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잠 깬 반달곰 추적기] 지리산 반달곰은 노고단~천왕봉 이틀이면 간다

서현우 2024. 5. 20.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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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 남부보전센터 레인저 일상 동행기
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 생태학습장에 살고 있는 일명 '칠선'이. 20년 전 방사 1세대였지만 야생적응에 실패해 되돌아왔다.

지리산 반달곰 복원 사업이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현재 반달곰은 지리산권에 82마리, 장수~덕유권에 3마리까지 총 85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물론 확인되지 않은 개체가 추가로 더 있을 수도 있다.

반달곰의 수가 늘어나면서 지리산 레인저들의 업무도 분주해졌다. 방사했다가 현장 적응에 실패한 개체들도 돌봐야 하고, 현장 모니터링도 해야 한다. 산청, 남원, 덕유에 각각 6~7명으로 구성된 1개 팀, 그리고 남부보전센터 12명이 이 일을 다 한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레인저들의 일상은 그렇게 20년이나 반복되고 있다. 이들의 일상을 하루 동행해 봤다. 전남 구례에 위치한 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 남부보전센터에 들어서자 직원들은 잠깐 사무를 보다가도 금방 현장으로 튀어 나가곤 했다. 김만우 팀장이 담당업무를 설명한다.

"먼저 1년 365일 각 개체들의 위치추적을 해서 행동권 모니터링을 합니다. 지리산국립공원 곳곳에 숨겨진 모니터링 포인트에 올라가서 안테나로 발신기 신호를 청취하는 게 가장 기본입니다. 각 포인트별 청취 여부와 신호의 세기, 방향을 토대로 기존 행동권, 모니터링 카메라, 기존에 확인된 개체 특성을 종합해 위치를 특정합니다.

그리고 민가 피해 예방을 위해 전기울타리 설치 업무도 수시로 하고, 주민들을 만나 곰 활동지역이 어딘지, 만났을 때 어떻게 피해야 하는지 계도도 해요. 그리고 발신기 교체를 위한 생포틀도 설치하죠. 무거운 드럼통을 짊어지고 올라가서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입니다. 1년에 20~30번 정도 포획되는데 포획됐다는 신호가 오면 즉시 출동하죠. 지리산 전체에 약 230개가 있는데 모두 운영하진 않고 발신기 교체가 필요한 개체가 있는 지역에 한해 유연하게 운영합니다. 약 100개 내외죠."

주성남 연구원이 개체별 발신기 주파수를 변경해 가며 신호음이 들리는지 귀를 기울이고 있다.

각 업무마다 담당하는 직원이 있긴 하다. 하지만 전체 인원이 적기 때문에 모든 직원들이 다 모든 업무를 할 줄 안다. 그래야 생포틀 설치 업무(남부보전센터 전체 인원 12명 중 8명이 출동해야 한다)를 할 때 남은 직원들이 다른 업무를 대리할 수 있다.

주성남 연구원과 함께 반달곰 모니터링 업무에 동행했다. 지리산국립공원 곳곳에 숨겨진 모니터링 포인트에 올라가서 안테나로 발신기의 신호를 잡아 이를 분석하는 업무다. 각 개체의 발신기마다 고유의 주파수가 있다. 신호가 잡히면 마치 반달곰의 심장 뛰는 소리처럼 '뚜, 뚜'하는 소리가 들린다.

손대삼 설치관리팀장이 전기울타리를 설치하고 있다.

설치·회수 간편한 전기울타리

먼저 국립공원 밖 고지대 포인트에서 관측을 하고, 조금씩 개체에 가까운 포인트로 옮겨가면서 다시 신호를 잡아 일종의 삼각측량 방식으로 개체 위치를 찾는다. 그런데 이미 국립공원 밖 포인트에서도 신호가 없다. 지리산의 너른 산줄기들이 훤히 다 들여다보이는 곳이지만 반달곰은 워낙 복잡하고 골이 깊은 지리산의 산세에 숨었다. 그리고 이제 막 겨울잠에서 깨어난 탓에 활동범위도 적다고 한다.

