니폼을 입은 슈퍼 유망주다. 덕수고 시절엔 투수와 타자 모두 남다른 재능을 뽐냈다. 프로 입단과 함께 투수에 전염했다. 그러나 4년간 보여준 게 없었다. 56경기서 1승6패 평균자책점 6.45. 탈삼진 100개를 잡는 동안 사사구가 109개였다.
타자전향을 결심한 배경이다. 심리상담사 자격증이 있는 홍원기 감독은 제구, 볼넷 등의 단어까지도 쓰지 않으며 장재영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그만큼 장재영은 제구 기복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했다. 구단은 2021시즌 도중 2군에서 제구력 잡기 특별 훈련프로그램도 마련, 실시하기까지 했다. 장재영도, 구단도 지난 3~4년간 최선을 다했지만, 투수 장재영은 여기까지다.
구단도 장재영도 타자 전향에 대해 고개를 끄덕인 건, 2023년 2월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프링캠프에서의 변화도 큰 변곡점이다. 당시 구단은 장재영이 야구가 풀리지 않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니, 방망이도 잡아볼 것을 권유했다.
실제 장재영은 2023년과 2024년 스프링캠프에서 타격훈련도 소화했다. 호주프로야구 질롱코리아에서도 타석에 들어서기도 했다. 작년 시범경기서도 타격을 했다. 당시 장재영은 타격을 하며 투수를 상대하는 타자들의 심정을 헤아렸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어디까지나 투수를 더 잘 하기 위한 ‘이벤트’였다고 스스로 얘기했다.
그러나 2023년 스프링캠프에서 이미 ‘타자 장재영’의 재능을 남달리 바라보는 사람들도, 진짜 장재영이 타자를 할 생각이 있는지 궁금한 관계자들도 있었다. 어디까지나 연습 타격이었지만, 장재영의 타격은 꽤 날카로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현장에서 키움 캠프를 취재한 기자는, 타격 연습을 하던 장재영의 표정이 너무나도 밝았던 걸 잊지 못한다. 구단도 그런 모습을 확인했고 알기 때문에 장재영의 타자 전향에 동의했다.
작년부터 스프링캠프에서 방망이를 잡아본 게, 장재영에게 내재된 ‘타자 본능’을 일깨웠을 수도 있다. 투수로 풀리지 않아 막다른 골목에 내몰렸다고 하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장재영은 덕수고 시절부터 타격에 꽤 재능이 있었다. 2023년 캠프 당시 고형욱 단장은 장재영이 무엇을 하든 행복해지길 바란다고 기자에게 얘기하기도 했다. ‘타자전향 선배’ 이형종은 장재영이 구단의 3루수 권유를 정중히 거절했다고 취재진에 공개하기도 했다.
이런 정황들을 볼 때 장재영의 타자전향은 즉흥적으로 결정한 게 아니다. 물론 장재영의 150km, 아니 155km 중반의 패스트볼이 너무 아까운 건 사실이다. 그러나 150km만 보고 달려가기엔 22세라는 나이가 아깝다. 아직 야구인생이 창창하기도 하지만, 젊었을 때 의미 있는 결실을 맺고 달려가는 것과 그렇지 못한 건 천지차이다.
2023년 캠프 당시 이형종은 이런 얘기를 했다. “나도 저 나이 때 타자전향을 했으면 어땠을까”라고. 실제 LG 트윈스에 그렇게 얘기했다가 무산됐던 과거를 털어놓기도 했다. 이형종은 자신도 1살이라도 어렸을 때 타자전향을 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2016년, 그러니까 27세부터 타자로 뛰었다. 그럼에도 4년 20억원 FA 계약까지 했다.
장재영은 이형종보다 빠르게 타자로 전향한다. 지난 4년간의 시간이 아깝지만, 그래도 22세다. 인생의 배움이 있었던 4년이고, 남은 야구인생을 타자로 알차게 보내면 된다. 타자 장재영이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단, 성공할 경우 2023년 2월의 그 선택이 터닝포인트가 될 게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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