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으로서 가슴 아파, 얼마나 속상할까”…김호중 콘서트 매진시킨 극성팬덤

최승균 기자(choi.seunggyun@mk.co.kr), 지혜진 기자(ji.hyejin@mk.co.kr) 2024. 5. 20.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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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창원 콘서트 관람객 몰려
“논란 있어도 그의 노래 좋아”
일부 시민 곱지 않은 시선
“스타가 될수록 양심 지켜야”
김씨 “크게 후회하고 반성”
열흘 만에 음주운전 시인
김호중. 사진 I 생각엔터테인먼트
“본인은 얼마나 속상할까. 팬으로서 가슴이 너무 아파요.”

“얼굴이 두꺼워도 어찌 그리 두껍나. 여기서 공연이 열리는 것 자체가 부끄습니다.”

지난 18일 오후 5시 가수 김호중 씨(33)의 콘서트가 열린 경남 창원시 창원스포츠파크 실내체육관을 찾은 이들은 최근 불거진 그의 음주운전 논란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이날 공연장 주변은 경기도와 부산, 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관광버스 등 차량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은 음주운전과 뺑소니 의혹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김씨의 개인 콘서트 ‘트바로티 클래식 아레나 투어 2024’ 창원 공연이 열리는 첫날이었다. 공연장에는 50대 이상의 중장년층 여성이 주류를 이뤘고 김씨의 팬덤 색깔인 보라색 옷을 입은 행렬도 제법 눈에 띄었다.

이날 공연이 열린 창원스포츠파크 실내체육관 좌석은 5800석이다. 인터넷 예매 기준 공연 관람 가격은 VIP석이 23만원, R석이 21만원으로 고가임에도 18~19일 주말 이틀간 전 좌석이 매진돼 김씨를 둘러싼 최근 논란을 무색케 했다.

하지만 김씨의 콘서트에 많은 인파가 몰린 것을 두고 시민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창원에 사는 60대 허 모씨는 “(술이 아니라) 음료수를 마시고 대리운전을 부르는 건 말이 안 되지 않느냐”며 “스타가 될수록 더욱 양심을 가져야 되는데”라며 혀를 찼다. 40대 주부 조 모씨는 “기사 바꿔치기까지 논란이 되고 있는 마당에 콘서트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팬들이 이렇게 몰리는 것도 놀랍다. 철판이 두꺼운 김호중도, 여기에 열광하는 팬들도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8일 오후 가수 김호중 씨(33)의 전국 투어 콘서트 ‘트바로티 클래식 아레나 투어 2024’ 창원 공연 첫날 경남 창원시 창원스포츠파크 실내체육관 인근에 팬들이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반면 공연장에서 만난 한 팬은 “전국에 팬이 많으니 많이 몰린 것 같다”며 “아직 (사건과 관련해) 밝혀진 게 없다. 사건은 그렇다 쳐도 이 사람 노래를 진심으로 좋아한다”고 응원했다.

일부 팬클럽 관계자는 김씨의 최근 비판적인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언론 인터뷰를 거부하거나 제지하는 등 예민하게 반응했다.

김씨는 이날 콘서트에서 최근 논란에 대한 심경을 처음 밝혔다. 그는 “모든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며 “모든 죄와 상처는 내가 받겠다”고 말했다.

관람객 일부는 콘서트를 며칠 앞둔 시점에 이번 논란이 터지면서 표를 취소하고 싶어도 수수료가 너무 비싸 ‘울며 겨자 먹기’로 콘서트에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규정에 따르면 관람일 7~9일 전에는 티켓 금액의 10%, 3~6일 전에는 20%, 1~2일 전에는 30%를 수수료로 부담해야 한다. 김씨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에는 “콘서트를 예매했는데 지금 취소하려니 수수료를 10만원 넘게 내라고 한다. 양심이 있으면 안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취소 이유가 가수 탓인데 수수료도 내야 하나” “돈이 한두 푼도 아니고 (수수료 내더라도) 그냥 취소했다” 등 댓글이 달렸다.

경찰은 김씨가 방문한 술집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은 사고 직후 김씨가 매니저에게 ‘음주운전 사고가 났으니 경찰에 대신 출석해달라’고 한 녹취 파일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의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의 이광득 대표(41)에게서 “김씨의 옷으로 바꿔 입고 대신 자수해달라고 매니저에게 지시했다”는 취지의 진술도 받아냈다. 또 경찰은 김씨가 사고를 낸 이후 소속사 관계자들이 증거인멸 등을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인 정황을 포착하고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와 증거인멸 혐의 등을 적용해 수사하고 있다. 앞서 경찰은 주점 매출 내역과 폐쇄회로(CC)TV 영상 등 김씨의 사고 전 음주 정황과 관련된 자료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확보한 자료 분석을 마치는 대로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한편 경찰이 수사망을 좁혀오면서 김씨는 사고 열흘 만인 19일 입장문을 내고 음주운전을 했다고 시인했다. 김씨는 이날 오후 소속사인 생각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사과문을 내고 “저의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이 많은 분들에게 상처와 실망감을 드려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을 전해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음주운전을 했다. 크게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다”며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증거인멸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소속사도 “당사의 잘못된 판단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초 공식 입장에서부터 지금까지 상황을 숨기기에 급급했다”며 “진실되게 행동하지 못한 점 또한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김호중은 경찰에 자진 출석해 음주운전 등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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