"그런데 GPS를 달면 이렇게 번거롭게 발신기를 추적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닌가요?"

"GPS는 발신기에 비해 너무 무겁고 배터리 수명도 짧아요. 발신기는 한 번 달아두면 2년은 유지되거든요. 게다가 발신기는 가벼워서 소귀에 다는 인식표처럼 몸에서 떨어지지 않게 부착시킬 수 있는데 GPS는 목에 둘러야 하는 거라 야생 활동 중에 벗겨지는 경우도 너무 많죠."

그래서 GPS를 단 개체는 몇 마리뿐이라고 한다.

반달곰을 추적하고 있는 주성남 연구원.

포인트를 옮겨가며 신호가 잡힐까 귀를 더 기울여봤지만 허탕이다. 이에 지리산 피아골의 한 양봉농가에서 전기울타리 설치로 분주한 다른 팀을 만나러 이동했다. 손대삼 설치관리팀장이 벌망모자를 건넨다. 팀은 마치 고도로 훈련된 특수부대처럼 움직였다.

"제가 10년 동안 이 일을 했어요. 1년에 약 200개소씩 설치를 했죠. 아무데나 설치해 주는 건 아니고 우선순위가 있어요. 1순위는 물론 피해를 받았던 곳이고, 이후로는 반달곰 서식지와 가까운 곳들이죠. 농가에서 먼저 설치해 달라고 신청할 때도 있고, 저희가 지자체로부터 농가 자료를 받아서 모니터링한 행동권과 비교해 설치할 필요가 있는 곳을 추려서 먼저 설치해 드리겠다고 제안하기도 해요."

그런데 '전기울타리'라고 해서 영화 <쥬라기공원>에 나오는 거대하고 견고한 철조망을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다. 가느다란 철제 말뚝에 철선과 나일론 줄을 같이 꼬아 만든 선을 둘둘 두르는 것에 불과하다. 150~200평 규모 농가에 설치하는 데 한 시간 3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2 전기울타리 설치를 완료한 후 검전기로 최종 점검하고 있다. 3 전기울타리는 태양광으로 운영되며 완전 충전되었을 시 2~3주 정도 가동된다. 4 전기울타리 설치가 완료된 양봉농가. 5 야생 지리산 반달곰을 포획할 때 사용되는 생포틀.

"사람이 만지면 살짝 아픈 정도인데 야생동물의 경우 먼저 혀나 코를 갖다 대기 때문에 더 강력하게 전류가 흘러서 통증을 느껴요. 반달곰은 똑똑해서 다음부터 이 전기울타리에 손을 대면 해를 입는다는 걸 금방 학습하죠. 물론 개중에는 미련을 못 버리고 울타리 주변을 돌면서 빈틈이 있나 확인하기도 해요. 그러니 빈틈을 주지 않도록 꼼꼼하게 작업하는 게 포인트입니다."

150~200평 규모에 설치하는데 자재 값은 150만~200만 원 정도. 변압기 하나가 50만 원 상당이다. 이 변압기는 태양광으로 충전돼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내장된 센서를 이용해 일하는 낮 시간에는 자동으로 꺼지게 만들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꿀을 찾아 자주 장소를 옮기는 양봉농가 특성 상 설치와 회수가 매우 간편하다는 점이 합리적이다.

지리산 비법정탐방로 대부분이 반달가슴곰 서식지로 변했다.

현장에선 곰 스프레이 규제 완화 목소리 높아

숨겨진 한 비법정탐방로로 다시 이동한다. 입구에는 매우 위험한 반달가슴곰 활동지역이라고 알리는 빨간색 표지판이 살벌하게 들어서 있다. 여기에 모니터링 카메라 하나를 추가로 설치한다. 생김새가 마치 클레이모어지뢰 같다. 주성남 연구원의 손길이 바쁘다.

