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기 들어선 웹툰·웹소설…장르 경계 깨고 AI로 맞춤 추천"

김경윤 2024. 5. 20.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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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카카오엔터 스토리부문 대표 인터뷰…변화 맞아 'AI·다양성·글로벌' 강조
"북미 타파스에서 1억원 매출 작품도 등장…웹소설 중심으로 성장 꾀할 것"
장르 고민 엿보여…여성향·남성향 팀 통합, 카카오페이지·카카오웹툰은 이원화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를 거치며 우리나라 웹툰·웹소설 시장이 성숙기에 들어섰다고 봅니다. 이제는 이전처럼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지는 않을 테고, 그렇다면 이에 맞는 전략을 제시해야 하는 시점인 거죠."

박종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스토리사업 부문 대표 겸 부사장은 지난 13일 경기 성남시 판교 사옥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며 이같이 말했다.

글로벌 스토리 지적재산(IP) 산업을 이끄는 한 축인 카카오엔터는 최근 큰 변화를 꾀하고 있다.

그간 폭발적으로 성장한 웹툰·웹소설 시장이 성숙기에 들어서면서 기존과는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춰 카카오엔터가 내놓은 성장 전략은 콘텐츠 다양성 확보와 인공지능(AI) 기술 활용, 글로벌 시장 강화 등으로 축약된다.

박종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스토리사업 부문 대표 [카카오엔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키워드는 다양성이다.

박 대표는 "장르 다양화가 횡(橫)적 확장이라면, 이용자 접점 확대는 종(縱)적 확장인데 우리에게는 이 두 가지가 모두 필요하다"며 단지 웹툰·웹소설 장르 편중을 해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게임이나 영화, 유튜브 지적재산(IP)을 웹툰으로 가져오는 등 접점을 다양화하는 방법을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장르 개수를 몇 개 더 늘리는 문제가 아니고 장르 자체를 무너뜨리겠다는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출판만화 시절부터 이어져온 소년만화와 순정만화 담당 팀의 경계부터 허물었다.

박 대표는 지난달 스토리 부문 내 조직 개편을 했다며 "예전에는 남성향 콘텐츠 팀, 여성향 콘텐츠 팀이 따로 있었는데 이를 다 섞었다. 웹툰은 노블코믹스(웹소설 원작 웹툰)와 오리지널 팀으로 나눈 것이 전부"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기 있는 판타지 작품도 여성 독자가 꽤 많고, 로맨스판타지라도 중성적인 색채가 있으면 남성이 보기도 한다"며 "남성과 여성 독자가 각자 선호하는 흑백 영역은 분명히 있지만, 그레이존(회색 영역) 역시 넓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통적인 장르 분류에서 벗어나기 위한 해법으로 고도화된 AI 기술을 들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로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박 대표는 "독자가 제각기 좋아하는 그 무언가를 사람은 못 하지만, AI는 밝혀낼 수 있다"며 AI가 이용자의 선호 작품을 분석하고 장르와 무관하게 이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전통적인 장르 경계를 넘어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엔터는 2021년부터 AI 조직을 두고 관련 기술을 개발해왔다. 지난해에는 헬릭스라는 AI 브랜드를 공개했고 푸시와 큐레이션 등에 이를 활용 중이다.

조만간 AI로 웹툰·웹소설을 소개하는 '숏츠'(짧은 영상)도 제작할 계획이다. 독자들이 가장 좋아한 회차, 인기 장면 등을 데이터로 분석해 학습한 뒤 이를 숏츠를 뽑아내는 식이다.

박 대표는 "지금은 웹툰을 소개하는 것이 이미지 한 장에 소개 글 몇 줄이 전부다"라며 "숏츠는 드라마화, 영화화되지 못한 콘텐츠들이 영상으로 소개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카카오엔터는 AI 개발을 빠르게 진행 중이지만, 생성형 AI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그는 "창작자의 창작을 도와줄 수는 있지만, 이를 해치면 안 된다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며 "기술은 쌓아가되 정부의 가이드나 사회적인 공감대를 보며 따라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AI 브랜드 '헬릭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글로벌 시장과 관련해서는 북미를 중심으로 웹소설 콘텐츠를 적극 활용해 성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은 분명히 진입해야 하는 시장"이라며 "더뎌 보이기는 하겠지만 의미 있는 매출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웹소설 시장은 성장 속도가 빠르고 규모도 좀 더 크다"며 "타파스에서 한국 웹툰을 연재하면 그 뒷이야기를 궁금해하는 독자들이 많기 때문에 원작 웹소설도 번역해서 넣고 있다. 몇 달 만에 1억원 매출을 기록한 작품들도 나오고 있다"고 성과를 소개했다.

과거 카카오페이지가 태동했을 때처럼 오프라인에 있는 현지 소설들을 온라인 플랫폼으로 가져오고, 인기를 끄는 작품은 웹툰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박 대표는 "미국의 오프라인 출판 시장에서 '영 어덜트' 작품들을 온라인으로 가져오려고 한다"며 "'소설이 문학인 줄 알았는데 엔터테인먼트였구나'라는 생각의 전환을 가져오고 싶다"고 포부를 내비쳤다.

서울과 LA, 뉴욕, 방콕 시계 아래에 선 박종철 카카오엔터 스토리사업 부문 대표 [카카오엔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카카오웹툰과 카카오페이지 두 플랫폼은 제각기 특색을 살려 운영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5월부터 전략적인 경영 노선을 변경했다"며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웹툰은 완전히 시장이 다르고, 두 개를 섞으려는 노력을 인위적으로 하지 않을 것"이라며 "카카오페이지는 노블코믹스 위주지만, 카카오웹툰은 일상툰을 포함해 드라마 장르 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복합 미디어 기업인 카카오엔터만의 장점을 살리는 IP 활용 방안도 고민 중이다.

예를 들어 웹툰 원작 드라마를 제작할 경우에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가사를 원작자에게 맡기는 식으로, 스토리와 음악, 영상이라는 카카오엔터가 가진 여러 콘텐츠 사업 사이에서 협업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에는 IT기술과 크로스오버 등을 여러 방법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하겠다는 이야기로 귀결됐다.

"콘텐츠의 본질은 이용자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잖아요. '콘텐츠 비욘드 콘텐츠'가 새 슬로건인데 카카오엔터는 이용자가 좋아하는 콘텐츠를 찾아내고, 식상해하기 전에 또 새로운 콘텐츠를 계속 제시해나가려고 합니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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