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왕' 출신 필승조의 '기약 없는 2군행'…3이닝 48구→60~70구 예고, 사령탑의 일침 "책임감 가져라"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팀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해줬으면 고맙겠다"
두산 베어스는 지난 2022년 60승 2무 82패 승률 0.423를 기록하며 창단 첫 9위라는 아픔을 겪었다. 무려 8시즌 만에 가을잔치에 참여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수확이 전혀 없는 시즌은 아니었다. 2018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전체 20순위로 두산의 선택을 받은 뒤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정철원이었다. 그야말로 불펜의 핵심 자원을 발견하는데 성공했다.
2022시즌 처음 1군 마운드에 섰던 정철원은 58경기에 등판해 4승 3패 23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3.10이라는 매우 훌륭한 성적을 남겼고, 생애 단 한 번 밖에 받지 못하는 '신인왕' 타이틀을 손에 넣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 활약을 바탕으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서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당시 KBO 전력강화위원회는 정철원을 발탁하는데 큰 고민도 하지 않을 정도로 실력에선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물론 기복이 전혀 없진 않았지만, 2년차 부진도 두드러지지 않았다. 정철원은 지난해 67경기에 나서 72⅔이닝을 소화, 7승 6패 11홀드 13세이브 평균자책점 3.96으로 활약했다. 마무리를 맡아오던 홍건희가 부진에 빠지자 그 공백을 매우 훌륭하게 메웠고, 정철원은 홍건희가 부상으로 빠졌던 시범경기 4경기에 등판해 실점 없이 3개의 세이브를 수확하며 무력시위를 펼친 끝에 두산의 '클로저'로 세 번째 시즌을 맞았다.
정철원은 지난 3월 23일 NC 다이노스와 맞대결에서 ⅔이닝 1실점(1자책)을 기록하며 패전의 멍에를 썼는데, 이튿날 등판에서는 팀의 리드를 지켜내며 첫 번째 세이브를 손에 넣는데 성공했고, 26일 KT 위즈와 맞대결에서도 1이닝 동안 2개의 삼진을 솎아내는 등 세이브를 쌓아나갔다. 그런데 좋은 흐름은 오래가지 않았다. 정철원은 3월 27일 KT전에서 아웃카운트를 단 한 개도 잡아내지 못한 채 마운드를 내려가더니, 4월 2일 SSG 랜더스와 맞대결에서는 ⅓이닝 동안 4실점(4자책)으로 부진했다.
충분히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는 시즌 초반이었던 만큼 정철원은 계속해서 마무리 자리를 지켜나갔고, 이후 6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하는 등 4개의 세이브를 수확했으나, 높은 피안타율과 볼넷으로 인한 불안함은 이어졌다. 그 결과 지난달 21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1이닝 3피안타(1피홈런) 1실점(1자책), 23일 NC 다이노스전에서 아웃카운트를 잡아내지 못하고 2피안타 1사구 1실점(1자책)으로 부진한 끝에 1군에서 말소됐다.
1군에서 말소된 후 정철원은 지난달 28일 한화 이글스 2군을 상대로 1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수확했는데, 두 번째 등판이었던 SSG 2군과 맞대결에서는 3개의 삼진으로 이닝을 매듭지었으나, 두 개의 볼넷을 헌납하며 여전히 불안함을 지우지 못했다. 이에 이승엽 감독은 지난 5일 경기에 앞서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정철원에 대한 질문에 아직은 1군의 부름을 받을 때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당시 사령탑은 "시즌 초반에 블론세이브가 많았는데, (홍)건희가 마무리를 맡아주면서 팀이 안정되고 있다. 정철원은 아직 제 컨디션이 아니라고 보고를 받았다. 1군에서 내린 것이 열흘간 리프레시를 하고 올라오라는 것이 아니다. 원래 좋았던 구위를 찾고 올라오라는 취지에서 내려보냈다. 지금까지는 만족할 만한 구위가 아니라고 한다. 조금 더 트레이닝을 하고 경기를 뛰면서 구위를 회복해야 한다. 당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1일 SSG전 투구 이후 열흘 만에 다시 마운드에 오른 정철원은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무실점 투구를 펼쳤고, 16일 다시 만난 SSG를 상대로 3이닝 동안 무려 48구를 뿌리며 3피안타 1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2군으로 내려간 이후 줄곧 1이닝씩만 던져왔던 정철원이 갑작스럽게 3이닝을 던지면서, 선발로 변신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는 선발로 보직을 바꾸는 것이 아닌, 구위를 되찾기 위한 프로세스였다.
이승엽 감독은 지난 17일 경기에 앞서 "정철원이 3이닝 동안 48구를 던졌는데, 지금도 구위가 올라오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1군에서 뛰었을 때도 그런 부분을 확인했기 때문에 어차피 퓨처스리그에 있기 때문에 많은 공을 던지면서 자신의 밸런스를 잡고, 구위를 찾았으면 하는 생각에서 투구수를 늘렸다. 재작년 신인왕을 받았을 때는 굉장히 구위가 좋았다. 다음 등판에는 60~70구까지 가능하도록 주문을 했다. 일단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정철원에게 '벌투'를 내린 것이 아니다. 이승엽 감독도 정철원이 하루빨리 1군으로 돌아오기를 희망하는 중. 사령탑은 "본인은 못 느낄 수 있지만, 경기 내용이나, (수치들을) 보면 웬만한 것은 다 나타난다. 일단 작년과 비교해서 모든 면에서 뒤떨어지는 것이 있다. 빨리 정상 수치를 회복해야 1군에서 볼 수 있다. 그래도 지난 등판(11일, 삼성전)보다는 공이 조금은 좋아졌다고 한다. 우리도 부상도 아닌데 정철원이 2군에 있으면 얼마나 손해인가"라고 한 숨을 내쉬었다.
두산은 정철원이라는 핵심 카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병헌과 최지강, 홍건희 등 탄탄한 허리의 힘으로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 좋은 흐름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정철원이 좋았던 때의 구위를 되찾고 돌아온다면, 그동안 분투해온 불펜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이승엽 감독은 구위 회복이라는 숙제를 안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정철원을 향해 "책임감을 갖고, 팀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해줬으면 고맙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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