"지리산 전체에 약 300개 넘는 카메라가 설치돼 있어요. 그냥 무작정 설치하는 건 아니고 늘 유동적으로 반달곰의 움직임에 따라 옮기죠. 특히 겨울이면 겨울잠을 자는 곳으로 직접 가서 그 입구에 카메라를 설치해요. 이상 징후를 체크하기 위해서죠. 상상해 보세요. 길도 없고 눈 쌓인 지리산에서 반달곰 신호를 따라 절벽이든 계곡이든 그냥 직선으로 가는 거예요."

그것도 혹시 모르는 불상사에 대비해 무거운 방검복과 진압 방패로 무장하고 간다. 곰 스프레이도 총포법에 의거한 법적절차를 거쳐 허가증을 받아 휴대한다. 그런데 과거에는 이 곰 스프레이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했다. 구례 지역 경찰서에 등록했다고 치면 산청 등 타 지역에선 쓰지 못했다. 법이 그랬다. 그나마 최근엔 이 제한이 풀려서 쓸 수 있다. 이사현 보전부장은 여기서 더 나아가 "민간에서도 곰 스프레이를 좀더 자유롭게 쓸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제발"이라는 말도 간곡하게 보탰다.

주성남 연구원이 모니터링 카메라를 설치하고 있다.

"그래야 지리산 인근 주민들이 혹여 반달곰과 조우했을 때도 효과적으로 자신을 방어할 수 있습니다. 곰이 있는 나라의 국립공원에선 입구에서 곰 스프레이를 그냥 팔아요. 그래서 저희는 '곰 스프레이를 안전용품으로 봐야 한다'고 국회에 건의하는데 돌아오는 건 '이걸 사람한테 쓰면 어쩔 거냐'고 해요. 저희는 '그러면 식칼도 못 쓰게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되묻죠."

어느덧 해가 저물어간다. 바쁜 하루가 또 끝난다. 생태학습장에 있던 반달곰도 다시 내실로 돌아간다. 사무실 전화가 바삐 울린다. 여러 전화가 오는데 '반달곰 복원을 왜 하냐'고 항의하는 민원이 꽤 자주 들어온다고 한다.

반달곰을 복원하는 이유는 이렇다. 반달곰은 먹이사슬의 최상층에 있는 우산umbrella종이라고 한다. 이 우산종이 잘 사는 생태계면 그 아래 하위 생태계도 다 건강하게 산다. 식물들한테도 도움이 된다. 곰이 먹고 싼 배설물에 있는 벚나무 씨앗과 그냥 자연 상에 있는 씨앗의 발아율을 비교하면 배설물에 있던 씨앗의 발아율이 2배가량 높다고 한다. 또한 그간 먹이경쟁의 적수가 없던 멧돼지와 도토리를 두고 경합을 벌여 멧돼지 개체 수도 안정적으로 조정된다.

반달곰을 포획할 땐 방검복과 방패로 무장해야 한다.

또한 반달곰 복원 사업을 시작하고 덤으로 좋아진 것도 있다. 지리산을 이잡듯 뒤져서 불법엽구를 한 해에 최대 1,000개도 넘게 수거했다. 그래서 지금은 지리산에서 올무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곰 덕택에 고라니, 노루, 멧돼지도 안전하게 서식하게 된 것이다. 김만우 팀장은 "하지만 민원인에게 이렇게 학술적인 팩트를 조목조목 설명하려고 하진 않는다"고 했다.

"그렇게 말하면 오히려 반감을 가지게 만들 수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가급적 공감대를 형성하려고 해요. 그리고 민원인의 의견을 잘 수렴해서 더 반달곰과 같이 더불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씀을 드리죠.

사실 반달곰을 복원하는 건 반달곰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오직 반달곰이 사는 우리나라 생태계를 물려주는 것이 미래세대에게 더 좋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숲의 왕이 인간이 아니라 반달곰일 때 지리산이 더 지리산다워질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

아직 겨울잠에서 덜 깬 '칠선'이가 멍한 표정을 짓고 있다.

반달곰 Q&A_ "지리산 반달곰, 몇 마리까지 늘어나나요?"

20년 동안 반달곰은 어떻게 복원됐고, 또 미래의 반달곰은 어떻게 될까? 반달곰이 대체 무엇이기에 복원했으며, 과연 우리는 반달곰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 것일까? 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 남부보전센터 정우진 센터장과 김만우 팀장, 이사현 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 서식지보전부장에게 들어봤다.

같은 날에 태어나도 '이부형제'일 수 있다

Q

지금(봄철) 지리산 반달곰은 어떤 상태인가요?

A

반달곰은 11월 말에 겨울잠을 자기 시작하고 3월 말에서 4월 초에 깨어나 활동하기 시작합니다. 양서류나 파충류처럼 아예 신체 활동을 중단하고 자는 건 아니고 자다 잠깐 깨다 하는 방식이죠.

'겨울잠'이라고 불러서 추워지면 자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실제론 기온이 아니라 먹이부족 때문에 잠드는 겁니다. 그래서 겨울에도 계속 밥을 주는 동물원의 반달곰들은 겨울잠을 자지 않아요. 마찬가지로 동물원에 있어도 먹이를 끊으면 겨울잠에 들어가죠.

겨울잠에서 깬 반달곰들은 조금 예민한 상태입니다. 또 특이한 점이라고 한다면 풀이나 새순을 많이 뜯어먹는다는 점이 있습니다. 영양섭취를 위한 것이 아니라 겨울 동안 굳어 있던 내장기관을 풀어 주기 위해서 먹는 겁니다. 물론 개인습성에 따라 다른 부분이 있어서 그냥 바로 먹이를 먹는 경우도 있고요.

Q

지리산 어디에 반달곰이 가장 많이 살고 있나요?

A

지리산 공원구역 전체에 골고루 흩어져 있는 상태라고 보면 됩니다. 구례에 살던 곰이 산청이나 남원으로 가기도 해요. 암컷 개체는 수컷에 비해 활동범위가 작고 선호하는 지역도 분명한데 수컷은 훨씬 움직임이 많죠. 노고단에서 출발해 천왕봉까지 이틀이면 갑니다.

특히 짝짓기 시즌이 되면 그 활동량이 최대가 됩니다. 이상적인 암컷을 만나기 위해 바삐 움직여요. 곰은 부부처럼 생활하지 않고 난교를 합니다. 그래서 한 암컷 곰이 낳은 새끼 두 마리가 아빠가 서로 다를 수 있어요.

반달곰 발자국.

반달곰을 푸바오처럼 귀엽게 키우지 않는 이유

Q

반달곰은 지리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남부보전센터 학습장에도 있습니다. 이들은 어떻게 살고 있나요? 또 푸바오와 비교하자면 어떻게 다른가요?

A

실내에서 사육된 판다는 아무래도 어릴 때부터 사람과 접촉하면서 키우고 아무래도 어느 정도 애교도 부릴 수 있게 사육이 됐을 겁니다. 하지만 국립공원에서 관리하고 있는 17마리의 반달곰들은 최대한 자연, 야생의 본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먹이도 자연에서 구할 수 있는 것 위주로 주고, 겨울잠도 재우고 있죠.

또한 사육사들이나 레인저들도 반달곰과 최대한 접촉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조금만 주변에 인기척이 느껴진다 싶으면 으르렁거리면서 경계하는 반달곰들이 많아요.

하루 일과는 대부분 이렇습니다. 오전에 야외 방사장에 먹이를 줘서 방사하다가 이제 해질 무렵 퇴근시간이 되면 내실로 다시 유도해요. 직원들이랑 똑같이 출퇴근하는 거죠. 방사장은 최대한 행동을 다양화할 수 있도록 꾸미려고 합니다. 그래서 나무를 심어두거나 나무타기와 유사한 행동을 할 수 있는 시설을 넣어주기도 하죠. 또 먹이를 숨겨놓는다든지 여름철엔 먹이를 양동이에 물과 같이 얼려서 주는 식으로 다양한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방사장이 협소해서 개체별로 돌아가면서 방사하고 있는데 지금 대대적인 확장공사를 진행 중이라 앞으로 더 지내기 좋은 환경이 될 것입니다.

생태학습장 반달곰에게 제공되는 먹이. 지역 사회 농가와 제휴해 낙과를 제공받는 대신 반달곰을 로고로 사용할 수 있게 라이선스를 제공한다.

Q

야생의 반달곰은 어떻게 활동하나요?

A

마찬가지로 주로 낮에 활동을 많이 합니다. 천적이 없으니 자유롭게 다닐 수 있죠. 이동할 소요가 있으면 새벽과 해질녘에 많이 움직여요. 낮에는 햇볕이 강하면 계곡이나 그늘이 짙은 숲속에서 시간을 보내죠. 주로 밤에 다니는 멧돼지와는 사뭇 다릅니다. 물론 특정 개체는 밤에 움직이는 걸 좋아하기도 합니다.

반려견을 여럿 키워본 분들은 공감하실 텐데 견종에 따라 보편적인 성격 차이는 어느 정도 있지만 개체 차이도 엄청 크거든요. 그러니까 얌전하다는 견종인데 내가 키우는 애는 엄청 활동적인 경우가 있죠. 반달곰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아이는 생각보다 엄청 온순한데 또 예민한 애도 있어요. 포획틀을 설치하면 한 번 잡힌 적이 있으면서도 또 잡히는 애가 있는 반면, 경계하고 아예 접근도 안하는 애도 있죠. 심지어 딩크족도 있습니다.

최종 목표 '멸종위기종 지정 해제'

Q

그렇게 성격이 다양하면 공격적인 성격도 있을 수 있겠네요?

A

공격적이거나 사람이나 인기척을 피하려 하지 않는 개체들은 모두 공단이 추적해서 포획, 훈련 후 재방사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정 자연 적응이 안 되면 이제 완전 포획해서 학습장에서 일평생을 살게 되는 거죠.

무엇보다 곰은 정말 똑똑합니다. 개보다도 똑똑한 수준이에요. 그래서 한 번 방사에 실패한 개체들은 재방사하기 무척 어렵습니다. 야생에서 먹이를 구하는 것보다 가령 민가 양봉 등을 노리는 게 더 편하다는 걸 금방 학습하죠.

그래서 과거에 자주 했던 추적 포획도 학습이 누적되면서 힘들어졌습니다. 나무로 올라가면 레인저들이 쫓아오기 힘들다는 걸 알고 도주경로를 알차게 짜요.

또 생포틀도 한 번 당하고 나면 다시 안 당하죠. 그래도 반대로 그렇게 똑똑하기 때문에 퇴치하기도 좋습니다. 전기울타리에 한 번 데이면 다시 근처에 얼씬도 안 해요.

나무타기 명수 반달곰을 위해 생태학습장에는 여러 키 큰 나무가 심어져 있다.

Q

지리산 반달곰 복원 후 20년이 흘렀습니다. 앞으로 반달곰의 미래가 궁금합니다. 몇 마리까지 늘릴 예정인가요?

A

개체 수 목표는 없습니다. 반달곰의 개체 수에 주목했던 건 복원 초기입니다. 지금은 개체 수 증식에 연연하지 않고 서식지를 어떻게 관리하고, 지역주민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지 고민하는 단계입니다.

반달곰의 미래는 일명 '오삼이'라고 불린 KM-53의 일생을 통해 엿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제 반달곰은 백두대간을 따라서 개체들이 확산될 것입니다.

오삼이의 모험 이전에는 반달곰이 지리산을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지, 또 다른 산에서 살 수 있을지 모두 불확실했는데 오삼이가 그 가능성을 모두 보여 주고 떠났죠. 오삼이가 모험을 떠나면 직원들이 24시간 달라붙었어요. 그야말로 땀과 피와 노력을 쏟아서 개체 이동경로와 모니터링이 가능했죠.

최종 목표는 멸종위기종에서 지정 해제되는 것입니다.

월간산 5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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